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조영남의 대작(代作)논란..“현대 미술은 사기다”
[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조영남의 대작(代作)논란..“현대 미술은 사기다”
  • 윤장섭 기자
  • 승인 2016.05.25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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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가수'와 '화가'를 합친 '화수(畵手 그림 그리는 가수)'로 불러달라고 했던 조영남의 삶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많은 사람들은 예술가를 동경하고 멋지고 화려한 직업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예술가 중에서도 화가에 대한 이미지는 언제나 긍정적이다. 좋다는 의미다. 화가(畵家) 하면 캔버스 앞에 앉아 유화 물감이 잔뜩 묻은 앞치마를 걸치고 한땀 한땀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림의 주제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도 온전히 화가의 몫이다.

 

화가가 이젤 뒤에 숨겨놓은 것들은 다양하고 무궁무지하다. 화가가 화폭에 담으려고 하는 것들 중에는 누드모델의 아름다운 여인도 있고 작고 볼품없는 소품도 보인다. 미소가 아름다운 왕자도, 웅장하고 다이나믹한 대자연의 서사시도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화가라는 직업은 정말 멎져 보인다.

 

그러나 최근 이젤 너머에서 들려온 그리 아름답지 못한 소식이 대한민국 미술계를 뒤집어 놓았다.

 

미술계를 흔들어 놓은 주인공은 엉뚱하게도 화가가 아닌 연예인 조영남이다.가수이자 방송인으로 잘 알려진 조영남이 언젠가부터 화가로 데뷔해 화투장 그림을 그리고 팔아왔다는 것은 이미 미술계 쪽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작품들이 조영남이 그린 것이 아니고 다 남이 그려준 거더라 하는 폭탄 발언이 언론을 통해 터져 나왔다.

 

대작(代作)논란이 일기 전 까지 조영남은 비교적 괜찮은 연예인이자 방송인으로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누렸고 정식 화가도 아니면서 화투 그림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왔다.

 

유명 연예인이 그림을 그린다는 희소성 때문에 작품의 가치가 오르고 그의 작품을 소지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빚어진 웃지못할 현상이다.유치원 아이가 그렸을 것 같은 작품도 공인이 그리면 그림의 값어치가 오른다는게 참 아이러니 하다.

 

미술계에서는 화가의 작품활동을 돕기위한 어시스턴트 제도가 이미 오래전부터 일부 작가들 사이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는 현대미술의 모든 분야에서 용인되는 것이 아니라 개념미술(槪念美術·Conceptual Art)이나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나 팝아트(Pop Art), 그리고 비디오나 미디어아트, 설치미술 등에 국한되어 있다.

 

어시스턴트 제도는 비단 미술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도우미라는 의미가 더 크다.관행이라고 보는 것은 착각이다.

 

그러나 한 유명 연예인의 잘못된 행위로 인해 이 제도가 관행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미술계의 사기라고 까지 몰고가고 있는 이번 사건은 유명 연예인을 뒤에서 소리소문없이 어시스턴트 했던 중견 화가의 자존심마저 흔들어 놓았다.

 

조영남은 "미술계의 관행"이라며 어물쩍 구렁이 담넘어 가듯 대작(代作)논란을 비비고 넘어가려 했지만 대중의 시선은 조영남의 행위를 괘심죄를 넘어 사기로 까지 판단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조영남이 말하는 미술계의 관행이라는 대작(代作)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작금(作今)의 현대미술에서 일부 작가들 중에는 자신들의 작품을 위해 도우미를 두기도 한다.일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작업방식을 두고 모든 화가들이 조수를 두고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우리는 극히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관행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관행이라고 하면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들로 여러 사람이 다 인정하고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혼자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조수를 두는 게 관행’이라는 말은 모순이기도 하다.

 

오늘날 '제프 쿤스'나 '데미안 허스트', '무라카미 다카시', '아니쉬 카푸어' 등 유명 작가들이 스튜디오에서 많은 보조자를 두고 작업을 하는데, 이들의 이런 작업방식에 대해 미술계가 용인하는 것은 그들 작업의 개념 자체도 그렇지만 작가의 역량 또한 뛰어나기 때문이다.

 

조영남은 화가도 아니고 유명한 작가도 아니다. 조영남의 대작(代作)논란에 더 기름을 부은건 미술계의 허명(虛名)의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남들보다 앞서 SNS를 통해 의견을 표명(表明)하자 언론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대중들은 먹이를 앞에둔 사자와 같았다.대중들은 사정권안에 들어온 목표물은 여지없이 갈기갈기 찢었고 결국 미술계의 치부가 들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소위 '대작 스캔들'은 어떻게 시작 된 것일까? 조영남이 송 화백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시켰고, 터무니없는 대가를 지불했으며,자신은 그 그림을 자기가 그린 그림으로 둔갑시켜 고가에 그림을 팔았다.

 

만약 대작이 관행이라면, 화투 그림들은 모두 조영남이 그린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그림을 그린 송 화백은 그림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조영남이 과연 그림들을 온전히 자신의 창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조영남은 2009년 만난 송 화백을 조수로 둔 것이라는 주장을 일관되게 펼치고 있다.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모두 자신이 제공했고, 송 화백은 자신의 지시에 따라 그림만 그렸다는 것이다. 주로 화투 그림을 부탁했다. 시간이 촉박해서 몇 점 그려오라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조영남이 송 화백에게 그림을 맡기고 지불한 금액은 10만원 남짓. 그 마저도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는 게 송 화백의 주장이다. 2009년부터 그림을 그려줬다는 송 화백은 심지어 차비조차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송 화백은 8년간 300여점의 그림을 대작(代作)했다. 논란이 확대되자 조영남의 그림을 구입했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조영남의 그림은 한 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남이 송 화백에게 그림을 받아 고가에 판 것이 사실이라면 사기죄가 성립할 수도 있기에 재판부의 판결에 미술계와 국민들의 눈과 귀가 쏠리는 이유다.

 

백남준은 일찍이 “현대 미술은 사기다”라고 말을 했을 정도로 백남준 조차 현대 미술을 신뢰하지 못했다.

 

백남준의 이름 끝자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무지한 필자의 입장에서 더욱 현대 미술을 이해한다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다.

 

검찰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조영남의 대작(代作)논란은 결과에 상관없이 이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예술가들에게 상처만 남겨줄 뿐 아름다운 영광은 없다. 그래서 더욱 씁쓸한 오후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news@ej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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