[윤장섭 기자의 말말말]짝퉁 백수오 진실게임과 식약처의 갈지자 행보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데 특별한 효과가 있다고 잘 알려진 백수오가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국소비자원이 원료에 이물질(이엽우피소)이 들어 있다고 발표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과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등 대한민국이 백수오 진실게임으로 떠들썩하다.특히 백수오는 홈쇼핑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은 한약재였기에 소비자들의 충격은 더욱 컸다.

 

잘못된 행위를 두고 원료 제조업체와 판매업체들은 서로가 책임 떠 넘기기에 급급하고, 게다가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마저 안일한 대응을 하는 등 ‘가짜 백수오’ 파문은 점입가경(漸入佳境)으로 치닫고 있다.

 

논란이 되고있는 백수오는 중국, 일본 약전엔 없는 우리 고유의 한약재로 하수오 또는 백(白)하수오라고 불리기도 한다. 사상의학(四象醫學)을 주장한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에는 적(赤)하수오와 백(白)하수오로 구분하여 기록되어 있다.

 

진짜 백수오를 재배하고 있는 농민들은 가짜 백수오 파문으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기분일 것이다.

 

가짜 백수오 파문은 재배농가들에게 2중 3중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백수오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면서 판로가 막힐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충북 제천, 단양, 충주지역의 백수오 재배 농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 지역의 100여 농가는 116만㎡의 백수오를 계약재배하고 있다.여기서 생산되는 백수오는 연간 800t, 40억원 어치에 달한다.

 

식약처는 문제의 백수오 원료 공급회사의 원료를 재조사한 결과 이엽우피소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소비자원이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하자 원료 공급회사는 검사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소비자원에 이어 식약처까지 모두 원료에 이엽우피소 성분이 들어있다고 판명하면서 원료 공급회사는 할 말을 잃고 궁지로 몰렸다.

 

가짜 백수오로 알려진 이엽우피소는 식약처가 재배나 유통을 하지 못하도록 한 짝퉁 백수오다.

최근 가짜냐 진짜냐를 두고 식약처의 검사결과가 나오면서 가짜 백수오를 둘러싼 논쟁은 일단락 되는 듯 보였지만 농가와 소지자들의 피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피해자들은 한결같이 논란의 원인을 제공한 원료 공급회사에 일차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책임을 묻는 것에는 식약처도 예외는 아니다.

식약처역시 재배나 유통을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이엽우피소가 어떤 경로를 거쳐 원료로 들어갔는지 규명해야 하고 원료 역시 철저하게 선별 했어야 했다.농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만일 짝퉁 백수오로 알려진 이엽우피소를 판매 할 목적으로 재배한 농가가 있다면 이것 역시 묵과해서는 안된다.불량 농민들 때문에 정직하게 백수오를 재배한 농민들만 피해를 입었다.

 

불량 농민들이 바로 가짜 백수오 사태를 촉발시킨 원인 제공자들이다. 가짜 백수오 사태는 결국 정직한 농민들의 줄도산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는 사실에 씁쓸하다.

 

소비자단체들에 접수된 가짜 백수오 제품 상담의 절반 이상은 6개 홈쇼핑 사업자들에게서 구입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홈쇼핑 사업자들은 지난 8일 백수오 제품 전면 환불을 보류한 채,

먹고 남은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환불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가짜 제품을 먹은 소비자는 돈도 건강도 환불받을 방법이 없다.오히려 자신들의 건강을 염려해 먹었던 제품으로 불안만 가중될뿐이다.

 

홈쇼핑을 포함한 대형 유통업체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소비자들을 유혹해 검증도 안된 제품을 팔아먹고 문제가 생기자 책임을 외면하는 행위는 도저히 용서가 안된다.

 

소비단체는 물론 정부까지 이들의 행위를 일벌백계(一罰百戒)로 다스려야 한다.한발 더 나가 소비자 보호를 외면하는 업체들에겐 그에 상응하는 벌칙을 내려야 한다.

공정거래질서를 감시감독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더욱더 철저하게 개작두를 제대로 운영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소비자들과 농민,원료 제조업체와 판매업체들 사이에서 가짜 백수오 논란 파동이 길어지는 데는 식품안전 당국의 책임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의 갈지자 행보에 더욱 화가나는 이유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차 조사 때 가짜 재료가 검출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하지만 2차 조사에서는 180% 돌변해 정반대 결론을 내놓았다. 이엽우피소의 유해성을 놓고도

소비자원은 유해하다고 발표했고, 식약처는 무해하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당국의 ‘우왕좌왕 행보’때문에 소비자들만 골탕을 먹었다.

당국의 무능이 소비자를 우롱했고 소득이 좋다고 뻐꾸기를 날린 정부때문에 한줌의 의혹도 없이 백수오를 심었다가 판로를 잃게 된 농민들 또한 희생양이 된 것이니 어찌 위로할꼬?

 

박근혜 정부는 불량식품,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등을 이시대의 ‘4대 악’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척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식품의약품안전청을 국무총리 직속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격상시키면서까지 국민의 먹거리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결국은 말만 앞세운다는 꼴이 되버렸다.

 

가짜 백수오 파문은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가짜 백수오 농사를 짖는 농민이나 원료 제조업체와 판매업체들 모두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반성해야 한다. 이엽우피소가 다시는

약재 시장을 교란해서는 안된다.따라서 당국은 재배단계부터 생산까지 철저한 단속을 강화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소비자들을 대표해서 필자가 거듭 부탁해 본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