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 관련 예산 전체 예산안의 0.00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구로 보건소 내의 '희망터치 무인검진기'에서 한 어르신이 우울증 검사 중 (사진=현지 기자)
구로 보건소 내의 '희망터치 무인검진기'에서 한 어르신이 우울증 검사 중이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한국인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2위로 나타났다. 13년째 자살률 1위를 차지한 한국의 불명예를 리투아니아가 벗겨주었다. 그렇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다.

자살률이 떨어져 2위로 물러앉은 건 다름 아닌 리투아니아가 올해 OECD에 신입으로 가입했기 때문이니.

 자살로 인한 사망률 한국 25.8명...OECD 2위

'2018 OECD 보건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자살로 인한 사망률(자살률)에서 대한민국은 25.8명(OECD 국가 평균 11.6명)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으로는 36명이 명을 달리했다. 연간으로는 13.092명이 생을 마감했다는 계산이다. 1위의 리투아니아는 10만명당 26.7명이 자살했다. 

그나마 2016년 기준 전년 대비 421명(-3.1%) 감소하기는 했다. 연령별 감소를 보면  2016년 기준, 10대와 20대를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감소했다. 70대는 54.0명(-13.5%)으로 가장 많은 감소를 나타냈다. 

성별 자살률에는 남자가 36.2명으로 전년대비 3.6% 감소했고 여자는 15.0명으로 3.0%로 감소했다. 남녀 간 자살률 성비는 10대가 1.3배로 가장 낮게 나타났고 60대가 3.8배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남자는 10대와 40대, 여자는 10대, 20대와 40대에서 자살률이 증가했다.  

하지만 감소률은 더딘 수준이라 여전히 자살률 높은 불명예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국이 왜 이렇게 자살률이 높은 것일까. 

노인의 (사진=신현지 기자)
노인은 가족으로부터 외면이 우울증을 불러온다고 한다 (사진=신현지 기자)

급속한 노령인구 증가와 노인층 생활고...타인의 비교 대상에 심리적 열등감 

자살률 높은 이유에 전문가들은 급속한 노령인구 증가와 노인층의 빈곤률이 높은 반면, 노인의 복지 정책은 낮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또한 젊은이들은 타인과 비교 대상이 되면서 열등감과 압박감을 견딜 수 있는 강인한 마음이 부족해서라는 이유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자살예방센터의 한 관련자는 “최근 10년간 자살유가족만 약 120만 이상이 되는데 주위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우리 가족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심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자살률 통계를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그 수치도 달라지는데 즉, 신원미상의 죽음을 자살로 볼거냐 아니냐에 따라서 엄청나게 달라지는데 사실은 정확한 자살률 추정도 잘 안 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고 꼬집었다.

노인 심리상담사 김영주 씨는 "우리나라 노인 1인 가구가 늘면서 노인의 생계곤란과 우울증이 자살로 이어진다." 며 "예전 대가족 제도에서는 노인의 외로움이 크게 문제 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노인분들이 가족으로부터 외면 받고 소외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생계문제까지 겹치다 보니 내일에 대한 기대감이나 희망을 찾지 못하고 결국은 자살로 생을 마감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라고 지적했다.

구로보건소 무료 ‘희망터치 무인검진기’로 마음건강 체크

지난 20일 서울의 구로 보건소 내의 주민 정신건강을 검진하는 무인검진기 앞에서 ㄱ(73세)노인을 만났다. ㄱ 노인은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는생각이다. 세상이 재미가 없고 도통 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종일 넋 놓고 있다가 라면 하나 끓여 먹고 어느 때는 끼니도 싫어 소주 한 병으로 때우기도 하고. 누가 오기를 하나, 어디 오라고 하는 데가 있기를 하나, 그렇다고 몸이 성하기를 하나, 그냥저냥 사는 것이다."라고 우울함을 호소했다. 

“그냥 지나가려고 했는데 마음이 아프냐고 묻는 저 글귀가 마음이 와 닿아서 그냥 해봤어. 스트레스 검사라나 뭐라나. 스트레스가 많다고 나왔어. 그런데 요즘에 그런 거 없는 사람 어디 몇이나 있겠어.” 독감예방 주사로 나왔다는 ㄴ(69세) 노인도 배시시 웃으며 이곳 보건소 무료 ‘희망터치 무인검진기’를 가리켰다.

다름 아닌 구로 보건소에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의료기기 ‘희망터치 무인검진기’를 지난 2014년부터 운영 중이었다. 디스플레이 화면을 붙여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정보를 입력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과를 3분 안에 받아볼 수 있는 마음 읽는 무인검진기였다.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에 보건소를 방문하는 주민들에게 상당한 호응도가 엿보였다. 이에 '희망터치 무인검진기’ 앞의 사회복지사는 “자신의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체크해보고 또 그 결과에 따라 고위험군은  곧바로 전문 심리상담사의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안내를 해드린다.”며 “그렇지만 우리가 전문기관에 안내를 해도 본인들이 거부감을 갖고 응하지 않으면 우리도 방법은 없다. 평균 한달에 10명 정도 위험성을 보이는 분들이 있어 따로 전화로 안내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구로구 자살 예방 노력에 자살률 25개 자치구 중 24위 

구로구 보건소에 따르면 희망터치 무인검진기 운영은 주민들의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 가운데 하나로 구로구는 지난 2010년, 자살 31.9명으로 서울에서 자살률이 두 번째로 높다는 불명예를 얻었다.

2008년만 해도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가 15.7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낮았지만 2007~2008년 국제금융위기에 자살률 2위라는 오명을 얻었다. 특히 저소득층이 밀집된 곳에서 자살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 자살 예방 대책이 필요했다. 

이에 구로구는  2012년 ‘구로구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자살 예방 시스템 마련에 노력했다. 무인검진기도 노력 가운데 하나였다. 그 결과 2016년 통계 결과 구로구의 자살자수가 서울시 25자치구 중 자살률 24위로 획기적인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자살예방 노력은 구로구에 해당으로 것으로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자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자살예방 관련 예산, 일본의 80분의 1 수준

우리나라의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은 일본의 80분의 1 수준으로 각국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더라도 20분의 1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생명운동연대에 따르면 매년 10만명의 자살유가족이 국내에서 발생하며 이들의 치료비 지원에만 140억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청소년 자살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미흡하다. 국회 예산결산심의위원회에 올라 있는 정부의 내년 예산안 중 자살예방 관련예산은 약 208억원이다.

올해 167억원 보다 다소 늘긴했으나 `수퍼예산`으로 불리는 2019년 전체 예산안의 0.00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민의 정신건강 유지 위해 돈과 시간 필요...국가가 자살예방 복지예산 증액해야

자살예방센터의 양 모 상담사는 “개인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과 돈이 투자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국가차원에서 어느 정도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돈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이 표면적으로 증가했을 뿐 자살 사망자가 증가하는 현실에 대응하기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13년째 OECD 자살률 1위를 기록하는데도 정치인을 포한한 정부의 정책은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복지예산이 자살예방에 사용되어야 하는데, 이를테면 학교나 청소년상담센터의 무료 심리상담 운영은 마련되어 있는데 그 시스템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국가가 돈을 지급하지는 않는다. 그러니 그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이 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생명운동연대 소속 34개 단체 대표들은 지난 4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내년도 자살예방 예산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생명연대 박인주 상임대표는 일본의 80분의 1에 불과한 자살예방 예산은 부끄러운 우리의 민낯이다. 정부와 국회가 자살예방 예산의 대폭 증가를 통해 자살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로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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