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명절을 앞두고 서울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이 제수용품 등을 준비하는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중앙뉴스=신주영기자] 오랜 소비침체에 허덕여온 유통업계가 오랜만에 추석 명절 대목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 고가 한우·과일 10~20% 늘어…100만원대 와인 55%↑

 

23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사전예약판매+본판매)은 작년 같은 기간(추석 당일 기점)보다 15.7% 늘었다.

 

건강식품(25.9%), 청과(24%), 주류(22.2%), 한우(13.9%) 등의 증가율이 모두 10%를 넘어섰다.

 

고가의 프리미엄급 선물세트도 잘 팔리고 있다. 100만원이 넘는 한우 선물세트의 경우 전체 준비된 물량의 85%가 팔렸고, 100만원대 이상의 와인 선물세트의 판매량도 작년 동기대비 54.7% 급증했다. 1㎏에 70만원대인 자연송이의 판매량도 40%이상 불었다.

 

현대백화점의 추석 선물세트 매출(예약판매+본 판매·9월 21일~10월 22일)도 지난해와 비교해 11.8% 불었다. 

 

비싼 한우 가격에 불구, 정육 세트가 21.1%나 늘었고 값이 작년보다 5~10% 떨어진 청과(23.3%) 매출 증가율도 20%를 웃돌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정육의 경우 주로 법인 고객들이 40만원 이상의 프리미엄급 한우 선물세트를 많이 구매했다"고 전했다.

 

신세계의 경우도 1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추석 선물 매출(예약판매+본판매·8월 18일~9월 22일) 증가율(작년동기대비)이 9.2%로 집계됐다.

 

품목별 증가율은 ▲ 축산(한우 등) 12.4% ▲ 수산(굴비·갈치 등) 3.3% ▲ 농산(과일·버섯 등) 8.8% ▲ 건강식품(홍삼 등) 13.3% 등이었다. 

 

◇ 마트·온라인몰, 가공식품·건강식품 선물 인기

 

백화점만큼은 아니지만 대형 마트의 추석 대목 경기도 괜찮은 편이다.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이마트의 추석 선물 매출(예약판매 포함)은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6.1% 늘었다.

 

품목별 증가율은 배 혼합 세트(4.2%), 냉장한우세트(18.2%), 통조림 세트(8.3%), 조미료 세트(4.5%), 커피·차 세트(12.4%) 등으로 집계됐다. 반면 작년보다 값이 뛴 굴비 세트 매출은 10.8% 오히려 줄었다.

 

롯데마트의 추석 선물 판매 실적도 이마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예약판매를 포함한 롯데마트 추석 선물 매출은 작년동기대비 6.7% 많았다. 

 

과일(-4.5%)과 축산물(-4.7%)이 뒷걸음질한 반면, 커피·차(24.6%)·건강식품(10.8%)·조미·인스턴트식품(13.5%) 등이 호조를 보였다.

 

변지현 롯데마트 마케팅전략팀장은 "올해 추석을 앞두고 특히 가공식품 선물세트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신선식품 선물의 경우 명절에 임박해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번 주 실적이 전체 추석 매출 실적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매각을 거쳐 주인이 바뀌어 뒤숭숭한 홈플러스의 경우 이번 추석 대목에 큰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홈플러스 추석 선물 매출(8월 6일~9월 22일·예약 판매+본 판매)의 증가율은 1.4%에 불과했다.

 

가공식품(8.9%), 건강·미용(4.1%), 속옷·양말 등 패션잡화(26%) 등만 늘었을 뿐 신선식품은 11.2%나 감소했다. 

 

온라인쇼핑시장도 추석을 앞두고 활기를 띠고 있다.

 

G마켓(www.gmarket.co.kr)이 최근 2주(9월 9~22일) 실적을 분석한 결과, 식용유(11%)·통조림(53%)·미용용품(41%)·커피(24%)·생활용품(44%) 등 각 품목별 선물세트 매출이 작년 같은기간(추석 기점)보다 11~53% 늘었다.

 

국내산 과일(10%), 한우(9%), 굴비·조기(16%), 홍삼(107%), 등·어깨 안마기(117%), 안마의자(63%) 등 명절 선물로 인기가 많은 상품들의 매출도 전반적으로 뚜렷하게 작년보다 불었다.

옥션(www.auction.co.kr)에서도 추석 선물로 커피세트(97%), LA갈비 등 수입쇠고기(82%), 비타민·미네랄(65%), 홍삼·인삼(27%) 등이 많이 팔렸다.

 

이 같은 유통업태·품목별 추석 선물 판매 추이로 미뤄,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이 한우를 비롯한 고가의 고급 선물세트는 백화점에서, 가공식품·생활용품 등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선물은 마트나 온라인 등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 재래시장도 "지난해보다 나쁘지 않다"

 

판매 현황이 정확히 드러나는 실적 통계는 없지만, 재래시장 역시 지난해보다는 낫다는 게 전반적 평가이다. 

 

진병호 전국상인협회장은 "전통시장 경기가 마트나 백화점에 비해 특별히 더 나쁘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전통시장은 일반 마트나 백화점과 달리 과일을 낱개로 취급하고 생선포 같은 신선식품을 그 자리에서 준비해 주기 때문에 제수용 과일·생선·송편 등이 많이 팔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진 회장은 "추석 차례상에 신선한 음식을 올리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 재래시장은 추석 당일에 가까워질수록 붐빌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송편의 경우 24일부터 26일 오전까지 판매량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추석용으로 소량의 김장을 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추석을 앞두고 배추를 포함한 김장용 채소가 잘 팔리는 것도 재래시장의 새로운 추석 대목 풍경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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