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집 『식물의 체온』발간한 신미애 시인

▲     © 최희 기자


 

공룡 서식지

     신미애

 

 

  공룡의 서식지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요 영토를 넓히는 공룡, 우리 집 앞 사거리에도 서식지가 있어요. 공룡은 잡식성, 대항할 힘이 없는 것들은 그의 먹잇감이 되지요 공룡이 골목으로 들어서자 재래시장과 구멍가게들이 사라졌어요 끝없는 식탐은 그물망처럼 영토를 확산하고 있어요 안방과 거실은 물론 커피숍, 편의점 등 역마다 새로운 터전을 삼았지요 우리는 그의 계획 속에 들어있어요 시대에 맞는 전략으로 기호를 사로잡아요 공룡이 만든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전화를 하고 컴퓨터를 켜요 공룡의 손짓은 중독성이 강해요 예전의 입맛도 잊어버리고 생각을 삭제하는 약을 주입한 듯 머리는 휴대폰과 컴퓨터에 달라붙어 있어요 알을 생략한 공룡은 난태생, 며칠만 지나면 어느덧 어른이 되어있어요 티라노사우르스처럼 꼬리를 휘두르기 시작하지요 저 거대한 위장, 지금도 공룡은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어슬렁거리고 있어요

 

-신미애 시집 『식물의 체온』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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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첫 시집『식물의 체온』을 출간한 신미애 시인의 시다.

 풍자와 예리한 통찰, 비판을 넘어 문제 제기와 해결책을 묻는 듯하다.

시대적 아픔이 묻어나는 고발성 강한 시들 중에서 위 시는 안타까운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빈익빈 부익부의 냉엄한 자본주의 사회,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무자비한 영업으로 골목상권까지 먹어치우는 공룡기업들의 행태를 고발하고 있다. 먼 옛날의 육식공룡들은 오늘날 대기업이라는 공룡으로 다시 환생했다. 시인이 말한 공룡 서식지는 도시를 넘어 우리 생활, 우리 마음속인지도 모른다. 어제는 동네 어귀 재민이네 가게가 폐업을 하고 인천공단으로 이사를 갔다. 아픈 마음에 위 시가 스며들어 더욱 아린 날이다. 이 시간도 어디선가 공룡의 입맛 다시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최 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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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애 시인 /

1962년 서울 출생

2012년 월간 <시 표현> 등단

시집/ 『식물의 체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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