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입이 모두 부진하고 저유가 국면이 길어지면서 올해 우리나라 교역액이 2011년 이후로 5년 만에 가장 적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수출입이 모두 부진하고 저유가 국면이 길어지면서 올해 우리나라 교역액이 2011년 이후로 5년 만에 가장 적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하반기에도 부진이 계속될 경우 2011년 막을 올린 '연간 교역 1조달러 시대'를 이어가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깊어지는 부진의 골…상반기 수출입 감소세, 7월에도 이어져 24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이달 1~20일 우리나라의 수출과 수입액은 각각 253억700만달러, 247억2천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1%, 15.8% 감소했다.

 

20일간 성적이지만 하반기를 시작하는 7월도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상반기 통관기준 수출액은 2천687억달러, 수입액은 2천224억달러로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15.6% 감소했다. 교역액은 4천911억달러로 작년 상반기(5천465억달러)보다 10.1% 줄었다.

 

올 들어 지난 20일까지의 수출과 수입액은 각각 5.4%, 15.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기 실적 기준으로는 2010년 하반기 이후 수출과 수입 모두 최저치다.

 

세계 경제의 회복이 더디고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한 결과다.

상대적으로 높아진 원화 가치가 수출 경쟁력의 발목을 잡았다.

 

상반기 수출 증감률을 보면 중국(-2.1%), 동남아(-9.7%), 유럽연합(-14.7%), 중동(-5.1%), 일본(-17.6% ) 등 주요 시장이 모두 감소세를 기록했다. 나홀로 경기 회복세를 보인 미국만 5.5% 늘었을 뿐이다.

 

특히 우리의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 부진은 고착화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연간으로 우리나라 수출 총액이 2.3% 늘었는데도 대 중국 수출은 0.4% 뒷걸음질했고 올 들어서 그 감소폭이 더 커졌다.

 

이대로 2년 연속 감소한다면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 이전인 1970년까지 따져봐도 2년째 감소한 사례는 없다.

 

중국으로의 구조적인 수출 부진을 우려하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중국의 중간재 자급률이 1%포인트 오를 때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5% 감소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중국이 그간 수입에 의존하던 중간재를 자급하면 우리의 중간재 수출도 줄고 결과적으로 GDP 감소를 초래한다는 얘기다.

 

천용찬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수입 중간재를 중국산으로 대체하는 '차이나 인사이드' 정책을 펴면서 중국의 총수입 중 중간재 비중은 2000년 64.4%에서 2014년 49.8%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술추격에 따른 위기감도 커졌다. 중국이 품질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리면서 한국산 수입을 줄이는 동시에 세계시장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과 경쟁하면서 직간접적인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본다. 

 

◇ 연간 교역액 1조 달러 달성 어려울 둣

교역이 하반기 들어 서서히 나아질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관측도 있지만 대체적인 전망은 밝지 않다. 

 

그리스 위기는 불씨로 남아 수출에 변수가 되고, 이란 핵협상 타결은 유가를 다시 끌어내려 수입액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유가 급등을 점치는 관측도 현재로선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달에 낸 '단기 에너지전망(STEO)' 보고서에서 브렌트유 가격을 3분기에 배럴당 63달러, 4분기에 62달러, 올해 연간으로 60.22달러

로 전망했다. 한 달 전에 했던 전망보다 연평균 가격을 배럴당 0.31달러 낮춰잡은 수치다.

 

무엇보다 수출 쪽에선 중국으로의 수출이 하반기에도 개선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6월 이후 발표된 주요 국내기관의 전망치(통관 기준)에는 이런 사정이 반영됐다 그나마 제일 낙관적인 정부 전망을 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말 하반기 경제전망 발표 때 올해 수출과 수입이 각각 1.5%, 7.0% 감소할 것이라는 수정 전망치를 내놨다. 

 

6개월 전에 각각 3.7%, 3.2% 늘어날 것이라던 전망에 비해 5.2%포인트, 10.2%포인트 내려잡은 것이다.

 

올해 정부의 증감률 전망치를 토대로 수출입액을 산출하면 각각 5천641억달러, 4천887억달러이고 교역액은 1조528억달러다.

한국은행은 이달 초 수정전망에서 수출입이 각각 4.3%, 11.1% 감소한 5천480억달러, 4천670억달러로 예상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KIET)도 각각 3.1%, 9.7% 줄어들 것이라고 봤다.

 

민성환 KIET 연구위원은 하반기 거시경제전망 자료에서 "최근 수출 부진은 유럽·중국의 경기

둔화, 국제유가 급락, 엔화·유로화 약세 등 일시적 요인과 금융위기 이후 세계교역의 구조적 둔화, 중국의 성장 둔화와 구조 변화, 수출주력산업의 해외생산 본격화 같은 구조적 요인의 영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달 초 민간연구소인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수출이 4.7%, 수입이 14.4% 줄어들 것으로 전망헸다. 이를 바탕으로 수출입액을 계산해보면 각각 5천457억달러, 4천498억달러가 나온다. 이를 합한 교역액은 9천955억달러에 그친다.

 

2011년부터 연간 1조달러를 웃돌던 우리나라의 교역액이 1조달러를 밑돌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간 연간 교역액은 2010년 8천916억달러에서 2011년 1조796억달러로 처음 1조달러를 돌파한 뒤 2012~2014년에 각각 1조675억달러, 1조752억달러, 1조982억달러였다. 

 

올해 무역수지 흑자는 800억달러 안팎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900억달러를 웃돌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471억5천만달러)의 갑절 수준이지만, 수출이 주는 가운데 수입의 감소

폭이 훨씬 큰 데 따른 불황형 흑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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