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 도발 자제토록 압박 가해야"… 中 "중국기업 공평하게 대해달라"
 
 


"미국중국은 핵과 경제 부문의 두 지도적 국가로서 특별한 의무가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1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특별한 의무(special obligation)'라는 단어를 내세웠다. 후 주석과 취임 후 7번째 회담을 서울에서 하게 된 오바마는 후 주석에게 유독 '두 지도적 국가로서'라는 말도 반복해서 썼다.

그전까지 중국에 '책임 있는(responsible)' 행동을 압박해왔던 데서 한층 더 무게를 실은 외교적 수사(修辭)였다.

◆회담 전 '특별한 의무' 압박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 시작 전부터 언중유골(言中有骨)의 발언을 이어갔다. 기자들 앞에서 중국을 향해 'G2의 특별한 의무'를 거론했다.


그는 "양국이 지금은 글로벌 현안과 양자 현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을 보면 최근 몇년 사이에 관계가 더욱 강화된 것이 분명하다"면서 "양국은 핵 지도국으로서 확산을 막고 경제 지도국으로서 강하고 균형잡힌 성장을 담보해야 할 '특별한 의무'를 지고 있다"고 말했다.

후 주석은 협력 필요성의 총론에는 동의했다. 그는 "중국은 언제든지 미국과 대화 교류 협력을 증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다.

◆회담장 안에선 환율 공방

하지만 회담장 문이 닫힌 후에는 팽팽한 접전이 이어졌다. 예정 시간인 1시간을 20분이나 넘긴 회담의 상당 부분이 환율 문제에 할애됐다고 배석한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말했다. 먼저 포문을 연 쪽은 오바마였다.


그는 중국이 위안화 절상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지 않으면 무역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보호무역주의를 낳고 세계 경제 회복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 주석은 환율 개혁이 점진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중국중앙TV(CCTV)는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요구해온 빠른 위안화 절상론에는 반대 표시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오히려 지금까지 보여온 위안화 절상 노력을 미국이 주목해야 한다고 맞받았다고 라엘 브레이너드 미 재무차관은 전했다.

그 외 민감한 현안들도 다 테이블 위에 올랐다. 오바마는 중국에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 및 주변국에 대한 도발을 자제하고 남한과 관계를 증진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배석자들은 전했다. 중국 내 인권 문제와 정치범 석방도 거론됐다.

후 주석은 미국이 최근 일방적으로 6000억달러를 시장에 공급하기로 한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해 "이런 정책을 취할 때 신흥시장국과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후 주석은 또 오바마 대통령에게 "빠른 시일 안에 중국의 첨단기술제품 수출 제한에 관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고, 미국에 투자하는 중국 기업에 공정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고 CCTV는 전했다.

대만에 대한 미국의 무기 판매와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접견 문제도 의제에 포함됐다고 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했다.

◆메르켈도 美 양적완화 간접 비판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도 양자 회담을 갖고 상호 협력을 다짐했다. 두 정상은 주요 경제국들 사이의 무역 불균형 해결을 위한 틀이 필요하다는 데는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켈 총리는 그간 공개적으로 반대해 온 미국의 양적 완화 조치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고 배석자는 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아 이견이 여전했음을 시사했다. 메르켈 총리는 이날도 보호주의에 대한 강력한 반대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보호주의를 피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면서 "그럼으로써 우리가 (세계무역을 자유화하는) 도하 협상으로 진입했다는 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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