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심미안이 묘사한 삶의 바퀴

▲     © 최희 기자


 

달 바퀴

김 희 숙

 

저 달은 어느 밤을 지나는 바퀴일까

384,400km를 외바퀴로 굴리면

어느 산등성이에 도착은 할 수 있을까

외바퀴로 산을 넘어가는 달

밝기는 공전하는 거리일까

서로 물러선 거리가 한낮처럼 밝다

별들을 싣고 만월을

세상 곳곳의 구석까지 실어 나른다

내 어린 날 지프차는

네 바퀴로 빠르게 굴러갔지만

외바퀴 달은 내 길을 앞서지도 뒤서지도 않고

묵묵히 나를 따라와 주었다

나를 태워주던 아저씨도

지프차도 모두 달을 타고 떠났다

 

이제 삭망월의 절정인 둥글게

차오르는 중년이 

더 이상 달을 타지 않으려 커튼을 친다

한밤의 창문을 집요하게 비추며

재촉하는 달빛

은빛 나방이 팔랑거리며 달 속으로 들어가고

은빛 머릿결은 바람에 개수를 센다

달은 서쪽을 향하고 

죽음은 달의 방향을 따라가는가,

잊고 있던 忌日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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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달리는 모든 것들은 둥근 바퀴가 달렸다. 자동차 자전거 바퀴 지구 그리고 해와 달...둥글어야 돌기도 잘 하려니와 잘 달려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광속의 날개가 있는 것들이 아닐까 싶다. 산다는 것은 파도를 꺽는 것이 아니라 파도를 둥글게 타며 쓸데없이 돋아나는 뿔을 깍아내는 것이 아닐까?

 언제부턴지 돌아볼 겨를 없이 휘발되는 삶, 달바퀴라는 단어는 시인의 눈만이 볼 수 있는 은유의 미학이라고 생각한다. 화자는 문득 올려다본 달의 모습에서 중년을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의 무상함을 느꼈나보다. 자신을 들여다보며 이제는 매 순간을 소중히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삶의 바퀴를 점검해 보았을 것이다. 인간 모두에게 공평한 시간은 투명하고 냉정하다. 무엇으로 그 시간들을 채워나갈지는 우리 자신이 정하는 것이다.

 설날이 또 며칠 남지 않았다. 달바퀴가 굴러가듯 보름달 상현 하현달 등의 모습으로 변신을 보여주는 달의 친절함이 산다는 것은 어쩌면 재미있는 거라고 매일매일 변화하며 살라고 일깨워준다. 지나간 후회와 상처로 허무를 다스리며 삶의 바퀴 점검을 해보는 시간이다.

당신의 달바퀴는 안녕하신가?

(최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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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시와표현〉 등단.

월간 <시와표현>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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