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맥주 천하’ 맥주업계…주세법 개정으로 국내 맥주 살아날까?
‘수입맥주 천하’ 맥주업계…주세법 개정으로 국내 맥주 살아날까?
  • 우정호 기자
  • 승인 2018.11.13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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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마트에 마련된 수입 맥주 코너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시내 한 마트에 마련된 수입 맥주 코너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편의점에서 4캔에 1만원’이라는 대대적 마케팅으로 시장을 점령해온 수입맥주가 올해 시장점유율 20%를 넘어 내년에는 30%대 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편의점 수입 맥주 점유율이 60%를 넘어서며 무섭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류 업체들은 “현행 주세법이 수입 맥주 업체에 유리한 구조로 돼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편, 지난 2일 국내 맥주 종량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서 발의되며 국내 맥주업체들도 주세법 개정 촉구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 올해 20% 대…6년 만에 6배 커져

현재 국내 맥주 시장은 불균형한 조세 제도로 인해 2012년 판매량 기준 3.4%에 불과했던 수입맥주 점유율지난 6년간 6배가 넘게 성장해 올 해는 국내 맥주 시장의 20% 이상을 잠식했다.

수입맥주는 소매점에서 ‘4캔에 1만원’이라는 대대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을 점령해왔다. 특히, 편의점에서는 지난해 수입 맥주가 국산 맥주를 앞질렀고 올해는 수입 맥주 점유율이 60%까지 치고 올라왔다.
 
현행 주세법은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과세표준이 달라 수입 맥주 업체에 유리한 구조다.

현재 국내 맥주 과세체계는 종가세 방식으로 제조원가에 이윤·판매관리비를 더한 출고가를 과세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수입 맥주는 관세를 포함한 수입신고가격이 과세표준으로, 국내 맥주 가격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해 왔다.

수입 맥주가 승승장구하는 사이 국산 맥주 소비는 줄어 지난해 국내 맥주 생산 실적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대기업 맥주 3사의 시장 점유율도 2013년 95%에서 지난해 82.5%로 추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수입 맥주 점유율은 4.9%에서 16.7%로 빠르게 상승했다.  

지난해 국산맥주 출고량은 182만3천899㎘로 지난 2005년(181만8천588㎘)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또 최근 4년간 국산맥주 출고량은 13% 감소한 반면 맥주 수입량은 94% 증가했다. 수입맥주에 유리하게 설정된 주세법의 영향이라는 게 주류업계의 분석이다.

서울시내 한 편의점 주류 코너에서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시내 한 편의점 주류 코너에서 수입맥주 '4캔에 1만원’ 행사를 하고 있다. (사진=우정호 기자)

시장 불균형 탓에 해외 맥주 수입에 국내 맥주 역수입도 마다않는 국내 맥주업계

만들어 파는 것보다 수입해 파는 것이 유리하다 보니 기업들은 맥주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4캔에 1만원’하는 수입 맥주의 상당수는 국내 주류 대기업이 수입한 상품들이다.

오비맥주는 버드와이저, 스텔라 아르투와, 호가든, 산토리, 벡스 등 다양한 수입 맥주를 유통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도 기린, 싱하, 크로넨버그 1664블랑을 공식 수입해 판매한다. 롯데칠성음료도 밀러에 이어 블루문을 국내에 들여왔다.  

현행 종가세 하에서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이가 약 2배에 달하자 국내 대기업 맥주회사들이 수입 맥주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수입사처럼 기능하고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오비맥주는 카스를 미국에서 역수입해 업계에 파문을 던지기도 했다. 지난 6월 오비맥주는 카스의 러시아월드컵 패키지 중 740mL 캔을 미국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로 들여왔다. 가격은 국내 기존의 같은 용량 제품보다 12% 낮췄다.  

이 역시 현행 주세법으로 인해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고 맥주를 생산해 국내로 역수입해 판매하는 것이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해 판매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아이러니가 낳은 현상이다.

서울 시내 어느 소매점에서 '수입 맥주 4캔' 행사와 그렇지 않은 국내 맥주 코너가 대비돼 보인다.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 시내 어느 소매점에서 '수입 맥주 4캔' 행사와 그렇지 않은 국내 맥주 코너가 대비돼 보인다. (사진=우정호 기자)

국내 맥주 종량세 도입하나?…개정 법률안 발의에 맥주 업계 ‘기대감’

국내 맥주업체들이 국내 생산 맥주에 더 비싼 세금을 부과한다며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해온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자유한국당 권성동의원은 지난 2일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교육세법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개정 법률안 내용은 맥주 1리터당 835원을 부과하는 종량세 도입을 담고 있으며, 국내 맥주업계 성장을 위해서는 낡은 주세법을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종량세로 전환할 경우 수입맥주는 캔맥주 1개(500ml)당 89원 오르고 국산맥주는 363원 싸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오비맥주와 한국수제맥주협회 등 국내 맥주업체들은 종량세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종량세가 개편될 경우 대부분의 국산맥주는 가격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 세금구조는 국내생산보다 수입이 유리해 버드와이어와 호가든 캔맥주를 수입하고 있지만 종량세가 도입될 경우 국내생산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종량세 도입 시 세금인하 효과를 가장 크게 보는 곳은 수제맥주업계로 알려졌다.

한국수제맥주협회는 지난 6일 입장문을 통해 “주세법 개정법률안이 국산 맥주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며 “국산 맥주 생산량이 지난 2015년 대비 13% 감소할 때, 해외맥주 수입량은 94% 증가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주세법이 개정되면, 수입맥주는 물론 수제맥주까지 4캔에 1만원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수제맥주협회는 현재 소매점에서 4000~5000원에 판매 중인 국산 수제맥주 제품(500mL·1캔)이 종량세로 전환될 경우 1000원 이상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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