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협동조합 중앙회가 직원들 명의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제공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최근 신협 중앙회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 결과 입법 로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제2의 청목회 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지난 7일 검찰이 대전 서구 에 위치한 신협중앙회 사무실을 압수색한 것으로 알려진 14일 신협중앙회 건물    [국회=e중앙뉴스 지완구 기자]
정치권과 검찰, 신협 등에 따르면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12월 중순 신협중앙회 고위 간부 등 3명을 기부알선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 의뢰했다. 선관위는 이들이 신협법 개정을 위해 직원들 명의로 국회 정무위 소속 일부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의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신협 측으로부터 1천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받은 의원도 8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2명은 2천만원 이상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협은 다른 상호금융사처럼 지역조합은 물론 중앙회도 직접 대출을 취급할 수 있도록 하고, 각 조합에서 올라오는 여유 자금과 상환 준비금 등을 대출자금으로 활용하도록 신협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아울러 부실 책임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사유를 확대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개정안의 처리에는 반대해 왔다.

국회 정무위원 소속 여야 의원들은 당혹감 속에 보좌진을 통해 후원금 계좌를 확인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신협법 개정안은 2008년말 정부 입법안을 비롯해 총 6개 법안으로, 이 가운데 정부 입법안 등 4개 법안이 지난해 11월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현재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후 한나라당 이진복 의원이 지난해 11월말 정부 입법을 수정해 제출한 법안은 아직 상임위에 상정되지 않은 상태이다.

신협중앙회 고위 관계자는 "10만원씩 기부를 하면 연말에 소득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는 만큼 조합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낸 것 같다"며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앞서 중앙선관위는 신협 측의 후원금 조성 과정상의 의혹을 포착, 신협 임직원 2명을 불러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정무위원들은 "법안이 아직 본격 심사되지도 않은 상태"라며 "입법로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의원들은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개인 명의로 10만원씩 소액 후원금 형태로 쪼개서 들어오면 확인이 쉽지 않다"고 난색을 표했다.

일부 의원들은 후원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으나 하나같이 "사무실로 찾아온 일도 없고 합법적으로 계좌로 들어온 자발적 후원금일 뿐"이라며 "이런 것까지 문제 삼으면 어떻게 입법활동을 하란 말이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A의원측은 "지역 신협 직원들이 보낸 후원금 금액이 900만원 정도 되더라"고 했고, 민주당 B,C 의원측은 "구체적 액수는 확인 중이지만 지난해뿐 아니라 해마다 지역 신협 쪽에서 자발적 후원금 제공이 계속 있었다"며 "법 개정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D,E 의원측은 "지인이 아닌 후원자들을 일일이 확인하는 과정에서 신협측 관계자들이 포함됐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되돌려줬다"고 전했다. D의원은 "상당기간에 걸쳐 분산돼 들어와 언뜻 보기에는 확인이 쉽지 않은 형태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별도 논평을 내지 않았고, 민주당 전현희 원내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불법성 여부는 수사 추이를 봐야겠지만 합법적 후원금을 입법로비로 몰아 국민에게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확산시키는 과잉수사는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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