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한나 기자


 

공지사항

이도훈

 

 

아침에 일어나면

날자와 요일을 꼭 확인하세요.

당신의 날인지 아니면

당신을 기억하는 누군가의 날인지.

많은 사람들이 나의 날이 아닌 날들을

열심히 계산하면서 살아가지요.

세 번 거짓말한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를 알면서도

하루 세 번, 삼십 번

양들의 공포 속에서 살아요.

양의 털은 부풀어 오르는 일을 하고

그 털을 깍지 않으면 죽어요.

그러나 그 털을 깎고

앙상한 당신을 보게 된다면

당신이 죽겠죠.

 

그런 날들 속에서

출근을 하고, 부서를 배정받고, 시무식을 하죠.

급여를 받고 승진도 하면서 마지막 여분에는

누구나 의연하고 비겁해지죠.

스스로를 용서하고 떠나버리거든요.

실재하는 슬픔들과 장례절차들만 남아요.

그러니 제발

일어나면 먼저 날짜를 확인하세요.

오늘이 당신의 날인지 아니면

당신을 기억하는 누군가의 날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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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속 지난여름의 아우성도 절기 앞에 힘없이 물러가고 있다. 문득 이 여름 땀 뻘뻘 닦아내느라 안부 한 번 묻지 못한 이들에게 아쉬움과 미안함이 남아있다.

열심히 산다는 것이 때론 나를 위한 것이 아닌 가족이나 일을 위한 습관적인 일일뿐일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때로는 거짓말도 해가며 모순 속에 사는 것이 인생들이다.

정작 중요한 나를 잃어가며 사는 것은 아닌지 위 시를 감상하며 조용히 점검해 보았다.

사람의 부조리한 감정이나 적당히 타협하던 기억도 시간 따라 희미해지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아차’하는 후회가 남을 수도 있다.

시인은 「공지사항」이라는 제목을 통해 내안의 무심과 무의식의 세계를 깨운다. 사실 삶이란 궁극적으로 보면 내것이 아니라는 철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맞이하는 하루하루는 나의 날로 내가 주인이 되어 살아가야한다.

내가 서있는 이지점은 과연 어느 지점인가, 짐짓 놓치고 사는 것은 무엇인가? 잠시 생각해본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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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훈 시인 /

2015 <시와표현> 등단

온새미로 동인

화성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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