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김홍일 검사장)의 부패 수사 타격 지점이 갈수록 ‘윗선’으로 상향조정되고 있다. 금융감독원ㆍ감사원을 지나 저축은행 정책 입안 부처인 금융위원회를 훑더니 이제는 청와대ㆍ국회 고위 관계자까지도 수사선상에 올리는 걸 저울질하는 상황이다. 이 은행의 정치인을 상대로 한 로비는 물론 고위 공무원 연루 의혹도 정밀하게 파헤치겠다는 것.

검찰은 이미 부산저축은행 측으로부터 금융위 현직 간부에게 명절 떡값을 돌렸다는 진술을 받아낸 상황이어서 ‘떡값 공무원’이 추가로 드러날지 주목된다.

▶금융위ㆍ국회 막론 떡값 수수자 샅샅이 뒤진다=8일 검찰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는 금감원ㆍ금융위 등에 수년전부터 명절 때마다 육류 등을 보냈다는 진술을 확보, 선물을 받은 당사자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이 지난 참여정부는 물론 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정책당국자에게 꾸준하게 ‘보험성’ 떡값을 돌렸다는 정황이다.

대주주ㆍ경영진과 고교 동문 등 학연ㆍ지연으로 얽혀 있는 당국자를 포함해 전혀 안면이 없는 인사에게도 ‘큰 돈 들어가지 않는’ 명절 선물을 배달시켜 부산저축은행의 ‘존재’를 각인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전날 부산저축은행에 편의를 봐주고 총 4000만원(명절 선물 2000만원 포함)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광수(54)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장(차관급)은 금품 수수는 부인하면서도 명절 선물을 건네받은 건 인정했다는 점에 미뤄 은행 측은 대가성의 경계가 모호한 선물로 전방위 로비를 한 셈이다.

이 은행 측은 특히 지난해부터 존폐 위기를 맞았던 만큼 이런 식의 떡값 살포 행태는 금감원·금융위를 넘어 더‘윗선’에까지 뻗쳤을 가능성이 크다.

▶檢, ‘양金’ 찍고 저축銀 정책 결정 라인도 주시=검찰의 초점은 부산저축은행의 외형 확대와 지난해 퇴출저지 구명활동 전반에 어느 정도 ‘윗선’이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맞춰져 있다. 실체적 진실 규명의 단초는 김광수 원장과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 이들 ‘양 김’ 이 쥐고 있다.

김광수 원장은 2008년 7월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시절 상호금융업 감독규정을 바꿔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ㆍ합병한 특정 저축은행엔 영업구역 외 지역에 점포를 개설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그 대가로 2년 뒤인 2009년 9월 부산저축은행 측이 건넨 2000만원을 자택인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도로에서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정책은 금융서비스국장 전권으로 만들어지기 힘든 만큼 청와대 등의 연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저축은행의 박연호(61·구속기소) 회장 등과 광주일고 동문인 김광수 원장은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2009년 12월~2011년 3월)으로 일할 때도 이 은행의 퇴출 저지 구명활동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정통 금융관료인 김광수 원장으로선 정치인을 상대로 저축은행업계의 민원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 위치에 있었던 점에 비춰 부산저축은행 측과 교류한 정치인ㆍ국회 관계자가 다수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이 곧 소환조사할 김종창 전 원장은 다소 조심스럽다. 앞서 구속한 은진수(50) 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광수 원장 등과 달리 금품을 수수했다는 진술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데다 ‘돈 받을 사람이 아니다’는 평판도 부담이다.

그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금감원 제재 수준 완화에 영향력을 끼쳤는지 ▷감사원을 상대로 금감원의 저축은행 부실검사 내용을 담은 감사보고서의 부당성을 항의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 의혹은 많지만 결정적으로 그를 옭아맬 ‘한 방’은 검찰이 아직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김광수 원장에 이어 김종창 전 원장의 신병도 확보해 저축은행 관련 감독 무마와 특혜성 정책 입안에 관여한 ‘라인’의 실체 여부를 밝혀내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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