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법인세 추가감세 철회를 놓고 갈팡질팡하며 혼돈에 빠졌다.

소장파 지원 사격으로 당선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15일 “(원내대표 경선 당시 법인세 감세 철회를) 강력히 말했지만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며 “법인세 감세는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원내대표 경선 당시 황 원내대표가 “감세 철회를 통해 보육정책과 생애·맞춤형 서민정책을 강화하겠다”며 스스로 내세웠던 정책공약과도 배치한다.

‘부자감세 철회를 통한 정책 변화’ 등을 명분으로 지지한 소장파 의원들은 “진의를 모르겠다”며 연찬회 표결 등 당론 정리를 위한 의견 수렴을 요구했다.

황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와 소득세는 따로 봐야 한다. 법인세는 (낮은 선진국들에 비해) 국제경쟁력의 문제가 있다”며 “다만 (법인세 추가감세안에 반대 의견들이 있어) 시기 조율의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소득세만 감세 철회, 법인세는 감세’ 의사를 밝혀온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과 같은 것으로 해석된다.

정두언 의원은 황 원내대표의 말 바꾸기에 대해 1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도개혁이란 자율과 경쟁 못지않게 평등과 분배를 중시하자는 것이고 시장 못지않게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자는 것이고 이게 전세계적인 대세”라며 “추가감세철회가 가장 상징적인 정책이며 모든 정책을 이런 방향으로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그는 “보수의 가치도 시대변화에 따라 달라져야죠. 특히 양극화가 심화되고 중산층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신자유주의적 가치는 서민들을 분노케하지요”라며 “더군다나 선거환경이 이리 안좋은데 관념의 유희만 하고 있는 것은 이적행위라 하지 않을 수 없네요”라며 추가감세 철회 반대를 ‘이적행위’로 규정했다.

또한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이념지형이 중도>진보>보수로 나타나고 있는데 보수의 가치를 운운하며 관념 정치를 하는 꼴통 우파들이 있어서 걱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남경필 의원도 “(황 원내대표의) 말 바꾸기가 당혹스럽다”며 “감세 철회 대상으로 소득세보다 법인세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인세 감세 철회가 진정한 부자감세 철회라는 것이다.

김정권 의원도 “왜 계속 (철회 입장이) 바뀌는지 진의를 모르겠다”며 “의원총회를 열어 결론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새 원내지도부가 추가감세 철회 방침을 ‘소득세만 감세 철회, 법인세는 감세’로 돌아 선 것을 두고, 의원 전체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태 의원도 “정부의 일방적 독주를 끝내고 정책을 바로잡을 강단 있는 지도부를 희망하는데 감세철회를 유야무야한다면 국민들이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소장파의 반발은 황우여 원내대표의 입장 변화가 너무 갑작스럽기 때문이다. 황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정두언·김정권 의원 등이 발의한 정부 쪽 감세기조 철회를 뼈대로 한 ‘법인세법 개정안’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법안 발의 열흘 만인 15일 “법인세 감세는 해야 한다”며 법안과 상반된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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