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기연 기자]우리 민족의 위기 상황에서 좌우합작과 평화통일 운동의 선구자였던 몽양 여운형(1866∼1947) 선생의 70주기 추모식이 19일 오후 2시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백범을 따르는 우리들, 몽양을 따르는 우리들이 다른 모든 우리들과 함께 힘을 모아 우리 자신을 모멸하는 것들만 빼고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자는 다짐을 하려는 것입니다." 이부영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장 추모식사를 낭독하고 있다.

 

몽양 추모식은 매년 서울 우이동 묘소에서 열어왔지만 올해는 몽양의 '좌우합작' 노선 뜻을 기리고, 몽양과 백범을 따르는 후진이 힘을 합해 남북화해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뜻에서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었다.

 

이부영 기념사업회 회장은 "몽양 선생님 70주기를 맞는 저희는 다시 민족의 위기와 절멸을 걱정하고 있다"며 "몽양 선생님께서도 조국과 민족의 모습을 참담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미국과 중국의 쟁패는 더욱 가팔라지고 북한의 핵무장은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막바지 단계로 치닫고 있다"며 백범과 몽양을 따르는 후진들이 힘을 모아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는 노력을 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미군정 당국자가 이북행을 말리자 몽양이 '집주인이 제집에서 안방에 가든 건넌방에 가든 왜 객이 이래라저래라 참견인가'라고 답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면서 외세의 개입에 앞서 남과 북이 서로 믿고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은 이경근 서울지방보훈청장이 대독한 추모사에서 "불의의 저격으로 유명을 달리하실 때까지 선생님께서는 60평생을 오직 조국의 독립과 민족의 통합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살아오셨다"며 "이에 저희는 선생님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힘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다짐했다.
 

박유철 광복회장은 일본이 전범국임에도 평화헌법을 개정해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건설에 사활을 걸고 있고 북한도 핵 개발을 통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대한민국이 중심이 돼 동북아시아와 세계평화 구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기원했다.

 

항일독립운동단체회장 함세웅 신부는 "이제 우리 모두 용기를 내 각자가 여운형이 되어 남북을 가르고 좌우를 나누어 비난하고 적대하는 것을 버리고 서로 존중하고 가치를 인정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경림 시인은 '당신이 꿈꾸던 날, 당신이 죽어서도 꿈꾸던 나라'라는 제목의 추모시에서 "당신의 뜻 당신의 말을/ 끝내는 잊지 않은 이 땅에 촛불을 타고/ 장미와 함께 모란과 함께 봄이 왔습니다/ 이제 우리 다시는 이 봄을 빼앗기지 않으렵니다"라고 노래했다.

 

참석자들은 몽양을 기리는 봉도가(奉悼歌)를 부르고, 차례로 몽양의 영전에 흰 국화를 헌화했다.헌화 후 유족 대표로 나선 여인영 대중기계 회장은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정권욕에 사로잡힌 분단세력은 할아버님을 암살했고 이후 친일 보수정권들은 의도적으로 당신의 위대한 삶을 역사에서 지우려 했다"며 "오늘 추모행사를 통해 당신의 통합과 융화의 정신을 본받아 자주독립과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뜻깊은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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