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린 풀무원

[중앙뉴스=임효정 기자]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는 풀무원. 이런 풀무원이 최근 많은 사건과 사고에 휘말리고 있다. 창사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처해있는 풀무원이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 <중앙뉴스>가 들여다봤다.

 

▲ 계열사 직원들의 직영점장 폭행으로 인한 ‘사망’ 사건

 

지난 10일 경찰에 따르면 풀무원 계열사 풀무원건강생활의 지점관리 A팀장과 B대리는 강남에 있는 본사직영 지점장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지난 8일 구속됐다.

 

이들은 지난 4일 오전 1시 경 서울 강남구의 한 노래방에서 역삼지점장 C(29)씨 등 3명과 함께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을 벌이다 C씨를 폭행해 숨지게 만들었다.

 

▲ 풀무원이 위기에 봉착했다.  풀무원 홈페이지     

 

경찰에 의하면 숨진 C씨가 "본사가 왜 지점을 홀대하느냐"며 항의하자 C씨와 동기인 B씨가 자신의 상사인 A씨에게 함부로 대한다며 말다툼이 벌어졌다.

 

이 말다툼은 B씨와 C씨의 폭행으로 번졌고, A씨까지 폭행에 가담했다.

 

C씨는 A씨와 B씨의 폭행 끝에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나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풀무원이 최근 몇 년 간 실적부진을 겪으며, 대리점과 직원 등에 무리하게 영업압박을 해온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그러나 이 사건에 관한 풀무원 측의 입장은 경찰의 발표와는 사뭇 달랐다. 풀무원 측은 이 사건은 ‘상하관계’나, ‘갑의 을에 대한 횡포’가 아니라 개인들 간에 일어난 단순한 폭행 사건이라고 밝혔다.

 

풀무원 홍보실 관계자는 “B씨와 C씨는 동기이자 친구 사이로, 그날의 술자리는 회식자리나 공식적인 업무의 연장선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상하관계’에 의한 폭행사건이 아니다”라고 단정 지었다.

 

또 “A팀장이 폭행에 가담한 것이 아니라, B씨와 C씨의 싸움을 말리는 도중에 우발적으로 정당방위 차원에서 폭행을 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숨진 C씨의 장례비용이나 보상 절차에 대해 묻자, 이 관계자는 “장례는 끝났지만, 아직 회사 측에서 장례비용을 전액 부담하지는 않았다”며, “추후에 소정의 금액을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상 절차에 대해서는 아직 전달 받은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피해자인 A씨와 B씨가 회사를 퇴사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 끝나지 않은 지입차주들과의 ‘갈등’

 

지난 2월 충북 음성 풀무원 물류사업장 앞에서 파업시위 중인 이 회사 지입차주들이 업무방해를 풀지 않으면 하루 100만원씩 이행 강제금을 부과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민사부는 18일 풀무원의 물류계열사인 엑소후레쉬물류가 "제품 운송 방해 행위를 중단하라"며 민주노총 화물연대 소속 이 회사 지입차주 17명을 상대로 낸 업무방해 금지 등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고 말했다.

 

▲ 풀무원은 지입차주들과 갈등을 일으켰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지입차주들이 헌법이 보호하는 집회 및 시위 자유의 한계를 넘어 범죄에 준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업체의 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적시했다.

 

재판부가 인용한 금지 항목은 정상적으로 제품 운송에 나선 차량에 대한 가격 행위, 기사 폭행, 운행 방해, 안전운행 위협, 이물질 투척, 차량 장치 파손이다.

 

재판부는 "지입차주들이 집회나 시위를 하면서 금지 행위를 할 우려가 있어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며 "명령을 위반할 경우 1인당 하루 100만원씩 이행 강제금을 업체 측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풀무원의 일부 지입차주들은 지난해 9월 4일부터 '도색 유지 계약서' 폐기 등을 요구하며 음성 물류사업장에서 5개월 넘게 파업 농성을 했다.

 

6번의 대규모 집회 과정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 파업에 참가한 지입차주 1명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됐고, 폭력을 행사한 지입차주와 민주노총 관계자 등 55명이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엑소후레쉬물류 관계자는 "지입차주의 폭력 집회로 차량 65대가 파손되는 등 직·간접적으로 26억 원에 달하는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며 "법원의 이번 결정은 이들의 행위가 불법임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농성 중인 지입차주들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려 불법행위를 멈추고, 업무에 정상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관계자는 "법원이 금지한 운행 방해 등의 폭력행위는 없었다"며 "현재 하는 집회·시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해서도 풀무원 측은 자신들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며 선을 그었다. 풀무원 홍보실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해 “지입차주들은 풀무원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뉴스>는 파업에 참여했던 지입차주들 중 한 명과의 전화 인터뷰를 시도했다. 파업을 주도했던 한 지입차주는 자신들은 정확히는 “풀무원 소속이 아닌 대원냉동 운수사 소속”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지난 2월 소송에서 풀무원 측이 승소”한 뒤, “5월 10일 합의서를 작성하고 파업을 끝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의서는 풀무원 측과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라 풀무원 측에서 대원냉동과 지입차주들 간에 작성할 것을 요청해 문서상으로는 대원냉동과 지입차주들 간에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합의서에 적시된 내용들은 전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풀무원 측에서는 이 합의서는 대원내동과 지입차주들 간에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것.

 

그러나 대원냉동과 계약을 맺은 원청은 풀무원이기 때문에 풀무원 측이 이 사건과 관련해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을 남기고 있다.

 

▲ ‘실적 부진’ 부담 소비자에게 떠넘기기

 

이 외에도 풀무원 측은 부진한 실적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 해 두부의 원재료인 콩 가격이 많이 하락했지만, 그에 반해 풀무원에서 만든 두부의 가격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풀무원 측 관계자는 “풀무원에서는 콩을 연 단위로 계약을 하기 때문에 시세에 따라서 두부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풀무원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풀무원 홈페이지  

 

또 올해 최저임금이 상승했기 때문에 인건비를 반영해 두부 값을 올렸다는 것이 풀무원 측의 설명이다.

 

▲ ‘위기’가 ‘위기’인지 모르는 풀무원

 

폭력사건, 지입차주들과의 갈등, 실적 부진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풀무원. 풀무원은 대표적인 ‘바른 기업’이라는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내부적으로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는지 풀무원 측에 질문했다. 그러나 풀무원 측에서는 ‘위기’라는 것은 “외부의 평가일 뿐이지, 내부적으로는 전혀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폭력 사건 등으로 인해 내부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을 위기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지 회복을 위한 어떠한 계획이나 논의도 오가고 있지 않다는 것이 풀무원 측의 입장이다.

 

원경선 원장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풀무원은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의 정신을 실천한다는 것을 모토로 내세웠다. 풀무원에서 말하는 이웃사랑 정신이란 자연 그대로 신선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드리겠다는 이웃사람의 정신으로서, 이는 즉 사람과 삶과의 아름답고 굳센 약속이며, 내 가족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품을 만든다는 풀무원의 의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또 생명존중 정신에 대해서는 이웃사랑의 정신구현을 위해 생명의 근원인 자연을 사랑하고 살리는 것으로서, 작은 생명도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가꾸어 나가겠다는 사람과 자연과의 약속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계열사 직원들의 폭행 사건에 대해 회사와는 관계없는 사적인 일이라고 선을 긋고, 지입차주들과의 갈등 또한 풀무원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말하는 기업이 과연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의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반문하고 싶다. 자사에 소속된 직원들, 또 회사와 관계된 사람들을 향해 관계없는 사람들이라고 선을 그어버리는 기업이 과연 이러한 정신을 실천할 의지가 있는 것인지 끝까지 많은 의문이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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