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퍼시픽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짝퉁 설화수’ 상표권 침해 소송을 벌여 승소한 아모레 퍼시픽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지난 2016년 한국의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배치 후 보복조치로 중국은 한국 제품들을 대대적으로 보이콧했다.

화장품 시장 규모 면에서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중국을 상대로 적극적 마케팅을 펼치던 아모레퍼시픽, LG생활 건강 등 국내 화장품 업계는 그 후부터 지금까지 크게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한국 제품을 보이콧한 중국은 대체 상품으로 한류 열풍에 편승한 짝퉁 한국 화장품을 만들어 이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상하이의 한 화장품 업체를 상대로 '짝퉁 설화수' 상표권 침해소송에서 이겼다고 밝히며 ‘짝퉁 화장품’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아울러 LG생활건강 등 국내 한국 화장품 업체들 역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를 베낀 '설안수' (사진=아모레퍼시픽,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를 베낀 '설안수' (사진=아모레퍼시픽,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사드배치 보복으로 한국 제품 보이콧한다던 중국…짝퉁으로 대체?

2016년 사드 배치보복으로 중국의 '금한령'(禁韓令)이 내려지면서 관광업계 및 면세점의 가장 큰 손이었던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발을 끊자 당시 국내 관련 업계들은 파장이 크게 일었다.

특히, 화장품 시장 규모 면에서 세계 2위이자 시장 규모 확대율 세계 1위인 중국 고객층이 빠져나간 국내 화장품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국내 1위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와 뒤를 바짝 쫓던 LG 생활건강 등은 그 여파로 영업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서 올해 1분기 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한국 화장품 판매가 부진한 때를 틈타 중국 내 짝퉁 화장품이 활개를 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 화장품을 교묘하게 모방하거나 대놓고 똑같이 만들어 정품인 것처럼 파는 ‘짝퉁 화장품’은 전부터 한국 화장품 기업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다. 여기에 더해 금한령 이후 한국 제품을 구입할 수 없는 유커들이 이 시장으로 유입되며 한국 화장품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KOTRA에 따르면 중국은 소비자의 57%가 외국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외국 화장품에 관심이 높다.

그러나 중국소비자·인터넷협회가 발표한 ‘중국 화장품 안전지수 보고’에 따르면 온라인 몰에서 판매된 유명 화장품 브랜드 제품 중 20%는 짝퉁 화장품인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에 따르면 현지에서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화장품 가운데 위조상품 비중은 약 40%에 달하며, 짝퉁 화장품들은 정상가의 25% 수준에 팔린다.

LG생활건강의 '수려한'을 모방한 중국 업체의 '수여한'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LG생활건강의 '수려한'을 모방한 중국 업체의 '수여한'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반격 나선 국내 화장품 업계…‘최대 피해자’ 아모레 퍼시픽 중국 짝퉁 업체에 연이은 승소

중국의 짝퉁 화장품으로 잇따라 고초를 겪던 국내 화장품업체들은 반격을 선언했다.

특히 아모레 퍼시픽은 올해 들어 중국의 짝퉁 화장품 업체들에 연달아 법정 소송 승소 중이며 최근 중국 업체의 ‘짝퉁 설화수’ 상표권 침해소송에서 이겼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상하이에 있는 한 업체를 상대로 아모레퍼시픽이 제기한 상표권 침해소송 2심에서 최근 승소했다고 25일 밝혔다.

상하이 푸동신구 인민법원은 판결에서 피고의 상표권 침해 사실을 인정해 원고에 손해배상금 50만 위안(8,400만원)과 합의금 4만7,000위안(790만원)을 지급하라는 1심 판결을 최종 유지했다.

이 업체는 포장 박스에 제조사인 ‘아모레퍼시픽’을 ‘아모레펴시픽’으로 설화수 용기에 브랜드에 영문 표기 ‘Sulwhasoo(설화수)’를 ‘Sulansoo(설연수)’로 표기했다.

법원은 “설연수와 설화수 브랜드명은 불과 한 글자 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영문명도 상당히 흡사하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월, 자사의 ‘라네즈’의 ‘짝퉁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한 중국 업체를 상표권 침해 이유로 소송을 제기 후 최종 승소해 배상금까지 받은 바 있다.
 
문제의 중국 A 업체는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라네즈의 중국 공식 사이트인 것처럼 온라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아모레퍼시픽 중국 상하이 법인이 정식 유통 경로를 통해 판매하는 것보다 낮은 가격으로 화장품을 판매해 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이번 승소 이후에도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브랜드의 고유한 가치를 보전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특허청과 KOTRA가 공동으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종결된 판결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조 화장품 사건은 총 1509건이며 이 중 민사사건은 1350건, 형사사건은 159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저장된 인민법원의 판결문 자료에서 확인한 형사처분 건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사건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8월에는 중국에서 가짜 한국 화장품 23t을 제조해 판 중국인이 붙잡혔다. 340억 원에 달하는 규모였다. 중국 공안은 이 사건 피해자만 13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이름을 '아모레펴시픽'으로 표기한 중국 짝퉁 화장품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 이름을 '아모레펴시픽'으로 표기한 중국 짝퉁 화장품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국내 화장품업계, ‘짝퉁’ 대처에 머리 싸매고 고민 중

국내 업계는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부터 자사 제품의 위조품 단속을 위해중국 알리바바와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위조품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아모레퍼시픽 브랜드에 대한 조사 및 감독을 공동으로 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아모레퍼시픽과 중국 보따리상인들이 면세점에서 저렴하게 다량 구매한 제품들을 중국에서 정상가 보다 저렴하게 판매해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리는 것에 대해서도 ‘면세점 구매 수량 제한’이라는 강력한 방침을 내세웠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라네즈, 헤라, 아이오페 등 브랜드에서 구매 수량을 10개로 제한했고, 온라인 면세점에서는 브랜드별 5개로 제한했다.

아울러 사전에 위조품이 시장에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 주요 시장과 공장을 대상으로 상시 모니터링과 조사를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가격이 현저하게 낮거나 위조가 의심되는 제품을 구입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자사 제품 ‘수려한’을 ‘수여한’으로 교묘하게 모방된 짝퉁 제품으로 골치를 썩자 대처에 나섰다.

럭셔리 브랜드 라인인 후, 공진향, 인양 3종 세트, 숨37 워터풀 3종 세트들의 구매 수량을 최대 5개로 제한했다.

LG생활건강은 제품 모방을 어렵게 하려고 용기 디자인에 차별화를 두고 있다. 특히 ‘후’ 제품 뚜껑 부분에 ‘연꽃’을 형상화한 디자인은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정교한 조각으로 이뤄져 있다.

‘숨’도 용기의 유리 부분이나 뚜껑 금속 장식에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정교함을 강화한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온라인 시장 속에서는 짝퉁 화장품이 활개를 치고 있다. 중국의 짝퉁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는 만큼 중국 당국의 좀 더 적극적인 대응과 지식재산권 인식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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