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갈등과 무관심 속 '시한부 기구' 한계 노정

[중앙뉴스=임효정 기자]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희옥)가 출범한 지 12일로 열흘을 맞았지만, 쇄신 논의에는 좀체 속도가 붙지 않는 형국이다.

 

앞서 혁신비대위는 지난 7일 제2차 전체회의에서 원구성 협상이 타결되면 탈당파의 복당 문제를 논의키로 했으나 아직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 새누리 비대위가 출범한지 열흘이 지났다.   

 

김 위원장이 이 회의 모두 발언에서 "정치적인 셈법에 개의치 않고 일을 하겠다"라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라 보인다.

 

대신 혁신비대위는 출범 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소재 온라인마케팅 중소기업 방문(9일), 새누리당 청년 사무처 당직자와 도시락 간담회(7일)를 개최하는 등 '민생 행보'를 활동의 중심축으로 잡은 것으로 보인다.

 

총선 패배의 최대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천 파동과 이에 따른 탈당파의 복당, 계파 갈등과 같은 민감한 현안을 건드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육지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지난 4·13 총선 이후 두 달 가까운 지도부 공백 상태를 깨고 2일 출범할 때 받았던 친박(친박근혜) 비박간 계파 갈등 해소와 정치 혁신에 대한 기대치에 견주어 보면 활동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게 현실이다.

 

한 혁신비대위원은 12일 "구성 단계부터 정확한 의제를 설정해 속도를 내도 쉽지 않은 혁신인데 너무 더디게 나가고 있다"면서 "특히 일부 위원들은 복당과 같은 당 현안에 관심이 없거나 튀려고만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복당 문제는 단순히 복당에 대한 가부 결정을 떠나 4·13 총선에서 벌어졌던 공천 파동의 원인을 규명하고 꼬인 매듭을 본격 논의하는 출발점으로서 의미가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러나 친박계에서는 공공연히 유승민 의원을 포함한 복당 문제에 공공연히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사견을 전제로 "아직은 당의 리더십이나 지도부가 완전한 상태가 아니다"라면서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하면 권한을 갖고 당원의 의견을 들어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그동안 일괄 복당을 강하게 요구했던 비박계 역시 상임위원장 선출과 소속 상임위 배정에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입을 다물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혁신비대위 활동 시한은 대략 앞으로 한 달 반. 오는 7월 말∼8월 초로 거론되는 전당대회가 열리고 나면 소임을 다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선거를 앞둔 상황도 아니고 뚜렷한 권한도 없이 일단 임무를 시작한 혁신비대위가 계파 갈등과 무관심 속에 결국 흐지부지 활동을 마칠 것이라던 애초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미 더불어민주당에 국회의장직을 넘긴 마당에 의원 몇 명을 더 늘릴 필요가 없어졌다는 현실론도 혁신비대위가 복당 논의를 재촉할 필요가 없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기류는 지난 10일 첫 의원 연찬회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제2당으로 전락했지만 집권 여당이 가야 할 길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계파 정치가 당 쇄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는 점에 거의 모두 동의하면서도 '계파 청산'이라는 구호만 외쳤을 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코앞의 상임위원장과 상임위 배분이 신경 쓰이는 의원들에게는 그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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