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오른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

[중앙뉴스=신주영기자]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이 28일 아시아나 주주총회에 대리인을 보내 경영상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2009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등을 돌린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갈등이 한동안 잠잠하더니, 동생이 형에게 경영훈수를 둔 셈이다.

 

금호가의 회사들은 형 박삼구 회장이 운영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동생 박찬구 회장이 운영하는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작년 말 대법원 판결에 따라 완전히 쪼개졌다. 이날 오전 금호석유화학의 위임을 받은 변호사 3명이 아시아나항공 주주총회에 참석했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12.61%(2천459만여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금호석화 대리인은 "지난해 재무제표를 보니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한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매우 안타깝고 실망스럽다"며 "2016년에도 이러한 상황이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있어 당부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매출액이 5조2천억원인데 영업이익은 93억여원으로 현저히 미미한 수준이고 자본잠식은 계속 악화돼 언제 해소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급수수료 1천500억원이 어디에 나가는지, 관계회사간 거래도 왜 증가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금호석화 대리인은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식의 미봉책을 반복하면 안된다"며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통한 구조조정과 비핵심자산을 매각해야 한다는 말을 경청해 달라"고 강조했다.

 

금호석화 대리인은 '경영책임'을 이유로 서재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의 아시아나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금호석화 측은 반대 이유를 설명하려 했으나 앞서 경영상황에 대해 '8분간' 발언했다는 이유로 마이크를 넘겨받지 못했다.

 

서 사장 재선임안은 찬반 거수를 통해 통과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자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작년 말에는 2년간 구조조정 일환으로 지점 통폐합과 희망퇴직·무급휴직 등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이행중이다.

 

일반직 47명이 희망퇴직했고 임원차량 150여대 반납, 광고비 축소 등이 이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개별 기준으로 지난해 당기순손실 1천519억여원을 기록했고 부채비율은 2014년 715.4%에서 2015년 991.5%까지 늘었다.

 

5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이며 자본잠식률이 2014년 18.5%에서 2015년 35%까지 늘었다.

아시아나항공 김수천 사장은 이날 주총에서 "지난해 이윤창출을 하지 못한 점에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올해는 반드시 누적부진을 극복하고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과 편의를 증진해 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에어서울이 올해 하반기 취항하면 아시아나·에어부산·에어서울 항공3사 체제가 완성돼 손익구조 개선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고 항공정비(MRO) 사업을 통해 성장동력 확보의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악화가 결국엔 항공안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깊이 우려한다"며 "이 때문에 주총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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