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중앙뉴스=신주영기자]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13일(현지시간) 중산층 소득 향상과 월가 규제에 초점을 맞춘 경제구상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진보개혁적 학풍으로 유명한 뉴욕 주 뉴스쿨의 연설에서다. 지난 4월 12일 대권 도전 선언 이래 첫 주요 정책발표로, 사실상 '힐러리 노믹스'의 선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연설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성장과 공정경제를 (동시에) 구축해야만 한다. 어느 하나만 가질 수 없다"며 "추가적 성장 없이 충분한 일자리와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없으며 더욱 공정한 경제 없이 단단한 가정을 구축하거나 소비자 경제를 지탱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은 그들이 도와 창출된 대기업의 기록적인 이익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노사의 이익 공유를 주장한 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도전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을 위해 소득을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기업들의 이익은 사상 최고에 접근하고 있으나 미국인들은 어느 때보다 어렵게 일하고 있으며, 실질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클린턴 전 장관은 월가에 대한 규제강화 및 현행 규제의 강력한 집행을 강조하면서 "'대마불사'가 여전히 큰 문제점이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사람을 규제감독기관의 수장으로 임명하고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미 언론은 클린턴 전 장관이 이날 경제구상 공개를 시작으로 향후 몇 주간 노동력 참여 증대와 기업이익 공유, 지속 가능한 장기적 비즈니스 장려 등을 담은 '힐러리 노믹스'의 대강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클린턴 전 장관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공화당 대선 주자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들의 경제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미국인들은 더 많은 근로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부시 전 주지사의 지난 8일 발언을 상기하면서 "그는 많은 미국인 노동자들을 만나지 못했음이 틀림없다"며 "그들은 설교가 필요한 게 아니라 임금인상이 필요하다"고 공세를 취했다.

 

또 "부시 전 주지사는 종일 서서 일하는 간호사와 교사들, 밤새 운전하는 트럭운전사, 더 나은 임금을 위해 거리로 뛰쳐나간 패스트푸드점 종업원들과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스콧 워커 위스콘신 주지사에 대해서도 "스콧 워커 같은 공화당 주지사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짓밟아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며 "그들의 (노조에 대한) 공격은 비열하고 엉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클린턴 전 장관이 이날 연설에서 노동자 보호와 월스트리트의 과도한 권력을 막는 금융규제 구상, 법인세제의 광범위한 개혁 등에 강한 의지를 드러냄으로써 미국 경제에 대한 포괄적 비전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미 언론은 클린턴 전 장관이 향후 최저임금 인상과 취학 전 아동의 보편교육, 소득재분배를 위한 자본이득세 도입 등에 대한 구상을 차례로 선보이며 '힐러리 노믹스'의 내용을 채워갈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클린턴 전 장관은 '우버'(차량 공유)로 대표되는 이른바 '공유 경제'에 대해서도 각을 세웠다.

 

그는 "많은 미국인들이 남는 방을 빌려주고, 웹사이트를 디자인하며, 심지어 자신의 차를 운전해 돈을 벌고 있다"며 "이러한 이른바 '임시직 경제'(gig economy)는 멋지고 새로운 기회와 혁신을 제공하는 반면, 노동조건의 보호나 미래의 좋은 일자리 등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전문매체인 마켓워치는 "클린턴 전 장관이 연설에서 '우버 경제'를 겨냥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앨리슨 무어 사무국장은 논평을 내고 "미국이 이미 재정적자를 내고 국가부채가 오바마 행정부에서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클린턴 전 장관은 이러한 지출을 어떻게 충당할지도 설명해야만 했다"고 지적했다.

 

또 "클린턴 전 장관이 설명을 하든, 하지않든 (자신의 정책을 실행에 옮기려면) 증세를 해야만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증세를 하지 않는다면 자신과의 약속을 깨야만 할 것"이라고 비판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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