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허구 많은 시민단체들이 존재한다. 그 중에는 국민들에게 널리 이름이 알려진 단체도 있지만 대부분의 단체들은 국민들이 낯설어한다. 이른바 메이저 단체는 경제정의 실천연합,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우리민족 서로돕기운동본부 등등 열손가락 안에 꼽힌다. 요새 풀뿌리 시민단체 129개를 연합한 ‘한국시민단체 네트워크’가 엄정중립의 기치와 중도를 내걸고 건전한 비판과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한국시민단체 네트워크는 그동안 사회적인 부정 부패사건이나 권력과 금융재벌 등의 사건이 문제화될 때마다 모든 역량을 다하여 그 해결책을 제시해 왔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거나 매스컴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정도를 걷고 있어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국민들의 신뢰를 받고 있다. 그것은 이른바 메이저 시민단체들이 걸어온 길과 사뭇 다르다. 그들은 가능하면 매스컴을 의식한 문제의 과장에 역점을 뒀고, 그로 인하여 이해가 상반한 갈등을 유발하여 국민들의 정서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념적으로 지나치게 좌경화 경향을 보이기까지 하는 통에 빈축을 사기도 했다. 여기에 덧붙여 행정 사법 입법 언론에 이은 제5의 권력기관으로 변모하면서 ‘시민권력’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심지어 대기업에 정식으로 후원 요청을 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임으로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아 개인적으로 횡령하는 등 부패를 조장하기도 했으니 차마 시민단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한국시민단체 네트워크는 이름 없는 풀뿌리 단체를 한 곳에 모았다. 모두 자기 지역, 자기 영역만을 지키며 외롭지만 정의롭게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이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그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다. 허장성세보다는 알찬 내일을 지향하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단체가 사단법인 인간성회복운동 추진협의회다.

이름이 좀 길지만 벌써 20여년 꾸준히 활동을 해온 중견단체다. 이를 이끌고 있는 지도자는 헌법재판관을 역임하고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성이다. 권성은 공주출신으로 평생을 법조인으로 살아온 사람이어서 시민단체와는 격이 맞지 않는 인사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퇴임 후 전관예우를 마다하고 그 흔해빠진 로펌행을 하지 않았다. 수십억에서 백억 대의 돈이 생긴다는 로펌에 갔다가 다시 공직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청문회에서 큰 곤욕을 치렀다.

엄청난 연봉을 받고 있다가 청문회에서 말썽이 나니까 “월급이 너무 많아 미안하다”는 엉뚱한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그에 해당하는 수입이 보장된다. 그러나 법관들의 경우 그 능력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다만 경력에 차이가 생긴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을 역임한 사람은 최고법원의 판사로서의 가치 때문에 그 값이 올라간다.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서 수입이 좋은 로펌은 그 자체로 매력일 수 있다.

이를 거절했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까지 개업하지 않고 명예직만 고수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대표적인 인사가 권성이다. 언론중재위는 각급 언론의 보도와 관련한 이해 당사자들의 호소를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적 약자들의 호소가 더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들을 달래고 얼러 강자인 언론과의 중재를 시키는 일은 쉽지 않다. 쉬운 말로 하자면 돈도 생기지 않는 직책이다. 이를 기꺼이 맡고 있는 권성이 이번에는 시민단체의 대표로 취임했다.

인간성회복운동 추진협의회(약칭 인추협)는 고진광이 고군분투하며 붙잡고 있으면서 어려운 가운데도 수많은 활동을 다해 왔다. 쪽방촌을 찾아 도배도 해주고, 연탄도 나눠주며, 보일러도 수리해줬다. 독거노인들의 주거환경개선, 신종풀루예방자원봉사를 하는가하면 기획재정부의 도움으로 인도네시아 지진피해 인명구조단도 보냈다. 쌀과 난방용 기름도 지원하고 내복 나눠 입기도 생활화했다.

산악인 엄홍길과 함께 시각장애인들을 높은 산에 오르게 하여 자신감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에 대하여 이사장으로 취임하는 권성은 취임사를 통하여 “나는 법조인으로 좋은 사람도 만났지만,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심정이 들 때도 있었으며 사람의 마음은 늘 갈고 닦아야 올바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마음을 갈고 닦는 데는 봉사활동만큼 훌륭한 수행방법은 없다고 단정한다.

필자는 축사의 기회를 얻어 “독재와 싸운 단체가 민주화추진협의회다. 이 단체는 대표였던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이 차례로 대통령에 오르자 헌신짝 버리듯 해산되었다. 그러나 봉사와 자기희생을 전제로 한 인간성회복운동은 영원히 지켜내야 할 이 사회의 숙제다. 대표가 없애겠다고 해도 해산될 수 없다. 민추협은 유한(有限)해도 인추협은 무한하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인추협은 공익법인 사랑의 일기재단, 재해극복범시민연합,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 등과 함께 더 좋은 사회를 일궈내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