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은 최근 불거진 대학등록금 부담 완화 논란과 관련, 앞으로 재정 소요가 큰 정책을 추진할 경우 당정이 반드시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

당ㆍ정ㆍ청은 28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나라당 신임 원내지도부 취임 이후 첫 수뇌부 9인 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이 전했다.

이는 한나라당 신임 원내지도부가 애초 약속한 대학등록금 반값 경감 방안이 정부와의 충분한 사전 협의없이 발표돼 다소 혼선을 빚은 데 대한 보완 방안이다.

임 총리실장은 브리핑에서 “정책 수립 과정에서 당정간 협조가 다소 부족했다는 것을 상호 이해하고, 당정간 보다 긴밀한 협조 체제를 강화키로 했다”면서 “정부는 대규모 재정 부담이 수반될 우려가 있는 각종 주요 현안에 대해 당이 정부와 사전에 충분히 협의해 대응해줄 것을 요청했고 당도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등록금 경감 방안을 제안한 배경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으며, 김황식 국무총리와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은 당장 재원 마련이 어려운 정책을 내놓을 때는 긴밀한 사전 협의를 거쳐 여권 내부에 이견이 있는 것처럼 비춰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와대와 정부는 사전 협의는 강화하되, 현안 대응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여당이 주도권을 갖는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임 총리실장은 “당ㆍ정ㆍ청은 국정의 무한 책임을 진 공동 운명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정부와 청와대는 당의 주도적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고 보다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당ㆍ정ㆍ청 수뇌부는 또 저축은행 비리 사태와 미군의 고엽제 매몰 문제의 경우 최대한 신속하고 투명하게 문제를 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두 사안 모두 시간을 끌거나 해결 과정에서 불필요한 의혹이 불거질 경우 여권에 치명타를 줄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저축은행 비리 사태의 경우 이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인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공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당ㆍ정ㆍ청은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시행에 필요한 후속 법안들이 문제없이 처리될 수 있도록 협력하고, 한ㆍ미 FTA 비준동의안은 미국 의회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원만히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키로 했다.

회의에는 정부에서 김 총리와 임 총리실장, 당에서 황 원내대표와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 이주영 정책위의장, 청와대에서는 임 대통령실장과 백용호 정책실장, 정진석 정무수석이 참석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역구 일정이 겹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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