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다시 서울시오페라단과 만나는 <안드레아 셰니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는 10월에 공연하는 오페라 작품 <안드레아 셰니에>는 서울시오페라단(단장 박세원)과 인연이 아주 깊다. 먼저 서울시오페라단이 1985년 창단되었을 때, 창단기념작으로 공연된 작품이 바로 <안드레아 셰니에>였다. 또한, 1992년 두 번째로 올려진 <안드레아 셰니에>에서는 현재 서울시오페라단의 단장 박세원이 남자 주인공 ‘셰니에’ 역으로 직접 출연하였다.

<안드레아 셰니에>는 베리즈모(사실주의) 오페라의 대표작이다. 작곡가 조르다노 (Umberto Giordano, 1867~1948)는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마스카니, ‘팔리아치’의 레온카발로와 함께 베리즈모 오페라의 3대 거장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1896년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에서 ‘안드레아 셰니에’를 초연한 후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 이 작품은 베리즈모의 극적 흐름을 지켜나가면서도 종래의 이탈리아가 지닌 가장 전통적이고 매력적인 음악을 그대로 살린 1800~1900년대 이탈리아 오페라 중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혁명 당시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실존인물 ‘안드레아 셰니에’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오페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오페라에 ‘셰니에’의 짧은 일생과 그의 두 편의 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이다.

베리즈모 오페라 (Verismo : 사실주의, 일상생활적인 사건, 인간이 지닌 추악상이나 잔학성 등이 솔직히 표현되는 오페라)

정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한다.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를 보면 최근 화제가 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떠오른다.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그 시대의 계급 투쟁, 정치적 음모, 고뇌하는 지식인의 심리와 비극적인 사랑을 담아냈다. 오페라의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 이 시대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오페라 3막에 등장하는 제라르의 아리아 ‘조국의 적’은 적이 아닌 친구를 배반하는 자신의 처지가 혁명의 정의와 상반되는 것은 아닌지..그리고 그의 정의와 조국애,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애욕, 그리고 이에 대한 비열한 마음 속의 갈등 등을 그린 명곡이다. 이 아리아를 통해 제라르는 급변하는 혁명시대를 살았던 청년의 고뇌와 방황을 이야기한다. 사랑과 정의라는 가치가 퇴색되고 있는 오늘날, 노래를 듣는 청중 역시 이 오페라를 통해 조국에 대한 사랑과 정의에 대한 사랑, 그리고 연인에 대한 사랑 등 잊고 있었던 가치의 숭고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테너의 오페라, 국내에서 네 번째로 만나게 되는 진짜 이유는?

1985년 서울시오페라단의 한국 초연에 이어, 1992년 서울시오페라단, 2006년 국립오페라단을 통해 공연된 이 작품은 격정적인 드라마와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져 많은 오페라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는 다른 어떤 오페라보다도 아름답고 당당한 테너의 아리아를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프랑스 혁명 당시 실존인물이었던 시인 혁명가 ‘셰니에’ 역은 테너인데, 어느 다른 오페라보다도 멋진 모습으로 등장한다. 세기의 테너들도 셰니에 역만큼은 놓치지 않았었는데, 초연 당시 ‘주세페 보르가티’가 셰니에 역을 모범적으로 해석하여 각광을 받았던 이래 ‘엔니코 카루소’, ‘마리오 델 모나코’, ‘프랑코 코렐리’가 매우 열정적이고 스타일 넘치는 셰니에를 표현했다. 또한 쓰리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모두가 이 역에 깊은 애착을 보여 명연과 명반을 남겼다.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는 당대 최고의 테너들만이 그 역할을 잘 소화해 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베르디’나 ‘푸치니’의 작품에서 테너의 아리아들은 보통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만 고음 처리를 하고 있는데 비해,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의 테너는 전체적으로 고음으로 부른다는 점이 다르다. 또한, 가사도 시적이고 철학적이기 때문에 이를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연기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테너의 주요 아리아도 1막에서 약 6분, 4막에서 약 5분 분량이고, 2막과 4막에서 ‘맏달레나’와의 이중창이 각각 10분, 15분 정도로 길다는 것도 가수에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끝으로 작품 자체가 드라마틱하고 스케일이 크다는 점과 실존 인물을 표현해야 하는 부담감, 이 작품에 등장하는 배역들 모두 높은 음악성과 드라마틱한 음색을 지녀야 한다는 점 등도 그동안 이 작품을 만나기 힘들게 한 요소이다.

오페라의 종가, 이탈리아에서 온 지휘자

이번 공연에서 지휘를 맡은 ‘로렌초 프라티니(Lorenzo Fratini)’는 이탈리아 베르디 극장에서 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프라티니는 밀라노의 베르디 국립음악원에서 교수로 활동하였으며 제노바 카를로 펠리체 극장에서 지휘자를 역임한 바 있다. 그는 이탈리아의 주요 페스티벌인 피에솔라나 여름 음악 페스티벌과 루나티가 페스티벌 등에서 지휘해 큰 호평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9년 3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이탈리아 베르디극장의 ‘나비 부인’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났다. 당시 유려하면서도 활력이 넘치는 멋진 선율을 선보이며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었다.

국내 최정상급 성악가 출연

안드레아 셰니에로는 테너 박현재, 한윤석, 이병삼이 출연한다. 셰니에와 연인이자, 사랑하는 남자의 죽음에 자신의 목숨을 함께 내건 여인 ‘맏달레나’ 역에는 소프라노 김향란, 김인혜, 이지연이 출연할 예정이다. 특히, 소프라노 김향란은 1992년, 2006년에도 ‘맏달레나’역을 맡아 큰 호응을 받았었다. 소프라노 김인혜와 안드레아 셰니에로 유명한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소프라노 이지연도 출연해 유려한 음악을 선사할 예정이다. 혁명가 ‘제라르’로는 바리톤 고성현과 최진학 등 이 열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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