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문제 정면으로 꺼내, 비온 뒤 땅 굳는다, 관계 회복의 첫 신호탄

 

▲ 한중 정상이 11일 저녁 베트남 다낭에서 회담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개월 만에 다시 만나 한중 관계의 ‘전화위복’을 도모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 11일 저녁 베트남 다낭에서 50분 간 정상회담을 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경제보복 등 지난 1년 넘는 시간 동안 양국 관계는 그야말로 ‘얼음’이었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훈풍이 부는 모양새다.

 

회담 시작 직후 상호 덕담을 주고받은 두 정상은 한중 관계가 매우 중요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넓혀가야 한다는 일반론을 이야기했다. 시 주석은 "우리 회동은 앞으로 양국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 양측의 협력과 리더십 발휘에 있어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며 포문을 열었다.

 

우리 정부는 하루빨리 중국의 경제보복을 풀어야 하는 민원이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런 측면에서 확실히 하고자 양국의 사자성어를 언급하는 등 ‘갈등 종료’를 재확인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모두발언에서 그런 늬앙스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비 온 뒤 땅이 굳는다”와 “매경한고(봄을 알리는 매화는 겨울 추위를 이겨낸다)”를 인용하면서 “한중관계가 일시적으로 어려웠지만 한편으로는 서로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한중 간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할 수 있게 양측이 함께 노력하길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한중 외교당국 간 협의를 통해 두 나라 사이에서 모든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기로 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시 주석께서 19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새 시대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한중관계에서도 진정한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거듭나고 한중관계의 새 시대를 열어나갔으면 한다"고 미래의 바람을 이야기했다.

 

발언 말미에는 “오늘 시 주석님과의 회담이 그동안 움츠러져 있었던 양국 간 정치·경제·문화·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의 협력들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피해가지는 않았다. 애초 의제로 꺼내지 않을 것이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정면승부를 선택한 것이다.

 

시 주석은 “먼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 (한국이) 이 문제를 책임있게 조치하길 바란다”며 한반도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기본 원칙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사드는 중국을 겨냥한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오직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자위권적 차원이라는 한미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런 양국 정상의 입장은 지난달 31일 한중 외교부가 사드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합의한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봉합’이기 때문에 사드로 인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고 다시 한번 각자 입장을 분명히 확인하면서 상호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사드 문제와 관련 양국관계 개선 방안(10.31 합의)의 내용을 평가하고 양국이 모든 분야에서 교류협력을 정상궤도로 조속히 회복시키자고 했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 양국이 이처럼 사드 문제를 확실히 봉합한 만큼, 오는 12월에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이슈가 다시 언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국은 사드 이후 경제보복 조치를 풀어가기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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