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을 이기는 사람들] 타위크레인 기사 조진호씨

(사진=타워크레인 기사 조준호 제공)
(사진=타워크레인 기사 조진호 제공)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당연히 덥죠. 그런데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건 생리현상이죠. 그리고 외로움이고요.”

인천공항 부근의 아파트 30층 높이의 타워크레인 안에 있는 조진호(53세)씨와의 전화 인터뷰다.

전화 속 그를 올려다보려니 30층 높이의 울렁증에 그만 눈앞이 깜깜해져 주저앉고 만다.

가을의 문턱을 알리는 입추가 지났는데도 도심의 한낮 최고기온은 여전히 36도를 웃돌아 잠깐 사이에도 옷은 흠뻑 젖는다.

그러니 지상으로 치솟는 열기에 타워크레인 기사 조진호 씨는 얼마나 더울 지 피부로 절실히 느껴진다.

타워크레인에 오르면 보통 4~5시간...

이날 그의 작업은 공사현장의 거대한 철근 골재들을 타워크레인으로 운반하는 일.

거대한 로봇 형상이 양팔을 벌린 채 허공에 딱 버티고 있어 위협적인 자세인데 그 안에 조진호 기사는 보이지 않는다.

그가 타워크레인 조종석에 오른 지 벌써 3시간째. 앞으로도 2시간은 더 있어야 그가 내려올 수 있다고 관계자는 말한다. 대부분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한번 올라가면 4~5시간이라면서.  

이유는 크레인이 너무 높기 때문에 오르내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니 오전과 오후 2번 내려올 수 있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갑자기 찾아오는 생리현상은 지상에서의 가장 큰 복병이라고 한다.

특히 한여름 폭염에 갑자기 복통이라도 찾아온다면 이보다 더한 괴로움은 없단다. 그래서 아예 용변기를 싸들고 조종석으로 올라가는 기사도 많다고. 서둘러 끝내야 하는 작업에는 도시락을 챙겨 올라가는 것도 다반사고.

(사진= 타워크레인 기사 조준호 제공)
(사진= 타워크레인 기사 조진호 제공)

폭염보다는 바람이 겁나... 

하지만 예고 없이 불어치는 바람에 비하면 이런 고통쯤은 절대 겁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지상의 40m 이상에서 무거운 건축자재를 옮겨야 하는 이들에게 바람은 폭염과는 절대 견줄 수 없는 대단히 겁나는 존재란다.

타워크레인 꼭대기까지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리는 과정에 여차 발을 헛디디기라도 한다면 추락과 동시에 철골에 몸이 부딪쳐 중상의 골절 내지는 사망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자재를 운반하는 동안 타워크레인 붐대가 휘어지는 불상사도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위급함이다.

어디 바람뿐이겠는가. 건설현장에서 전체 공정의 50%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장비인 만큼 언제 어느 환경에서든 위험에 노출은 항상 도사리고 있어 가족들 역시 그들이 크레인에서 내려올 때까지는 타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2005년 14명, 2006년 9명, 2007년 10명의 사망 사고

이날 공사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만도 타워크레인 사고는 6건이나 있어 17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또한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타워 크레인 사고로 총 33명(2005년 14명, 2006년 9명, 2007년 10명)이 사망했다. 

올해 15년 째 경력을 자랑하는 타워크레인 기사 조진호 씨도 타워크레인 조종석에 앉을 때면 아무 생각이 없단다. 그저 오늘도 무사하기를 비는 마음뿐이라고. 하지만 이날 그는 안전기준만 철저히 지키면 그리 겁날게 없다는 답을 지상 100m 높이에서 보내온다.

그런 그에게 사진 한 장을 부탁하자 멀리 인천공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풍광을 찍어 보낸다. 푹푹 찌는 더위를 느끼지 못할 만큼 시원스런 광경이다. 그러나 지상 100m 높이의 타워크레인 안에 들어있는 그를 생각하니 금세 더위가 몰려 눈앞이 아찔하다.
  
한편 이날 서울시는 건설현장의 근로자들을 위한 안전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폭염경보 발령 시 건설현장 근로자들은 오후 실외작업을 중단하게 된다.

또 폭염주의보가 발령될 때는 건설현장 근로자들은 실외작업을 최대한 자제하고 1시간당 15분이상의 휴식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래도 임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서울시가 이 같은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연일 기록적인 폭염에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건강과 안전사고 예방에서다.

특히 서울시는 발주 건설현장 근로자들은 기록적인 폭염에도 계속 작업을 하려는 경향이 있어 각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7일부터 즉각적인 시행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따라서 앞으로 발주 공사현장 근로자들은 폭염경보에 오후 실외작업을 중지하고  폭염주의보에는 매 시간마다 15분 이상의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폭염경보와는 관계없이 타워크레인 위에 올라가 있던 조진호 기사는 그곳에서 5시간을 보내고서야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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