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군부 견제 및 인권개선 촉구 방편

[중앙뉴스=임효정 기자] 미얀마에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치가 주도하는 문민정부가 들어섰지만, 미국은 남아 있는 대(對) 미얀마 제재를 상당 부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치 주도의 미얀마의 문민정부가 정치범 석방 등 개혁조치를 단행하면서 제재 해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미국 산업계도 미얀마와의 교역 및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 미얀마 문민정부가 출범했다.   

 

그러나 상하원 의석의 4분의 1과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주요 부처를 장악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군부의 반개혁 움직임을 견제하는 한편, 인권문제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은 지난 1997년 발효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특정 국가나 개인, 회사 등에 대한 제재 유지 또는 해제 여부를 1년 단위로 결정하는데, 대(對) 미얀마 제재 갱신 시한은 오는 20일이다.

 

특히 오는 22일로 예정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첫 미얀마 방문을 앞두고 미국이 대미얀마 제재를 어느 선까지 풀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15일 미 행정부 관리와 의회 보좌관들을 인용해 미국이 미얀마의 특정 회사들과 특별지정제재대상(SDN)에 포함됐던 일부 인사들에 대한 제재를 풀겠지만, 반개혁적 움직임을 견제하고 인권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재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정부 고위관리들은 현재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인 수치도 제재 유지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미얀마 경제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군부 기관들을 압박할 수 있는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수치의 의견이라는 것이다.

 

민주화운동 시절 군부와 대척점에 있던 수치는 그동안 미국의 제재 수위 결정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의회 외교위원회의 아시아지역 소위 위원들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오바마 행정부가 성급하게 전면적인 제재 해제에 나서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소위 위원인 공화당의 코리 가드너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벤 카딘 상원의원은 케리 국무장관과 제이컵 루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미얀마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고, 제재 해제시 의회와 공조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미국은 군부 출신의 테인 세인 전 대통령 정부가 2011년 출범 이후 개혁개방 조치들을 취하면서 과거 군부독재 시절에 내렸던 경제 제재의 상당 부분을 해제했다.

 

그러나 미얀마 군부의 돈줄이자 부패의 온상으로 꼽히는 미얀마산 옥(玉)과 루비를 금수 품목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미얀마 국방부와 정부군 및 무장세력과의 무기 거래도 금하고 있다.

 

또 미국은 인권 탄압 등에 관여한 수백 명의 인사를 특별제재대상으로 규정하고 이들과의 거래도 금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은 미얀마에 투자한 자국 기업들에 인권, 환경, 지역민과의 협의 여부 등 '책임 있는 투자'를 판단할 수 있는 11가지 지표에 대한 보고서를 매년 정부에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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