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거리 2천700㎞·최고고도 550㎞ 정상각도 발사

▲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9일 국방부가 지난 24일 실시한 '800km 탄도미사일'의 전력화 비행시험 영상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중앙뉴스=김주경 기자] 북한이 26일에 이어 29일 중거리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일본 상공을 넘어 북태평양에 떨어뜨리는 발사해 또 다시 도발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군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은 오늘 오전 5시 57분경 평양시 순안 일대에서 불상 탄도미사일 1발을 동쪽 방향 일본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 해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비행거리는 약 2천700여km, 최대고도는 약 550여km로 판단했으며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관방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미사일이 이날 오전 6시 6분께 홋카이도 에리모미사키(襟裳岬) 상공을 통과했고 오전 6시 12분께 에리모미사키의 동쪽 1천180㎞ 태평양에 낙하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사거리 1천∼3천㎞의 미사일은 중거리탄도미사일(MRBM)로 분류되지만, 비행거리가 2천700㎞에 달한다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급으로 볼 수 있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쏜 미사일은 IRBM인 화성-12형일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에는 고각이 아닌 정상 각도로 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화성-12형은 북한이 지난 5월 14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바 있으며 IRBM 규모다. 당시 화성-12형은 30∼45도의 정상각도로 쏠 경우 최대 사거리가 4천500∼5천㎞에 달한다. 화성-12형은 액체연료를 쓰는 탄도미사일로 연료 주입량을 늘리고 줄이는 방식으로 사거리 조절이 가능하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일본과 미국을 겨냥한 도발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9일 미군기지가 있는 괌에 대한 '포위사격'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북한은 IRBM인 화성-12형 4발을 괌 주변 해역에 떨어뜨리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탄도미사일 비행거리는 괌에 이르는 거리(약 3천500㎞)에는 미치지못하지만, 언제든지 일본 상공을 넘어 괌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날릴 수 있음을 과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한가지 주목할만한 사실은 북한이 이번에 처음으로 정상각도로 쏜 점도 주목할 만하다.북한의 무기화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용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로켓은 과거 일본 상공을 수차례 통과한 바 있다.

 

북한이 미국을 비롯해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대형 도발을 감행함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또 한 번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이날 오전 7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긴급 소집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정부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신규 제재 결의 2371호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재도발을 한 데 대해 이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정경두 합참의장과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이날 공조통화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 군사적 대응을 포함한 한미동맹의 대응 조치를 최대한 빨리 시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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