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난 21일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신문 광고에 ‘벌거벗은 어린이’의 사진을 실어 어린이 인권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아이의 부모 동의 없이 사진을 합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제의 광고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어린이가 발가벗은 채 중요 부위만 식판으로 가린 옆에 ‘전면 무상급식 때문에 다른 교육 예산이 삭감돼 아이가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뜻의 글이 실렸다.

23일 서울시는 “어린이 사진은 정당한 계약에 따라 합성을 포함한 초상권의 모든 상업적 사용이 전제된 것”이라며 “도박, 포르노 등 부정적 이미지로 합성을 하지 않는 이상 합성을 포함한 2차 창작권이 법적으로 인정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해당 어린이의 부모는 자신들의 아이가 광고에 다른 사람의 알몸 사진과 합성돼 쓰인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인터넷을 통해 사진이 전파되자 꽤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건강국민연대’의 김민선 사무국장은 “얼굴을 전면으로 하고 벗은 몸을 드러낸 광고는 상당히 선정적이어서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며 “아동인권선언에도 어긋나는 어른들의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해명대로 법적 문제가 없다 하더라도 교육 관련 광고에 어린이의 알몸 사진을 실은 것 자체가 선정적이며 비교육적이라며 아동인권단체들은 2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낼 예정이다.

민주당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서울시의 무상급식 반대광고는 명백히 어린이 모델에 대한 인권침해’라며 “어린이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한, 발가벗고 식판 든 아이의 모습은, 법적 위법성 여부를 떠나 어린이의 인권이라는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너무나 선정적이고 왜곡이 심하다“며 “출연한 어린이의 인권을 고려했는지 의심할 정도”라고 꼬집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비난 광고 관련 해 “이정희 대표가 지적했듯 오 시장의 거짓말 광고는 단 이틀간 국민 혈세 4억 원을 무단으로 퍼부은 것”이며 “차기대권주자의 얄팍한 정치 야욕에 어린아이 사진까지 합성한 막장 행태”라고 비난했다.

이어 “아이들과 학부모가 또다시 받은 상처에 응당 책임져야 함은 물론, 아이들 밥그릇에 몽니 부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어린아이와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은 오시장의 무리수는 결국 도덕성에 큰 치명타가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신당은 “서울시가 직접 시행하는 정책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적 교육기관이 시행하는 정책에 대해 서울시 재정으로 주장성 광고를 하는 것은 정책 홍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며 “광고 집행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주민 감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누리꾼들도 “당신들의 어린 자식들이 저렇게 벌거벗은 몸과 얼굴로 각종 언론과 인터넷에 게재된다면 부모 입장에서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할 수 있나”라며 시민의 세금을 사용해 어린이의 알몸사진을 합성한 것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편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서울시의 광고가 공직선거법 86조를 위반했는지를 검토 중이다. 공직선거법 86조는 “지방자치단체의 활동상황을 알리기 위한 홍보물을 분기별로 1종 1회를 초과하여 발행·배부 또는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서울시는 21~22일 벌거벗은 어린이 모습이 실린 광고와 문답식으로 된 광고 등 2종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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