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퇴, 구노조 파업 중단, 방송법 국회 통과 가능성 제로

▲ 고대영 KBS 사장은 8일 정치권이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그 절차에 따라 사퇴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고대영 KBS 사장이 조건부 사퇴를 밝힌 가운데, 이와 관련 KBS 양대 노조가 파업 중단과 지속을 각각 천명해 KBS 파업의 동력이 약화되는 모양새다.

 

KBS 노조는 KBS 노동조합(구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새노조) 두 주체가 존재한다. 고 사장은 8일 오후 구노조에 “방송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사퇴하겠다”고 거취를 밝혔고 이에 따라 구노조는 10일 0시부로 파업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고 사장은 “KBS 정상화를 누구보다 바란다”며 “여야 정치권이 방송 독립을 보장할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구노조는 “고 사장의 거취 표명이 미흡하지만 방송법 개정을 통한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라 평가한다”고 밝혔다.

 

▲ KBS 구노조(노동조합)는 방송법 개정안이 곧 통과될 거라는 판단 아래 파업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8일 밝혔다. 이를 조건으로 고대영 KBS 사장과 합의했지만, KBS 새노조와 시민사회는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며 구노조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KBS 노동조합 블로그    

 

새노조는 8일 긴급 성명을 발표해 정치권의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따라 고 사장이 임기를 다 채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 사장이, 조건부에 맞는 상황이 펼쳐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 꼼수를 부렸으며, 구노조는 여기에 호응해줬다는 취지다.

 

특히 자유한국당 등 국회에 불신감을 드러내며 국회의 재량에 KBS 정상화 문제를 맡길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파업 노선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요지는 현재 정치권의 형국을 봤을 때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될 리가 없기 때문에 고 사장 퇴진 행동은 이것과 무관하게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언론장악방지법’으로 불리는 방송법 개정안은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여러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쟁점화 된 상황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언론장악방지법은 특별다수제, 사장추천위원회, 노사 동수 편성휘원회 등 공영방송에 관한 3가지의 핵심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자유한국당은 방송법 개정안을 손봐서 다시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난 2월 언론장악방지법을 방송장악법으로 매도하며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자유한국당은 야당이 된 처지에서 여당 입맛에 맞는 사장 임명은 막을 수 있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부합할지 모르지만,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가 설치되면 노영 방송이 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시민사회와 공영방송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언론계에서는 특별다수제가 오히려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적임자가 올 수 없는 구조로 전락할 수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야 추천 공영방송 이사들이 반드시 합의를 해야만이 공영방송 사장이 선임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직접 발의했던 방송법 개정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8월 방송통신위원회 업무 보고를 받으며 방송법 개정안이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소신 없는 사람이 (공영방송 사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발언했다.

 

이용마 MBC 해직기자는 대안으로 신고리 원전 공론화위원회의 사례처럼 사장 선임을 그런 식으로 무작위로 뽑힌 시민들이 숙의 과정을 통해 결정하는 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새노조는 고 사장의 재임 기간을 늘려줄 꼼수에 호응해 파업 동력을 약화시킨 구노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이광용 KBS 아나운서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KBS 구노조의 파업 중단 결정에 자신이 소속된 노조가 아니며 그 결정에 유감을 표시했다. 사진=이광용 아나운서 트위터     

 

KBS 새노조 관계자는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구노조가 그렇게 나올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했고 그런만큼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꼭 큰 타격을 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도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 3가지 바람직한 모델을 생각하고 있지만 이번 KBS 파업은 정치권이 처리할 법률안과는 별개로 고대영 사장이 물러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새노조 관계자가 언급한 3가지 모델은 ‘민주언론시민연합/추혜선 의원/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제안한 방송법 개정안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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