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희 기자


 

명함3

최정란

 

 

이름을 나눠주는 돌들이 늘어난다

기하급수적으로 믿을만한 화강암이 늘었다는 말은 아니다

이름을 건네는 수석이 늘어날수록

살아 숨 쉬는 거친 돌들은 더 깊은 산으로 숨었으니

마침내 자갈은 악수에 손바닥이 다 닳으리라

붕대를 감은 돌들이 얼굴을 내밀지만

파도는 단단한 익명의 모서리를 깎아낼 뿐

누구의 녹슨 악명도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나저나 걱정이다 이번에는 또 어느 튀는 돌고래에게

휙, 매끄러운 휘파람새 같은 한 표를

가볍게 던져주어야 하나

****************************************

  명함들을 정리하다보면 누구였더라 가끔은 기억나지 않는 명함을 한참동안 들고 들여다보기도 한다.

 이 기억력이라니 참 미안하고 낯 뜨겁다. 아쩌면 낭비, 남발한다는 생각을 잠시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명함은 자신을 가장 간결하게 소개할 수 있는 소통의 수단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화려한 명함들의 계절은 선거철이 아닐까 싶다. 지난 선거 때도 거리마다 난무하던 명함, 명함들! 마치 명함들의 전쟁 같았던 20대 국회가 출범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요즘 돌멩이들이 신문마다 방송마다 와글와글거린다.

 ‘제발 자신이 뿌린 명함값이라도 좀 하시는 정치인들이 되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시인의 마음이 내 마음처럼 읽힌다. 나 역시 미미한 한 소시민에 불과하지만 내 명함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자신을 잘 단도리하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최 희)

*************************************** 

최정란 시인 /

경북상주 출생

200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시집 『여우장갑』 『입술거울』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