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송재형 의원, 10년간 항공요금 52건 전수조사

 

일부 항공요금의 경우, 정명훈 감독 측의 허위청구 의혹 짙어

 

[중앙뉴스=김태정기자] 서울시의회 송재형 의원(강동2, 운영위원회)은 ‘서울시향에서 지난 10년간 지급한 정명훈 예술감독의 항공요금 13억여 원 중에서 허위청구 내지는 부당하게 지급된 항공요금이 1억 원이 넘는다’며 ’서울시가 시향을 감사하면서 언론에 제기된 문제에 대한 해명성 감사에 그친 것이 아니냐‘며 유감을 표했다.

    

정 감독이 서울시향과 맺은 계약서에는 “서울시향의 자체 기획공연을 지휘하기 위하여 한국에 입·출국하는 경우 유럽-한국 왕복 항공요금(First Class 2매)을 지급하며 연간 1회에 한하여 유럽-한국 왕복 항공요금(Business Class 3매)를 추가로 지급하고 연간 2회 이내에서 정명훈 감독의 매니저의 한국-유럽 왕복 항공요금(Business Class 1매)을 지급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위 계약서대로라면 정 감독에게 직접 지급하는 1등석은 물론 매니저 등 다른 사람들에게 지급할 수 있도록 한 비즈니스석도 모두 유럽-한국-유럽 왕복 노선이어야 한다. 계약서에서 노선을 제한한 이유에 대해 ‘비즈니스석을 포함한 모든 항공요금은 유럽에 거주하는 정 감독의 서울시향 공연을 위한 목적에 사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 감독 본인의 항공요금도 서울시향 공연 목적 외에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매니저나 지인들에게 지급하는 비즈니스석도 정 감독의 서울시향 공연과 무관하게 그들의 사적인 목적을 위해 시혜적으로 지급하는 항공요금은 아니라는 것이다. 항공요금을 지원하는 목적은 어떤 경우라도 서울시향의 공연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그럴 경우 정 감독의 스탭이나 가족이 함께 여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조항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송재형 의원이 요구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정 감독에게 지급한 52건(1등석 44건, 비즈니스석 8건, 총 13억 1천여만 원)의 항공요금 중 최소한 비즈니스석 5건, 일등석 3건은 지급해서는 안 될 항공요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1 참조> 금액적으로는 언론에서 문제를 삼아 논란이 되었던 1천3백만 원 외에도 추가로 반환시켜야 할 항공요금이 1억2천3백여만 원에 이르는 규모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요구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서울시향 관계자들이 보여준 답변 태도였다. 계약서의 정확한 이행보다는 정 감독을 예우해야 한다는 과도한 배려로 인해 발생한 문제였음을 숨기지 않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부당하게 지급된 항공요금 중 정 감독의 허위 청구를 의심할만한 사례도 여러 건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2010년 4월 정 감독에게 지급된 항공요금 26,604,440원은 서울시향과 도쿄필이 관례에 따라 항공요금을 절반씩 부담한 금액이었다. 그 이유는 서울시향과 도쿄필 모두의 공연을 위한 입출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8년 11월 항공요금도 같은 경우였으나 37,109,824원 전액을 서울시향이 부담했다.

 

시향 관계자는 당시 정 감독이 왜 일본을 경유하여 유럽으로 돌아갔는지 일본에서 보름을 체류한 목적은 무엇이었는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은 정감독이 일본을 경유하여 보름간 머문 것은 도쿄필 지휘를 위한 것이었으나 <자료사진#2> 이를 서울시향 측에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허위청구를 의심할만한 또 다른 사례도 있다. 2009년 5월에 정 감독이 로마에 다녀온 항공요금을 서울시향에 청구한 사례이다. 당시 서울시향의 공연일정을 보면 5월 3일부터 21일까지 정 감독은 7차례나 서울시향을 지휘하게 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정 감독은 바쁜 일정의 일부를 빼내어 5월 9일부터 12일까지 이태리에서 3차례 산타세실리아 교향악단을 지휘한 사실이 있다. <자료사진#3> 그런데 이태리 공연을 위해 출국했다가 입국한 항공요금을 서울시향이 지급했다는 사실이다.

 

이를 확인한 결과 서울시향 관계자는 정 감독이 당시 마르세이유 집에 다녀 온 것으로 알고 있을 뿐 산타세실리아 교향악단 지휘는 금시초문이라는 답변이었다. 요구자료로 확인한 당시 결재서류에는 대한항공운임증명서 외에는 아무런 증빙자료도 갖추지 않았다. 운임증명서에는 ‘서울-파리-마르세이유-로마-마르세이유-파리-서울’로 기재되어 있다. 정 감독이 이태리 공연을 목적으로 출국하면서 마르세이유에 있는 집에 다녀오는 것처럼 허위청구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서울시향의 항공요금 지급을 위한 결재서류에도 문제가 많았다. 지난 10년간 서울시향이 정 감독에게 지급한 52건의 항공요금 관련 서류를 전수 조사한 결과 사후 정산을 통해 항공요금을 정확히 지급한 경우는 2014년 들어 몇 차례 있었을 뿐이다. 2013년까지 사후정산은커녕 그나마 전자티켓이라도 갖추어져 있으면 다행이었다. 상당수 항공요금이 탑승일정조차 확인할 수 없는 항공사 운임증명서나 정 감독 측이 스스로 제출한 청구서만을 근거로 지급되었다.

    

이런 서류들로는 송재형 의원이 요구자료 분석에 의해 밝힌 1억2천3백여만 원 외에 얼마나 더 많은 허위청구 내지는 부당지급이 이루어졌는지 서울시향의 업무담당자조차도 확인할 길이 없는 셈이다. 정명훈 감독이 스스로 해명하지 않는다면 사법기관의 수사를 통해야만 밝혀질 수 있는 상황이다.

    

송재형 의원은 ‘서울시향은 제기되는 의문들을 덮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에게 제대로 해명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책임지는 자세가 중요할 것’이라며 ‘정명훈 감독도 해외를 떠돌며 특파원들에게 언론플레이만 할 것이 아니라 조속히 입국하여 경찰 수사에 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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