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신주영기자]소비자들이 쇠고기를 구매할 때 참고하는 마블링(근내지방) 위주의 소 도체 등급판정 기준 개편이 추진되는 데 대한 신중론이 제기됐다.

 

지인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0일 연구원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을 통해 "쇠고기에 포화지방이 많아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마블링 중심의 쇠고기 등급판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하지만 국내 축산업 전반과 육류 소비 등 다양한 분야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 연구위원은 "현행 등급판정제도는 축산물 시장개방에 대응해 한우의 고급화를 통한 차별화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며 "이 제도 덕분에 한우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 연구위원은 "현행 등급판정제도를 손보게 된다면 한우가 외국산 쇠고기와 차별화할 수 있는 개선된 등급제도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고 외국산 쇠고기와의 차별화 전략에 차질이 생긴다면 한우산업은 미래를 보장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양의 포화지방 섭취가 건강에 나쁜 것은 사실지만 2014년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외국산 쇠고기를 포함해 10.8㎏에 지나지 않고 국내산 쇠고기의 1인당 소비량은 5.41㎏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2014년 1등급 이상 출현율 58.1% 가운데 지방이 많은 부위 비율이 25.16%(안심 2.02%, 등심 9.72%, 갈비 13.42%)라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국민 한 명이 마블링이 잘된 1등급 안심·등심·갈비를 먹는 양은 1년에 790g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쇠고기의 마블링과 건강과의 관계를 거론하는 것은 기우"라고 말했다.

 

지 연구위원은 "시장은 소비자에 의해 움직인다"며 "마블링 중심이 아닌 다른 사양관리에 따라 비육한 한우고기의 수요가 증가한다면 등급판정기준 역시 변화해야 할 것이지만 현재까지 소비자 입맛은 마블링이 잘된 쇠고기를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은 앞서 육질과 육량을 기준으로 하는 현행 소 도체 등급판정 기준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소 도체를 육질과 육량으로 구분해 각각 1++, 1+, 1, 2, 3 등 5개 등급과 A, B, C 3개 등급으로 결정한다.

 

육질 등급 판정 기준은 근내지방도·육색·지방색·조직감·성숙도, 육량 판정 항목은 도체중량·배최장근 단면적·등지방 두께 등이다.

 

등급판정제도로 국산 쇠고기가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소비자와 유통인이 참고할 거래 지표가 생겼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럼에도, 마블링 위주 판정기준 때문에 소에게 곡물사료를 과다하게 먹이게 되고, 국민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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