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유로존 정상회의서 사태 해법 단호해야

[중앙뉴스=문상혁기자]그리스 국민이 5일(현지시간) 채권단의 협상안에 반대 결정을 내려 그리스의 앞날은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스 국민들 두표 결과 대 환호 그러나 그리스에 미래가 위태롭다.

 

반대 결정에 따라 그리스는 물론 유로존 전체가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에 들어서고, 단계마다 변수들이 많아 예측 불가의 나날이 올 것이란 전망만 확실하다.

 

투표 결과로 당장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빠져나가지는 않겠지만 EU 창립 회원국인 그리스의 이번 투표가 유럽 전역에서 커지고 있는 반(反) EU 정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EU로서는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유럽연합(EU)이 출범 2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그리스는 EU 창립 회원국이기도 하다.

 

EU는 지난 1993년 11월 마스트리흐트 조약에 의해 설립됐다. 전신은 유럽경제공동체(EEC)로 1957년 네덜란드, 서독, 룩셈부르크, 벨기에, 이탈리아, 프랑스 등 6개국이 경제통합을 목표로 만들었다.

 

그리스는 덴마크, 아일랜드, 영국에 이어 1981년 10번째로 가입했다. 현재 회원국은 모두 28개국으로 늘었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이 현실화하면 '가입은 있어도 탈퇴는 없다'던 유로존의 단일통화 체제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에도 균열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그리스와 러시아의 심상찮은 관계가 문제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이탈할 경우 러시아와의 관계가 강화되면서 EU 및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토대로 한 유럽의 대러시아 제재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싱크탱크 카토연구소의 엠마 애쉬포드 연구원은 CNN 기고문에서 그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영향 못지 않게 안보적 영향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치프라스 총리는 국민이 반대를 선택해준다면 협상력을 높이기 때문에 48시간 안에 더 좋은 합의안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벨기에 EU 집행위원회 본부

 

그는 IMF가 부채 30%를 탕감하고 만기를 20년 늘려야 한다는 보고서를 냈다며 반대 결과는 채권단을 압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반대로 결정되자 TV 연설을 통해 채권단에 즉시 협상을 재개하자며 IMF 보고서에 따라 이번 협상에서는 부채를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런 낙관적 전망은 그리스 정부만 내놓고 있으며 야당과 채권단은 반대 결정으로 파국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해왔다.

 

채권단 가운데 그리스의 '우군'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정상,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도 반대 결정은 유럽에서 떠나는 결정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투표에서 찬성표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일수도 있어 협상 요구를 거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EU로서도 그렉시트라는 파국은 막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양대 채권국인 독일과 프랑스 정상은 이날 전화통화를 하고 그리스 국민의 뜻을 존중한다며 7일 유로존 긴급 정상회의를 요청했다.

 

우선 그리스 시중은행들이 확보한 유동성은 10억 유로 수준으로 예정대로 7일부터 은행 영업을 재개하려면 ELA를 받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CB의 자금줄이 끊기면 20일 ECB 채무불이행으로 실질적 디폴트에 처하는 것은 물론 그리스 시중은행들도 부도를 맞게 된다.

 

다만 ECB는 정치적 결정을 하기보다 6일 양대 채권국의 정상 회동 등의 결과에 따라 그리스에 자금을 긴급 수혈할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리스가 EU의 균열에 불을 댕겼다면 이후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다.

 

▲그리스 국민투표 61% 채권단과 정부 재 협상

지난 5월 영국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EU 회원국과 EU 협약 개정 협상을 벌인 뒤 이를 토대로 2017년까지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포르투갈의 유로존 탈퇴, '포렉시트'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9∼10월 예정된 포르투갈 총선에서 긴축에 반대하는 사회당이 집권하면 포르투갈도 그리스와 비슷한 길을 갈 수 있다.

 

지난해 5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그리스의 급진좌파연합(시리자)를 비롯해 프랑스의 국민전선(NF), 영국의 UKIP 등 반EU를 기치로 내건 정당이 돌풍을 일으켰고, 폴란드 대통령 선거와 스페인 지방선거에서도 반EU 정서가 표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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