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광복회 건물 앞. 50여명의 해외 영주 귀국 유공자 가족들이 “대한민국에서 생활수준이 최하이고 인권사항이 최악인 영주 귀국 독립 유공자 가족들의 인권을 보장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미리 준비한 유인물을 떠듬떠듬 읽으면서 ‘영주 귀국한 국가유공자 유족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속히 제정하여 줄 것을 외치고 있었다.
일부는 시위 중간 중간에 흥을 돋구려는 듯 ‘두만강 푸른물에 노 젓는 뱃사공...’을 처연하게 부르기도 했다.

같은 시간 1층 출입구 앞. 머리가 희끗희끗한 10여명의 70~80대 광복유족회 회원들이 “왜 우리를 못 들어가게 막아.” “광복회장 선거하는데 왜 못 들어가게 하는 거야 선관위장 나오라고 해”라며 거친 목소리로 항의를 하고 있었다.

광복회 민원 대기실에는 나이가 지긋하신 유족회 여사님들도 앉아 있을 곳이 마땅치 않아 이런 상황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신문 기자 외에는 취재를 불허하고 있다는 말이 들리는 가운데 일부 기자들의 취재를 막고 있었다.

11일 제 19대 광복회 회장 선거가 치러지는 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광복회 1층 실내외에서 벌어진 생경한 광경들이다.

광복회는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일제 강점기에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선열들의 단체다.다. 현재 6632명의 회원과 전국 12개 시도지부에 82개 지회를 갖고 있으면서 연간 40억원의 국고지원을 받는다.

그런만큼 광복회는 선거 과정 및 결과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알권리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광복회 선관위는 선거권을 가진 61명의 대의원들만 입장시키는 등 결과적으로 ‘노인정 선거’를 연상케했다.

이날 선거에 참석한 61명의 대의원 중 최고령자는 98세로 지방에서 새벽에 올라온 대의원도 있었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엠불런스를 타고 오거나, 부축을 받으며 광복회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쉬웠던 점은 대의원 중 어느 누구도 해외에서 영주 귀국한 유가족들의 시위를 눈여겨 보는 사람은 없었다.

한 쪽에서는 영주귀국 해외 애국지사 후예들이 농성을 하고 있는데 정작 1층 출입구 앞에서는 대의원들만 반갑게 맞이하는 후보자도 있었다.10시가 조금 넘어서자 한나라당 김을동 국회의원이 보이자 시위자 중 한 명이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였을 뿐 국회의원 조차 시위장소에 나와 이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다만 김원웅 후보자만이 시위장에 나와서 “여러분의 입장을 적극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전화번호를 알려줄테니 나중에 전화 한번 주십시요”라고 말하자 시위자들의 얼굴에는 생기가 돌기도 했다.

오후 1시. 1차 선거결과가 나오자 대의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대의원 중 시위장을 곁을 지나가면서 이들과 눈 인사를 나누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어떤 대의원은 엠불런스가 도착하자 몸을 싫고 조용히 자리를 뜰뿐이었다.

무엇보다 광복회는 제 19대 광복회장 선거를 치루는 동안 안·밖에서 벌어진 상황들에 대하여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광복회는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야할 단체다. 그러나 이날 광복회가 보여준 두 개의 상황은 국민들의 기대에 동떨어져 있었다.

앞으로 제19대 광복회가 진정으로 국가 원로 단체로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없거나 잊혀진 광복회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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