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마중부터 오찬 제안 거절과 일정 축소까지, 트럼프 방중 대접 때와 대조적, 기자 폭행에 대처하는 중국 자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국빈 초청으로 방문했음에도 그에 걸맞는 대접을 받지 못 하고 있다는 일명 ‘홀대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중국 언론과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국 언론인 두 명이 중국 경호 담당자들에게 폭행을 당했는데, 중국 당국은 사과를 표하기 보다는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 한국 정부의 대응과 중국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홀대론은 문 대통령이 1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불거졌다. 국빈 자격에 합당한 중국 정부측 인사가 마중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국제공항에서 환영나온 중국 측 인사들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보통 외국 정상이 국빈 초청으로 자국에 방문하게 되면 해당국의 장관급 인사가 마중을 나오는 게 관례인데, 이날 공항에 나온 중국 정부 인사는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였다.  

지난달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중할 때는 양제츠 외교담당 국무위원(부총리급)이 공항에 마중을 나왔다. 하지만 중국에게 현실적으로 미국이 차지하는 중요도와 한국의 경우는 다를 수 있다. 실제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마중을 나온 인사는 모두 차관급이었다. 

 

그럼에도 차관보급은 말이 안 된다는 지적에, 청와대는 차관급인 우다웨이 한반도 사무특별대표가 최근 정년퇴임했기 때문에 공석을 쿵 조리가 대신하고 있어 사실상 차관급이 나온 거나 마찬가지라고 해명했다. 청와대는 특히 쿵 조리가 ‘10.31 한중 외교 합의’를 이끌어낸 실무 협상 담당자로서 사드 갈등을 풀어냈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한국 언론의 지적에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까지 “자살골”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중국이 한국을 제대로 대접하고 있다고 반론했다. 한중 관계 발전에 찬물을 끼얹지 말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홀대론의 근거는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문 대통령이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할 타이밍에 베이징을 벗어나 있었다. 난징 대학살 80주년 행사에 참석차 갔다고는 하지만 베이징에서 1029km 떨어진 난징으로 이동하는 일정을 굳이 그 타이밍에 잡을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더불어 우리 정부는 15일에 리커창 총리와 문 대통령의 오찬 회동을 요구했지만 중국 측이 오찬없이 면담만 하자고 답변해 무색해졌다. 중국 측의 반응에 별 수 없이 방중 첫 날 만찬 일정도 하루 연기됐다. 심지어 방중 일정은 처음에 4박5일이었는데 3박4일로 축소된 것이 알려져 이런 홀대론에 불을 지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12일 베트남 다낭에서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고 12월 방중 계획을 확정했다. 이후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양측 외교라인에서 구체적인 일정을 조율하고 합의할 시간이 충분했는데 중국 측의 불성실한 태도가 표면화 된 것은 우리가 홀대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판단에 무게감이 실린다.

 

또한 한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이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시 주석이 공항에서 2km 떨어진 자금성(청나라 전성기 건륭제의 왕궁)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자금성과 천안문을 통째로 비웠고 이동하는 도로마저 전체를 통제하고 안내하는 등 ‘황제 대접’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극진히 모셨다. 

 

▲ 지난 11월 9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 환영행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중요한 것은 중국이 불편해할만한 이슈는 사드 배치인데 사드는 미국의 의사가 반영된 미국산 무기인데다 우리 정부는 그것을 용인한 것에 불과하다. 즉 중국은 사드의 원흉인 미국 대통령에게는 최고 대우를, 사드를 용인한 것에 불과한 한국 대통령에게는 낮은 대우를 보여줘 중국의 외교 상대국으로서 한국의 비중이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폭행 사건에 대응하는 중국 정부의 태도

 

14일 오전 중국 경호 담당자들에게 한국 기자 2명이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외교부는 중국 정부에 강력한 항의와 유감을 표명했음에도 중국 외교부는 사과없이 사실관계 조사를 하고 있다는 답변만 내놨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파트너십 개막식 일정을 수행 중이었는데,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취재하던 한국 기자들과 중국 경호 인력 간의 마찰이 생겼다. 이 과정에서 중국 경호원들은 한국 기자 2명을 잔인하게 폭행했다. 한국일보 A기자는 멱살을 잡혔다가 나뒹굴게 됐고, 매일경제 B기자는 경호원들에 끌려가 집단 린치를 당했다. 특히 B기자는 발로 얼굴을 가격당하기까지 했다.

 

▲ 14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을 동행 취재하던 매일경제 사진기자 B씨가 중국 경호원들에게 집단 구타당했다. (사진=연합뉴스)    

 

수많은 청와대 출입기자들 중 순번에 따라 선별된 기자들이 허가된 취재를 하는데, 중국 경호원들이 대통령 동행 취재 기자들을 완전히 가로막은 것이 사태의 원인이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사건 당일 '책임자 처벌·철저한 수사·재발 방지' 3가지를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 요청했고 왕이 부장은 "사건의 심각성에 공감했다"는 수준으로 반응했다. 이후 우리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천하이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이 상부의 입장이라며 대신 밝힌 내용은 △관련 부서 긴급 진상조사 지시 △시급히 조사 독려 △진상파악 뒤 필요한 조치 검토 등이었다. 천하이 부국장은 “사실관계 파악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라는 취지의 말을 덧붙였다.

 

관련 영상과 사진 증거가 명백히 있고 목격자도 많은데, 중앙 집권국가인 중국이 진상조사에 시간이 걸린다는 식의 입장을 보였다는 것은 사태 해결에 소극적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물론 해당 행사를 주최한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중국 현지에서 민간 경호업체를 고용했지만 현장 경호 총괄을 맡은 중국 공안에도 책임이 있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폭행한 당사자들이 공안 소속인지 민간업체 소속인지 확인 중이고 “우발적인 불상사”라고 밝혀 중국 정부의 책임 소재에는 선을 긋는 입장이다.

 

환구시보는 15일 “가해자가 중국 공안이라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며 당시 기자들이 취재규정을 무시해 사태가 발생했다는 식으로 억지 주장을 펼쳤다. 관영매체인 환구시보의 논조만 보더라도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를 읽을 수 있다.

 

▲ 15일 급히 결성된 '중국외교만행규탄시민행동모임'이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한국 기자 폭행 사건에 대해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참석한 인사 중에는 여명 자유한국당 혁신위원도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사태에서 청와대가 해명해야 할 지점이 하나 있다. 청와대는 사건 발생 직후 진상파악을 이유로 공식 브리핑을 하기 전까지 엠바고(보도시점 유예)를 걸었다. 대통령 수행기자단이 폭행당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인위적인 엠바고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으로 판단된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관련해서 논평을 내고 “국가원수를 취재하는 수행기자단을 집단 폭행하는 것은 결국 대한민국에 대한 테러이며 결코 묵과할 수 없는 행위”라며 “수행 기자단도 지키지 못하는 대통령과 정부에게 국가안보를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문재인 정부를 강력 비판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우리 정부의 무리한 연내 방중과 정상회담 추진이 자초한 결과”라며 “중국 경호원들의 이같은 폭행이 최근 제기된 ‘홀대론’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면 이는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30년 간 외교안보를 연구한 김계동 건국대 초빙교수는 패이스북을 통해 이번 문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 이라는 외교 용어로 설명했다. 

 

김 교수는 팃포탯이 “앙갚음·받은 만큼 주는 것의 뜻”이라며 “지금 중국이 한국 대통령의 방중에 대해서 사드 때문에 이러한 팃포탯 외교 술수를 쓰고 있는 듯이 보인다. 외교에는 국제윤리도 국제법도 없고 오직 국익과 위신만이 있을 뿐이다. 우리 외교 담당자들은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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