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정일 부자 초상화 사격 표적지 이용한 것 거론하며

지난달 30일 남한 정부와 상종하지 않겠다는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이 나온 이후 북한의 행보가 거칠어지고 있다.

국방위 대변인은 성명에서 남한에서 거론되는 ‘급변사태’와 ‘기다리는 전략’을 거론하며 “이명박 패당의 반공화국 대결책동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거족적인 전면공세에 진입할 것이고 우리 군대와 인민의 전면공세는 무자비한 공세”라고 밝혔다.



이 성명이 나온 이후 북한의 대남공세는 일단 숨이 가쁠 정도로 잦으며 내용도 격해지고 있다.

이틀 만인 지난 1일 국방위 대변인은 정상회담과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을 논의한 남북간 비밀접촉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면서 남한 정부와는 “더이상 상대 안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어 2일에는 2008년 8월 이후 3년 가까이 중단 상태에 있는 금강산 관광 사업을 겨냥한 조치로 남한을 압박했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는 현대그룹이 갖고 있던 금강산 관광 독점권을 제한하고 외국인 관광의 길을 열어 외국자본 유치가 가능하도록 하는 ‘금강산국제관광특구법’을 제정했다.

‘남북교류협력의 옥동자’라는 평가를 받던 금강산 관광사업에 빗장을 질러 이명박 정부의 책임론을 부각하려는 조치로 풀이됐다.

다음날인 3일에는 인민군 총참모부가 남한 일부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정은 부자의 초상화를 사격 표적지로 이용한 것을 거론하며 남측을 맹비난하며 군사적 보복을 위협했다.

총참모부는 “조선인민군 육·해·공군 및 노농적위군 부대들은 실제적이고 전면적인 군사적 보복행동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총참모부는 우리의 합동참모본부 격으로 북한군의 작전지휘권을 갖고 있어 ‘보복행동’이 실제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 북한전문가는 5일 “국방위는 북한 최고권력기관인 만큼 이 기구의 대변인 성명이 하위기관의 행동을 추동하고 있는 셈”이라며 “표적지 문제는 유감 표명 등 우리 정부의 실제적 행동조치가 있어야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맹비난하고 있다.

대남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3일 ‘완전히 벗겨진 경제대통령의 가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리명박 역도는 집권초기 경제대통령으로 자처하면서 경제위기의 해소와 민생복지에 대해 입이 닳도록 떠들었지만 그것이 얼마나 허황한 말장난이었는지는 오늘의 숨막히는 현실이 너무도 명백히 실증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2일 노동신문은 ‘반역정권 타도는 북남관계와 평화통일의 출로’ 제목의 논설에서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며 정권타도를 선동하기도 했다.

올해 1∼3월 무조건적인 남북 당국간 대화 개최를 촉구하면서 이 대통령의 비난을 자제한 북한은 최근 들어 ‘역적패당’ ‘대결광신자’ ‘독재정권’ 등 험악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미관계도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고 북중관계도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상황에서 북한은 대남압박을 통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전환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당분간 이러한 격한 언급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북한이 실제 군사적 행동까지 이어갈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며 “말만으로도 남쪽에 위기의식을 확산시킬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의 비난을 몰고올 수 있는 행동까지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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