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개최, 종북 편견도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 개인을 칭송하는 것과 선 그어, 개인적으로 민중당원이 참석하는 것은 말리기 어려워, 2019년 4월 보궐 선거에서 정의당에 단일화 제안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박근혜 정부가 종북으로 몰아 정당을 해산한 적이 있었다. 

통합진보당 소속 19대 국회의원이었던 이상규 민중당 상임대표는 “아마 박근혜·김기춘·양승태 모두 통합진보당을 강제 해산시키고 의원 지위를 박탈할 것이 그때는 약인 줄 알고 집어삼켰겠지만 스스로를 죽이는 독이 되어 돌아왔다. 헌법 가치를 초월해서 권력을 휘두르는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4일 오전 국회에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과 통합진보당 명예회복, 의원직 상실 대법원 판결 무효가 2020년 총선으로 가는 데에 가장 큰 정치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규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민중당 제공)
이상규 대표는 취임 100일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민중당 제공)

2013년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은 이 전 의원을 비롯 몇몇 통진당 소속 정치인들이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를 만들어 국가 전복을 모의했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했고 실제 구속시켰다. 이 전 의원은 2015년 1월 대법원에서 국가보안법과 내란선동 혐의로 징역 9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받고 현재까지 복역 중이다. 정당 해산의 원인이었던 내란음모 혐의는 무죄로 판단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 댓글 조작으로 국정조사 청문회까지 열리는 등 위기 속에 있었고 딱 그 타이밍에 통진당 사태가 터졌다. 여론의 반전을 모색했던 정치적 노림수가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최근 사법농단에 대한 진상이 드러남에 따라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부가 박근혜 정부와 함께 통진당 소속 의원들의 지위를 박탈하려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통진당이 소위 종북몰이나 색깔론의 피해자였고 민중당은 그 피해를 원상복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이 대표의 항변은 타당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이석기 전 의원은 현재 6년 동안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을 바라보는 관점을 두고 2012년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동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한겨레21은 색깔론도 문제지만 정치인에게 북한에 대한 입장을 묻는 것을 무조건 색깔론으로 치부하는 것 역시 문제라며 “역 색깔론” 담론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마침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한반도 평화 분위기에 따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개인을 위인화 하는 일부 움직임이 일고 있어 민중당의 방향 설정이 주목되는 상황이었다. 

이상규 대표는 기자들의 민감한 질문에도 담담하게 답변했다. (사진=민중당 제공)
이상규 대표는 기자들의 민감한 질문에도 담담하게 답변했다. (사진=민중당 제공)

실제 최근 들어 백두칭송위원회·위인맞이환영단·백두수호대 등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가시화되자 김 위원장 개인을 위인화하는 일부 극좌 NL(민족해방) 조직들이 활동하기 시작했고 반통일 세력을 제압한다면서 대한애국당을 타겟팅하기도 했다. 보수 언론과 자유한국당·대한애국당은 이를 문제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적대적 공존의 틀을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당에서 백두칭송위원회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이, 보다 규모있고 자연스럽게 환영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라고 하는 뜻이 있어서 그렇다. 환영 사업을 하는 단체 제각각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것에 대해 잘 됐다 잘못됐다 얘기를 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나는 좀 더 과할 수 있고 부족할 수 있지만 모든 환영 사업은 다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이 타결되고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는 것 자체가 국익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대다수의 국민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환영할 수 있지만 김 위원장 개인에 대한 위인화는 국민 정서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 지도자를 두고 칭송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 자체가 거북한 측면이 있다. 

이 대표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환영하는 큰 차원에서 모든 활동이 의미있지만 민중당은 김 위원장 개인을 위인화하는 방향으로 활동하지는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을 굉장히 좋아한다. 정말 훌륭한 위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우리가 본 김정은 위원장님은 겸손하고 배려심 많고 결단력 있고 배짱 좋고 실력있는 지도자였다.
지난 11월2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위인맞이환영단이 발족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참가자는 “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님을 굉장히 좋아한다. 정말 훌륭한 위인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우리가 본 김정은 위원장님은 겸손하고 배려심 많고 결단력 있고 배짱 좋고 실력있는 지도자였다”고 발언했다. (캡처사진=주권방송)

하지만 현재 백두칭송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은혜씨는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민중당 후보로 출마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은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우려스럽다. 당에서 공식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원 몇몇이 속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안에서도 그걸(김 위원장 개인을 위인화) 왜 하냐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도 뭐 당원들이 하는 것을 다 제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4·27 판문점 선언이나 평양 선언 등을 잘 알리는 것도 중요한 환영 행사다. 북한을 친근하게 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당이 주력할 것”이라며 김 위원장 개인을 칭송하는 것이 아닌 북한에 대한 편견을 일소하는 방향으로 환영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민중당 제공)
이 대표는 민중당 차원에서 사법농단에 대해서 가장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사진=민중당 제공)

한편, 故 노회찬 전 의원의 빈자리로 내년 4월 경남 창원 성산에서 치러질 보궐 선거와 관련 이 대표는 정의당의 양보를 주문했다. 해당 지역은 노동계의 영향력이 강하고 그런 만큼 진보 정당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현재 민중당과 정의당은 일찌감치 후보를 공천하고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돌입한 상태다.  

이 대표는 “(이번에 민중당이 공천한) 손석형 후보는 권영길(전 민주노동당 대표)이나 노회찬과도 (과거 선거에서) 단일화를 한 적이 있고 실제 선대본부장을 맡아 권영길과 노회찬을 당선시킨 사람이다. 창원에서 진보 통합의 아이콘은 손석형으로 대변된다. 단일화 후보가 손석형으로 되는 것이 마땅하고 당연한 일이다. 정의당이 노회찬을 당선시켰던 통합의 정신으로 돌아오면 단일화 문제는 자연스럽게 풀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와 만나 “단일화는 지금 창원 성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할 숙명을 가진 유일한 후보가 여영국 정의당 경남도당위원장 뿐”이라고 밝혔다.

출마 선언을 한 여 위원장도 “결국 당선 여부는 창원 주민들의 선택이다. 한 달 동안 창원 주민들을 만나보니까 기본 정서는 노 전 의원의 아픔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있고 그 아픔에 대해 정의당이 이어가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노 전 의원과 함께 해왔던 내가 이어가는 게 자연스럽다는 말을 하고 계신다. 내가 반드시 당선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