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구 2.28민주운동 기념식
[칼럼] 대구 2.28민주운동 기념식
  • 전대열
  • 승인 2018.03.05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대열 대기자
전대열 칼럼리스트

[중앙뉴스=전대열] 2018년 올해는 4.19혁명 제58주년이다. 1960년 나는 당시 전북대 정치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자유당 이승만 정권은 12년째 가부장적인 독재정치를 자행하며 온갖 부정과 부패를 드러내고 있어서 민심이 떠난 지 오래되었다.

4년 전 대통령 선거 때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구호를 앞세운 민주당 신익희후보는 한강 백사장에 30만 군중을 모으며 특유의 언변으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대로 선거가 시행되었더라면 틀림없이 당선되었을 것이라는 게 지금도 인구에 회자된다. 그러나 하늘의 뜻은 달랐던 모양이다.

그는 전주중앙초등학교 유세장에 가기 위해서 호남선에 몸을 싣고 밤새껏 달려 이리역 못 미쳐 함열역에서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키며 서거했다. 국민들의 통곡 속에 선거는 끝났고 대통령 대신 부통령에 민주당 장면이 당선했다. 4년이 흐른 후 다시 대선이 닥쳤다.

그런데 역사는 되풀이되는 것일까. 야당에서는 조병옥후보를 내세워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하늘은 또 한 번 찬물을 끼얹었다. 조병옥이 발병하여 미국 월터리드육군병원에서 수술까지 받았지만 깨어나지 못하는 불의의 사고가 생긴 것이다.

대선은 더 이상 승부를 가릴 수 없게 되었지만 자유당과 민주당은 부통령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싸움에 몰두했다. 85세를 넘긴 이승만에게 유고가 생기면 후계자는 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자유당은 이기붕을 내세워 치밀한 부정선거 계획을 완료했다. 3인조 5인조는 말할 필요도 없고 사전투표와 투표함 바꿔치기 등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철저한 관권선거를 밀어붙였다.

민주당은 현직부통령인 장면을 앞세워 유세선전술에 몰두하며 민심을 휘어잡았다. 자유당은 초조해졌다. 민심은 이미 떠난 지 오래다. 믿을 것은 오직 경찰과 공무원 그리고 군인뿐이다. 이들은 인사권에 매달려 있으니 원하지 않더라도 복종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들의 머리는 이성적 판단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나온 헛수가 대구시내 고등학교 일요일 등교사건이다. 1960년 2월28일은 일요일이었다. 이 날 대구 수성천에서는 민주당 장면후보의 유세가 예고되었다. 대구는 당시 전국에서도 가장 유명한 전통적인 야당도시로 알려져 있을 때다.

민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면서 서울 부산에 이어 셋째의 대도시였다. 수성천 유세에 대구시민이 모두 몰려나온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일약 긴장한 자유당에서는 고등학교 학생이 참여하지 못하게 ‘일요일 등교’라는 터무니없는 지시를 내렸다. 가만 놔뒀더라면 관심 있는 소수의 고교생들만 참여했을 것인데 학교에 나온 학생들의 불만과 분노는 격화되었다.

경북고 경북사대부고 경북여고 대구고 대구공고 대구농고 대구상고 대구여고 등 8개교 학생들은 자연발생적으로 “학생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에 돌입했다. 8개교 170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시위대의 기세에 눌린 경찰도 꼼짝하지 못하고 당한 것이다.

이 때 시위를 주동한 이대우 부산대교수와 성유보 동아일보기자는 이미 고인이 되었다. 이 날의 시위는 훗날 ‘2.28 대구고교생 시위’로 명명되며 4.19혁명의 기폭제로 인정된다. 국가보훈처는 4.19혁명의 기준을 1960년 2월28일부터 4월26일 이승만 하야까지로 정해 놨다.

4.19혁명공로자회(회장 유인학)에서는 버스 2대에 분승하여 2,28기념식이 열리는 대구 콘서트하우스를 찾았다. 이 날의 기념식은 57년 동안 시행해 왔던 기념식과는 전연 다른 면모를 보여줬다. 우선 정부에서는 지난달 말에 국무회의에서 2.28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는 쾌거를 보여줬다.

누차에 걸친 대구시민과 4.19혁명에 동참했던 국민들의 염원이 58년 만에 빛을 본 것이다. 특히 문재인대통령이 직접 참석하여 감격스런 기념사를 통해서 2.28의 의의를 설명하고 4.19민주혁명의 기폭제가 되었음을 누누이 강조했다. 기념식은 잘 짜인 한편의 뮤지컬처럼 물 흐르는 듯 진행되었다. 시립합창단과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식전행사부터 다른 행사에서는 볼 수 없는 자유분방함이 온몸을 감쌌다.

이런 행사에서는 통상 아나운서를 동원하여 틀에 박힌 사회를 보게 하는데 여기선 달랐다. 뮤지컬 배우가 나와서 노래 부르듯 국민의례를 진행하면서 파격을 보이더니 대통령은 기념사를 마친 후 어린이 합창단 앞에 쪼그리고 앉아 사진을 찍는 등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장면을 스스럼없이 보여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참으로 감탄할만한 파격적인 기념식이 진행되는 동안 모든 참석자들은 누구의 지시가 없어도 함께 동화되었으며 그 속에 빨려 들어갔다. 식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만족스런 웃음을 입가에 띠우며 하나같이 “멋진 기념식 행사였다. 우리도 벤치마킹해야 된다.”는 말이 이구동성으로 터져 나왔다.

2.28행사는 기념식에 그치지 않고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노 인사들이 고등학교 때 입었던 교복을 입고 시위 재연행사를 시가지에서 펼친 일이다. 3.1절과 8.15광복절에 일본경찰과 맞싸웠던 처절한 시위 장면을 다시 보듯 2.28재연행사도 시민들의 갈채를 받았다.

4.19혁명공로자회에서는 4.19혁명 58주년을 기념하는 국민문화제를 주관하며 영국의 명예혁명 프랑스대혁명 그리고 미국의 독립혁명과 함께 세계 4대 민주혁명으로 승화하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한다. 특히 영국 프랑스 미국에서 직접 참여하는 4대혁명 대행진도 펼친다. 186명 학생들의 피로 물들었던 광화문 광장은 모처럼 4.19의 젊은 피가 끓을 것이다.

전 대 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