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민간인 사찰, 검찰 철저 수사 주시”

▲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   © 이중앙뉴스 국회 지완구 기자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은 오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정권 실세들과 결탁한 당시 국민은행 내 일부경영진들이 김종익 씨에게 KB한마음의 주식 대부분을 줬고 그 대가로 KB한마음이 전 정권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제보를 KB한마음 거래업체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민간인 사찰 사건의 본질은 전 정권 실세들과 KB한마음이 결탁한 권력형 비리라고 주장하면서 검찰 수사와 국세청 세무조사를 촉구하고 야당에 진상조사단을 같이 꾸릴 것을 제안했다.

의혹의 눈덩이가 멈출 줄 모르고 커지고 있다. 자고 나면 혹이 몇 개씩 붙는 식이다.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가 현 정부 내 특정 인맥의 인사 전횡과 이로 인한 여권 내 '파워게임'의 실상을 드러내며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8일 새롭게 불거진 의혹은 이른바 '메리어트호텔 모임'이다.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 사건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유선기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이사장 등이 서울 강남의 메리어트호텔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공기업, 금융권 인사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게 의혹의 요체다.

◆의혹의 '메리어트호텔 모임'

▲ 박영준 국무차장  © 국회 지완구 기자
매달 한 번 열린 것으로 알려진 이 모임에는 KT 이석채 회장, 포스코 정준양 회장, 민유성 산업은행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등 공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시중은행장 등이 동석했다는 것이다. 이 중 한 참석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바쁠 때는 불참하기도 했는데, 통상 기업들 애로사항, 경제 여건 등에 대해 얘기하는 건전한 자리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모임은 단순히 공기업 CEO 의견을 듣는 것 이상으로 국정 전반은 물론 공기업 인사까지 논의해 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사조직에 의한 국정 농단이자 권력형 국기 문란으로, 메리어트호텔 모임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야당의 공세로 이어지고 있다.

MB 정부의 '왕 비서관'으로 불렸던 박 국무차장은 2008년 말 한 대기업 회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유 이사장은 지난해 11월 선진국민연대 출신인 조재목 KB금융그룹 사외이사와 함께 KB금융그룹 회장 선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 이사장은 또 이 모임 이후 기업인들을 찾아 자신이 부회장으로 있는 한국문화콘텐츠산업협회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의혹도 낳고 있다.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은 자신과 청와대 비서관 등이 시내 모 호텔에서 정례적으로 만나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박영준 차관은 민주당이 모 호텔 모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데 대해 백 퍼센트 허위 주장이라며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고 박 차관측 관계자가 전했다.

박 차관은 또 민주당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호텔 폐쇄회로TV에 남아있을 것이라며 당장이라도 확인해보자고 말했다.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오늘 박영준 차관과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 등이 공기업 사장들과 정례모임을 통해 공기업 인사 등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협회는 지난해 11월 한 포럼 행사를 주최했는데, 공교롭게도 메리어트호텔 모임 참석 기업인 포스코·KT·우리은행·기업은행 등이 협찬사로 참여한 것이 의구심을 사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모 은행 측은 "협찬 요청이 와서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수천만원을 기부했다"며 "유 이사장이 중간에 관여한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해당 모임의 존재 여부를 전혀 모르고 있었고 거론된 인물들과의 정기, 비정기적임 모임이나 인사 관련 논의 자체를 해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에,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민간인 사찰 피해자인 김종익 씨가 대표로 있었던 옛 KB한마음이 전 정권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영포회 이어 이번엔 선진국민연대…금융권 인사 개입 논란

의혹의 당사자들이 모두 '영포(영일·포항)라인'과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외곽지원단체인 선진국민연대 출신이라는 점이 인사 전횡, 국정 농단 논란의 핵심이다.

영포라인의 수장격인 박 국무차장은 'MB(이명박) 정부의 노사모'라 불리는 선진국민연대의 산파이고, 정 비서관은 선진국민연대 대변인 출신이다. 두 모임의 주요 인물은 겹치는데 그중 핵심은 박 국무차장인 것이다.

이번 파문의 배경에는 선진국민연대 측과, 그들의 인사 독식으로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 여권 내 '반 박영준 세력' 간 권력 암투가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박 국무차장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후임으로 심어놓은 정 비서관이 박 국무차장의 지시를 받고 청와대 내 여러 기구를 개편하는 안을 직보해, 자리를 지키려 하거나 영전하려는 사람 간에 알력이 심해졌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영포라인의 영향력 행사 의혹과 관련해 당에 접수된 몇 가지 루머의 실체 규명에 힘쓰고 있다. 그중에는 지난해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제기한 '4대강사업 낙동강 공구, 포항·동지상고의 동문잔치' 의혹도 포함돼 있다. 이는 낙동강 공구에서 낙찰받은 컨소시엄에 포항 소재 6개 기업이 총 9개 공구에 걸쳐 포함돼 있고, 그중 8개 공구는 이 대통령이 졸업한 동지상고 출신이 운영하는 기업이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내용이다. 당시 이 의원은 "동지상고 특혜 의혹에 권력 실세의 개입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당은 민간인 사찰뿐 아니라 공기업 인사까지 부당하게 개입한 권력형 게이트라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청와대는 압력이나 청탁이 있었다면 철저히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어제 이어 총리실 항의 방문에 나섰다. 고위정책회의에선 영포라인이 공기업 CEO들과 만나 공기업 인사에까지 관여한 의혹이 있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전병헌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공기업 인사까지도 논의가 되고 결정됐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국정 농단 사태다." 라고 전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반영되는가를 찾고 보완하는 것이 청와대의 업무라면서 만남 자체를 갖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반박했다.그러나 부당한 압력이나 청탁이 있었는지는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공세에 역공을 폈다.

조전혁 의원은 민간인 사찰 피해자 김종익씨가 전 정권의 특혜를 받았고 그 대가로 비자금을 관리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포항 출신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은 민간인 사찰 의혹을 '영포 게이트'로 몰아가는 것은 지역민에 대한 인권 유린이라며 야당에 해당지역을 매도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MB의 '460만 선진국민연대' 파문 급확산

선진국민연대는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 외곽 조직으로 출발했다. '안국포럼' 회원이었던 박 국무차장이 2006년 7월 39개의 지지단체를 규합한 것이 시초다. 박 차장은 김대식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평통) 사무처장과 함께 2007년 10월 전국 200여개의 시민·사회단체를 모아 선진국민연대를 출범시킨 뒤 본격적인 대선 지지활동에 들어갔다. 출범 1개월 만에 등록회원 수만 430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정권 출범 이후 이 단체 출신 인사가 정·관계 요직을 장악하면서 '권력 사유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선진국민연대는 2008년 10월 공식 해체를 선언하고 정책포럼인 선진국민정책연구원과 지역조직을 축소 개편한 동행대한민국으로 슬림화했다. '거대 실세집단'이란 정치권의 거센 비판에 따른 것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구설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이 단체 간부 250여명의 청와대 만찬에서 사회자가 "공기업 감사는 너무 많아 소개하지 못하겠다"고 했다는 얘기가 전해져 사회적 공분을 샀다. 이어 같은 해 3월에는 방송통신비서관실 소속 C모 행정관이 성접대 파문으로 사표를 냈고,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은 상급자에게 폭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경고를 받기도 했다.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에 이어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외곽조직 '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의 금융권 및 공기업 개입 의혹이 제기돼 권력 사유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두 사안은 언뜻 별개 같지만 권력핵심과 연결된 특정 인맥의 권력 남용 및 월권행위라는 점에서 뿌리가 같아 보인다. 특히 민간인 사찰로 주목 받고 있는 '영포라인'(이명박 대통령의 고향인 영일ㆍ포항지역 인맥)과 선진국민연대 양 쪽의 중심 인물인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의 인사독점과 전횡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여권 내부의 권력투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8일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불길이 청와대로 번지는 데 대해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이 국무총리실의 이인규 공직윤리지원관으로부터 ‘비선 보고’를 받았다는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이날은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이 공기업 대표들과 정례회동을 했다는 언론과 야당의 의혹제기가 나왔다. 청와대 내부의 또다른 선진연대 출신 인맥들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이인규 지원관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만큼, 수사를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하기에는 사태가 매우 위중하다고 청와대 참모들도 입을 모으고 있다.

일단 청와대는 원칙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이 공기업 대표들과 정례회동을 해왔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이 정부 정책이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살피는 것은 중요한 업무이고, 정 비서관이 공기업 대표나 은행장들과 만난 것도 통상적인 업무 범위였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그 과정에서 압력이나 청탁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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