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명 일동 시국선언문 발표, 일부 보수단체 반발난동
 
 
▲  2일 오전 서울대 신양인문학술정보관 국제회의실에서 서울대교수 124명이 시국선언 기자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 424명이 오늘(3일)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한다는 시국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시국선언 움직임은 다른 대학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정부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지식인들까지 현 정부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어서 적잖은 파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선언문에서 교수 일동은 “지난 수십년간 온갖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진 현 시국에 대해 우리들은 깊이 염려하고 있다”며 “작년 ‘촛불집회’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소환장이 남발되었고 온라인 상의 활발한 의견교환과 여론수렴이 가로막혔으며, 이미 개정이 예고된 집회 관련 법안들의 독소조항도 시민사회의 강한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 또한 훼손됐다고 선언문에서 주장했다.  교수들은 “여야의 동의로 지난 3월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가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출범했지만 여당 측 위원들이 회의 공개나 국민여론 수렴을 반대함으로써 위원회는 표류하고 있다”면서 “이런 흐름은 민주주의 기반인 언론의 자유를 허물어뜨리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교수들은 또 현직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과 관련 현 정권이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상처를 입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살리기’로 탈바꿈해 되살아나고 있으며, 지난 10여년 동안의 대북정책 성과도 큰 위험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노 전 대통령 검찰 수사 방식에 대해서는 검찰이 비리 의혹을 언론에 흘림으로써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게 인격적 모독을 가하는 등 수사과정이 엄정하지 못했고 상식을 벗어났기 때문에 정치보복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교수 일동은 선언문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보장 등이 포함된 요구사항을 정부 측에 제시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하는 도중 보수단체로 보이는 회원들이 소동을 벌여 회견이 잠시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들은 선언문 낭독이 끝나고 질문시간이 되자 갑자기 “호국영령들에 묵념도 하지 않고 기자회견을 하느냐”고 언성을 높이면서 교수들에게 항의했다.

자신들을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단체 회원이라고 밝힌 이들은 기자회견 절차상의 문제를 걸고 넘어지면서 “서울대학교 교수가 맞느냐”며 “이 학교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학교인데 뭘 가르치는 것이냐”고 따졌다.

기자회견 중단 사태는 교수 측이 국기 게양과 선열에 대한 묵념 등을 기자회견 순서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하면서 일단락됐다.  아래는 교수 일동이 정부에 제시한 요구사항 전문이다.

1.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다. 이 대통령이 스스로 나서서 국민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정치를 선언해야 한다. 더불어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은 다른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진심으로 국정의 동반자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1. 현 정부는 민주사회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1. 현 정부는 전직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하며, 정적이나 사회적 약자에게만 엄격한 검찰 수사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1. 현 정부는 용산 참사의 피해자에 대해 국민적 화합에 걸맞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경제 위기 하에서 더 큰 어려움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집권층이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서 타오르고 있는 민주적 요구에 대해 진지하고 성의있게 대응함으로써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국민적 화합과 연대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큰 길로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을 간곡히 바란다.

2009. 6. 3.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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