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격노·한나라당, 강기정 윤리위 제소…민주 `신중모드'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대우조선해양 남상태 사장 연임 로비 의혹의 '몸통'이라는 민주당 강기정 의원의 의혹 제기가 정치권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강기정 의원의 주장은 이렇다. 남상태 사장은 지난해 1월 19일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씨가 골프를 치다 쓰러져 서울대병원에 입원했을 때 김재정씨 처의 도움으로 김윤옥 여사와 만났으며, 같은해 2월 초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인 황태섭씨의 주선으로 처와 함께 청와대 관저에서 김윤옥 여사를 만나 연임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김윤옥 여사는 정동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남상태 사장의 연임 문제를 챙겨보라고 얘기했고, 정동기 전 수석이 민유성 산업은행장에게 김윤옥 여사의 뜻을 전달함으로써 남상태 사장의 연임이 확정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윤옥 여사와 황태섭씨가 1000달러 수표 다발을 받았다는 게 강기정 의원의 주장이다.

강기정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선 면책특권이 인정된다고는 하나, 영부인의 실명을 거론하며 거액의 금품수수 의혹까지 제기한 것은 전례 없는 일로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당장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강기정 의원에 '십자포화'를 퍼붓고 나섰고, 민주당은 "과민반응"이라고 맞서는 등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기정 의원의 발언을 보고받은 뒤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은 2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국회의원이 면책특권을 이용해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발언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고 강기정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강기정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강기정 의원의 의혹 제기에 대해 "망나니같은 발언"이라고 비난하며 불쾌감을 표출했고, 이군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영부인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삼류소설을 제시한 것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고 거들었다.

이에 맞서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사실이면 수사하고 아니면 해명하면 되지, 청와대에서 발끈하고 과민반응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기정 의원을 감쌌다. 

그러나 민주당은 다소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강기정 의원의 발언이 민감한 사안인 만큼 사실 여부에 따라 강기정 의원 본인은 물론 당까지 책임론에 휘말리는 등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강기정 의원을 감싸면서도 "정치권이 영부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심사숙고하면서 앞으로 의혹은 계속 밝혀가겠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 이같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기정 의원의 의혹 제기에 따른 후폭풍이 정기국회 전체를 뒤덮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권과 민주당의 공방전이 가열되면 4대강 사업 등 다른 이슈를 묻어버릴 뿐만 아니라 예산안 처리 등 국회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윤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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