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장 선거①] 오거돈의 속마음, ‘양보’인가 ‘출마’인가
[부산시장 선거①] 오거돈의 속마음, ‘양보’인가 ‘출마’인가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3.02 1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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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돈과 김영춘의 공통점, 김영춘이 나서면 양보하겠다는 오거돈, 여론조사는 둘 다 이기는 것으로, 영남권 신공항 공약 경쟁으로 재점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시장에 출마하기로 했다. 네 번째 출사표를 던진 것이다. 꾸준히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됐었고 지난 세 번의 선거에서도 상당한 득표율을 기록했다.

故 안상영 전 부산시장이 2004년 2월4일 뇌물수수 혐의로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구속됐을 때부터 잠시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적도 있었다.

오 전 장관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단일화 양보를 받아 77만여표 49%를 득표했지만 서병수 부산시장에 1% 차로 패배했다. 

오 전 장관은 그런 기억이 있었던지 2월27일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 출마선언을 할 때 “(김영춘 장관이 출마하면 경선에도 불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답변했다. 기자들의 이런 질문은 그동안 오 전 장관이 지속적으로 “좋은 후배에게 후보직을 양보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에 나온 것인데 출마 기자회견에서도 여전히 그런 의사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오 전 장관이 2월27일 부산시장 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도전으로 네 번째가 됐다. (사진=오거돈 전 장관 페이스북)
오 전 장관이 2월27일 부산시장 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도전으로 네 번째가 됐다. (사진=오거돈 전 장관 페이스북)

오 전 장관은 부산 권력의 교체라는 ‘대의’를 거듭 강조했다. 오 전 장관은 “부산의 정치권력 교체를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출마선언의 운을 뗄 정도로 “반드시 부산의 정치권력 교체를 이끌어내겠다”는 의지가 높다.  

오 전 장관은 “지방자치 제도가 도입된 이후 20여 년간 부산의 정치권력은 특정 정당이 독점했다”며 “일당 독점 정치 카르텔을 깨뜨리겠다”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가 그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게 오 전 장관의 생각이다. 

이런 대의를 위해 결연한 각오를 다졌는데 만약 김영춘 장관이 출마해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 펼쳐진다면, 오 전 장관 입장에서 곤란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한 번 양보받아 선거에 나갔는데 석패했던 기억도 마음의 빚으로 남아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김영춘 장관은 오거돈 전 장관에게 부산시장 후보직을 양보하고 단일화에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김영춘 장관은 오거돈 전 장관에게 부산시장 후보직을 양보하고 단일화에 합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일단 두 사람 모두 해양수산부 전현직 장관 출신으로서 관련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 부산이 고향이고 정치적 활동 기반도 부산이다. 오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 시절 해수부 장관을 했고 김 장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해수부 장관을 하고 있다. 오 전 장관이 꾸준히 부산시장 지지율에서 1등을 차지하고 있지만 김 장관만 출마한다는 예상 시나리오로도 서병수 시장을 이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2월23일 부산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8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4%포인트)에 따르면 부산시장 가상대결에서 오 전 장관과 김 장관 둘 다 현 서 시장을 각각 23%·9% 차이로 앞섰다. 전체 부산시장 후보적합도에서는 오거돈 24.1%·서병수 16.5%·김영춘 7.3%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오 전 장관이 김 장관보다 경쟁력이 더 있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 오 전 장관은 2004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부산시장에 도전했을 때부터 꾸준히 부산 지역에서 활동해왔다. 부산대·한국해양대·동명대에서 석좌교수나 총장을 역임했고 선거도 두 번이나 출마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을 맡기 위해 동명대 총장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민주당 내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오 전 장관이 33%로 김 장관을 2.5배 앞서고 있다. 하지만 오 전 장관이 공언했던 양보론에 따라 향후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알 수 없다. 당장 2월 마지막 주말을 거치면서 김 장관의 출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김 장관은 현역 의원 신분이면서 장관을 겸직하고 있는데 그의 지역구인 부산진갑에서 선거캠프를 구성하기 위해 사무실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출마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면 오 전 장관이 진짜 양보를 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오 전 장관이 2017년 11월30일 <북방경제 협력투자 부산지역 관심기업 러시아 탐방 결과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오거돈 전 장관 페이스북)

현재 부산 정가에서는, 일찌감치 김 장관이 출마하면 경선에도 불출마하겠다는 오 전 장관의 말이 사전에 김 장관의 출마를 차단하기 위한 전략인지, 민주당의 분열적 모습을 예방하기 위한 것인지 진의를 추정하고 있다. 이미 출마선언을 했고 지속적으로 "민주당의 원팀"을 강조한 오 전 장관은 자신이든 김 장관이든 민주당에서 한 명으로 후보군이 좁혀져 민주당의 부산시장 교체를 위해 팀웍을 발휘해야 한다는 취지를 강조하고 있다. 오 전 장관은 2월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제 원팀은 대세"라며 "개는 짖어도 열차는 간다는 식의 오만한 권력은 이제 사라져야 하고 민주당 지방 선거 후보군들은 ‘시민을 주인으로 모시는 가치 체계’인 원팀의 정신으로 끝까지 협력하면서 부산권력 교체에 헌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원팀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오거돈 전 장관. (사진=오거돈 전 장관 페이스북)
민주당의 원팀 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오거돈 전 장관. (사진=오거돈 전 장관 페이스북)

한편, 부산시장 경쟁 구도에서 중요한 정책 이슈는 ‘동남권 신공항’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대 초중반부터 계속 불거졌던 이 문제는 김해국제공항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영남권의 공항 수요를 충족할 신공항이 어디에 들어설 것인지가 주요 쟁점이다. 부산 가덕도와 밀양 하남이 주요 후보군으로 대두됐었다. 

2016년 6월21일 박근혜 정부는 현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 두 지역 모두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일단 부산시민의 여론은 어느 지역으로 결정되더라도 갈등이 매우 클 것으로 보여 김해공항 확장안이 48.4%, 부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이 37.5%로 조사됐다.

하지만 오 전 장관은 가덕도 재추진을 공약했다. 오 전 장관은 “동남권 신공항은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곳”이어야 한다며 “현재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용역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가덕도는 주거 밀집 지역과 떨어져있는 섬으로서 소음 걱정이 없어 24시간 공항 운영이 가능한 점이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김 장관도 가덕도가 부산신항과 연계한 물류 수송체계에서 경제적 장점이 크고 밀양은 커다란 산이 있어서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 시장은 김해공항 확장안이 이미 결정된 만큼 더 이상 차기 시도지사 후보들이 자기 지역에 유치하려는 목소리를 내서 갈등을 조장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신공항 건설은 영남권만의 일이 아니라 국책사업인데다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갈등이 심화됐다가 겨우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이 있는데 부산시장과 대구시장 출마자들이 무리하게 공약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 시장은 지난해 12월6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김해신공항을 왜 또 흔드는 거냐”라며 “5개 시도지사가 합의한 신공항 입지 결정의 공론화 과정을 당신들이 무슨 자격으로 뒤집겠다는 것인가. 이런 발상은 청와대에서 나온 건가 민주당에서 나온 건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녕 김해신공항이 아니라고 한다면 청와대와 민주당은 당장이라도 가덕신공항 건설을 약속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 약속과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 한다면 지방선거에 써먹겠다고 또 다시 김해신공항을 흔드는 것일 뿐이다. 부산시민도 참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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