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의 유려한 언어감각으로 시의 동사적 본질을 파헤친 시의 꽃들

▲     © 김찬옥 시인


  

 최근 발간한 김찬옥 시집『벚꽃 고양이』(현대시학 시인선 019)가 연말의 시단을 후끈 달구고 있다. 이 시집은 1996년 <현대시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찬옥 시인의 세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자신만의 유려한 언어감각으로 시의 동사적 본질을 파헤친 시의 꽃들을 피워냈다.

이 시집의 해설을 쓴 박성현 시인은

- ‘시’라는 동사적 역동을 ‘풍경의 생소한 배치’라는 과감한 이미지 운용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준다. 특히, 이 ‘배치’를 시작의 방법으로 적극 활용해, 기존의 관성화된 풍경을 뒤틀고, 낯설게 펼쳐놓는다.- 고 소개하고 있다.

시인은 금번 세번째의 시집을 내면서도

" 또 다시 숨바꼭질이다 복사꽃 발그레한 부끄럼이면 될까 머리카락이 보일만큼만 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겸허한 소감을 밝혔다. 시집의 제목이 된 시 '벚꽃 고양이'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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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고양이

 

 

  탱자나무 울타리에 집채보다 큰 고양이 한 마리 올라앉아  

진도 앞바다를 응시하고 있다 겨우내 앙상하게 뼈만 보이던 

고양이가 갓 지은 햇살 밥을 먹고 포동포동 부풀어 올랐다 

4월의 잔인한 허리를 하얀 붕대로 감고 가시 무덤을 감싸고 

앉았다

  

  눈웃음을 향기롭게 짓는 고양이가 바람의 심장을 품고 앉았다 

달항아리만한 꽃술 한 단지 다 비우고, 수몰된 바다를 건져

올리려다 온몸에 열꽃이 피었다 맨발로 가시덤불을 뛰어 내리며 

황사의 등을 밀어내고 있다

  

  봄이 저 수평선을 넘어가기 전에 살풀이춤이라도 추어야 한다 

차디찬 바다의 안부를 묻기 위해 보들보들해진 발톱으로 꽃잎 엽서를 

써야 한다 바닷물이 다 마를 때까지 하얀 붕대를 풀어내야 한다 수억 

개의 열린 동공으로 수풀 사이도 꼼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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