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대암산 개체군 제외하고 집단 내 유전적 다양성 ‘O'
국립생물자원관, "여름철 높은 기후변화로 멸종 우려 높아"

기생꽃은 앵초과(Primulaceae)에 속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로, 북반부 한대지방에 분포하는 대표적인 지표식물이다 (사진=환경부 제공)
기생꽃은 앵초과(Primulaceae)에 속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 식물로, 북반부 한대지방에 분포하는 대표적인 지표식물이다 (사진=환경부 제공)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꽃모양이 기생의 머리를 장식하는 장신구와 닮았다하여 이름 붙여진 멸종위기의 ‘기생꽃‘이 유전적 다양성이 극히 낮은데다 여름철 기온 상승으로 멸종위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원효식 대구대 교수팀과 함께 2016년부터 최근까지 '기생꽃'에 대한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한 결과, 지리산과 대암산 개체군을 제외한 나머지 개체군이 집단 내 유전적 다양성이 없는 복제 개체군에 가깝다고 14일 밝혔다. 

참고로 복제개체군은 식물의 경우 종에 따라 무성생식을 통해 번식하여 모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를 생성하는 경우, 겉보기로는 서로 다른 개체로 보이나, 유전적으로는 모두 동일한 개체로 이루어진 개체군을 지칭한다, 

이번 연구진들이 조사한 '기생꽃'은 앵초과에 속하는 식물로, 전 세계적으로 북반부 한대 지방에 분포하며, 우리나라에서는 지리산에서부터 오대산, 설악산까지 비교적 높은 산지와 습지에서 발견된다. 또한 여러해살이풀로 기생꽃의 줄기는 가늘고 곧게 서며, 잎은 어긋나고 잎은 다수이다. 

꽃은 백색으로 7-8월에 피며 잎맥에서 가늘고 긴 꽃자루가 나와 1-3송이가 피고, 꽃부리는 5갈래로 깊게 갈라져있다. 꽃잎 조각은 넓은 타원형이고 끝이 날카로우며 7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꽃받침은 7갈래로 깊게 갈라졌으며 조각은 좁은 바소꼴이다. 열매는 삭과로 작은 공모양이다.   

연구진은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 지리산 및 대암산의 기생꽃 집단과 일본, 중국 몽골 등 총 13개 집단 126개체에 대해 서식지 현황을 조사하고, 유전자를 분석했다. 

국내 기생꽃 집단은 대암산과 지리산 집단을 제외하고 대부분 제한된 분포 영역 안에 서식하는 작은 집단이었다. 이들 집단의 유전적 다양성은 '0'으로 나타나, 집단 내 모든 개체들의 유전자형이 동일한 복제개체(클론, clone)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식물은 1,000개 이상의 개체수로 이루어진 집단이라도 유전자형이 모두 동일한 경우 유전적으로는 1개체와 다름없는 유전적 효과를 보인다. 멸종위기종과 같이 희귀생물종에서 유전적 다양성이 매우 낮으면, 환경 변화나 교란에 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자생 기생꽃이 빙하기 때 남하했던 집단이 빙하기가 끝난 후, 비교적 온도가 낮은 일부 고산 지역에만 고립되어 남은 개체군으로 추정하고 있다" 며 “이러한 환경변화에 따른 개체군 축소와 고립으로 인해 우리나라 기생꽃 집단의 유전자 다양성이 낮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기후변화로 기생꽃 분포지의 기온이 계속 오를 경우 현존하는 집단의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최근 기생꽃의 개화시기는 빨라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생꽃은 7~8월에 개화해 9월에 열매를 맺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무더운 날씨로 올해는 지난해 보다 열흘 정도 일찍 개화한 것으로 관찰됐다. 이와 함께 6월 2002년 발표된 국제생태학회지의 논문에 따르면, 기생꽃은 여름철 최고기온이 15.6℃ 이하일 경우에만 생존할 수 있다고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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