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공동 롯데그룹 본사  

 

[중앙뉴스=신주영기자]재계 순위 5위의 롯데그룹 오너 일가 5명 이상이 한꺼번에 기소돼 법정에 설 위기에 놓였다.

 

현실이 된다면 10대 그룹은 물론, 국내 재벌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6월 이후 본격적으로 비자금 등 롯데그룹 관련 비리 의혹을 파헤쳤고, 마지막 수순으로 현 롯데 총수인 신동빈 회장을 20일 검찰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검찰에서 신격호 총괄회장과 자신의 연 300억원대 계열사 자금 수입의 출처,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 대한 한국 계열사의 10년간 400억원대 급여 지급, 롯데케미칼 수입 과정의 일본롯데물산 끼워넣기, 자동출납기(ATM) 제조·공급업체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시 계열사 동원 등 각종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인지 여부나 해명을 요구받을 전망이다.

 

신 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으로,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파악한 신 회장의 전체 횡령·배임 혐의 액수가 2천억원에 이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따라서 구속 여부는 단언할 수 없지만 검찰의 신 회장에 대한 기소는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신 회장 뿐 아니라 나머지 오너가 다수도 기소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도 10년간 400억원 이상 한국 계열사로부터 급여를 받은 혐의 등으로 이달 초 검찰에 불려갔고, 창업주 신격호 총괄회장 역시 이달 7~9일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세 차례나 검찰의 방문 조사를 받았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이미 지난 7월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등으로 구속 기소돼 현재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미스 롯데 출신 서미경 씨까지 검찰과 법정에 불려 나올 수도 있다.

 

현재 검찰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서 씨와 맏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넘기면서 양도세나 증여세 등을 전혀 내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 체류 중인 서 씨를 한국으로 불러 조사하기 위해 여권 반납 등 강제 소환 절차에 착수한 상태다.

 

결국 향후 추가 수사·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롯데 총수 일가 삼부자(父子)와 장녀, 그리고 창업주의 사실혼 관계자까지 모두 5명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재벌가에 대한 비리 수사에서는 보통 총수 1명, 많아야 일가 중 2명 정도가 기소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만약 신영자 이사장에 이어 롯데 삼부자의 기소가 확정되면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조준웅 특별검사팀의 '삼성 비자금' 수사에서도 기소된 총수 일가는 이건희 회장(배임·조세포탈 등 혐의) 뿐이었고, 2013년 진행된 CJ 비자금 의혹 수사를 통해 기소돼 실형을 받은 총수 일가도 이재현 회장(1천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1명이었다.

 

2012~2013년 SK 비자금 수사에서 최태원 회장과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횡령 등의 혐의로 동시에 기소돼 실형을 받을 때만 해도 '오너가 형제 동시 기소·실형'이 화제가 될 정도였다. 그러나 '오너가 최다 기소'의 불명예 기록은 이번 롯데 비자금 수사에서 경신될 전망이다.

 

또 이번 롯데 비자금 수사의 특징은 워낙 비리 의혹이 다양하고 수사 범위가 방대해 '비리 백화점'식 수사로 불렸던 만큼 경영권의 정점에 있는 총수를 소환하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점이다.

 

검찰의 본격적 수사 개시 시점을 그룹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기준으로 본다면, 롯데 수사의 경우 지난 6월 10일 시작돼 3개월 10일만인 오는 20일 신동빈 회장이 검찰에 출두한다.

 

재벌 총수로서는 신 회장 바로 전 검찰에 소환된 이재현 CJ 회장이 2013년 5월 21일 그룹 압수수색 후 한달여만인 같은 해 6월 25일 전격 소환된 것과 비교해 두달 이상 소환 시점이 늦은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 비자금 수사가 그 어떤 그룹 비자금 수사보다 오래 걸리고 의혹도 다양한 만큼 신동빈 회장을 비롯해 기소되는 오너 일가 수도 가장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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