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해지 초강수’로 카드수수료 협상 마친 현대차
쌍용차 카드 수수료 인상 강력 반발…현대차 수준 원해
금융당국 "카드수수료 협상 위법사항 엄중조치" 경고

(사진=금융위, 쌍용차 제공)
(사진=금융위, 쌍용차 제공)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현대차는 지난주 카드사와 수수료율 협상에서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로 맞서 모든 카드사가 굴욕적으로 현대차와 수수료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쌍용차가 카드사에 현대·기아차와 협상한 것과 같은 수준의 수수료율을 요구하며 강력 반발했다. 역시 ‘계약해지’를 들이밀었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19일,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 협상이 종료되는 대로 실태 점검을 시작해 위법사항이 확인되는 경우 엄정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금융당국이 대형가맹점 갑질을 처벌하겠다고 경고한지 하루만에 반대한 것인 만큼 향후 쌍용차 행보가 주목된다.

카드업계는 현대·기아차에 이어 수수료 인상 실패가 자동차업계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했다.

(사진=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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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해지 초강수’로 카드수수료 협상 마친 현대차

카드사들은 올해 초 연매출 500억원 이상 대형가맹점 2만3000곳에 카드수수료를 인상할 것을 통보했다. 현재 대형가맹점들이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는 1.8~2.0% 수준으로,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대형마트 1.94%, 백화점 2.01%, 통신 1.80% 등이다.

최근 카드사들은 이를 2.1% 안팎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드사들이 이 같이 카드수수료 인상안을 통보한 것은 적격비용 산정에 따른 결과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발표한 카드수수료 개선안의 카드사 마케팅비용 산정방식에 따르면, 연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일부 대형가맹점의 적격비용이 인상되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끝난 카드사와 현대자동차와의 카드 수수료율 협상에서는 사실상 현대차가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다. 그동안 현대차와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왔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현대차는 계약해지란 초강수를 뒀다.

현대차는 지난 4일 수수료 인상을 요구한 신한·KB국민·삼성·롯데·하나카드 등 5개 카드사에 가맹점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이후 지난 7일 BC카드에도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카드사들은 현대차와 수수료 관련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 10일 KB국민·현대·하나·NH농협·씨티카드 등 5개 카드사가, 11일에는 BC카드가 현대차와 수수료 인상 관련 협상을 마쳤다.

계약해지 된 이후에도 버티던 신한·삼성·롯데카드도 결국 순차적으로 협상에 임했다. 이로써 모든 카드사가 현대차와 수수료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중앙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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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카드수수료 협상 위법사항 엄중조치" 경고

한편 금융당국은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 협상이 종료되는 대로 실태 점검을 시작해 위법사항이 확인되는 경우 엄정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최근 종료된 현대자동차와 수수료 협상 결과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다만 전반적인 수수료 협상 결과 점검 시기는 가급적 앞당기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 등을 담은 대형가맹점 카드수수료 협상 관련 기본 입장을 발표했다.

윤창호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카드수수료 문제는 적격비용 기반의 수수료율 산정 원칙과 수익자 부담 원칙의 틀 내에서 자율적 합의를 통한 해결이 원칙이나 금융당국이 수수료 협상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카드사 또는 대형가맹점의 위법행위가 발견되는 경우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위법사항이 발견되면 형사고발을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처벌 수위가 약하다고 판단한다면 추후 법 개정을 통해 수위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융당국이 우월적인 지위를 남용해 카드사에 낮은 수수료를 강요하는 대형가맹점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지난 2월 19일 이후 두 번째다.

현재 협상을 진행 중인 이동통신과 유통, 항공 등 대형가맹점에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과도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지 말라는 구두 경고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종료된 현대차와 수수료 협상 결과에 대해선 일단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놨다.

윤 국장은 "현대차 관련 협상 자료를 (카드사에) 아직 요청하지 않았고 살펴보지도 않았다"면서 "카드사별로 원가와 마케팅비용이 달라 일률적으로 어느 수준의 수수료가 적정한지를 (점검 전에) 획일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실태 점검 시기는 대형가맹점과 수수료 협상 진행 상황을 보면서 정하려고 한다"면서 "다만 점검 시기를 미룰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형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하한선을 정해달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는 법에 따라 (정부가) 개입하지만 일반적인 카드수수료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답변, 가능성을 일축했다.

쌍용차 평택 본사 (사진=쌍용차 제공)
쌍용차 평택 본사 (사진=쌍용차 제공)

금융위 경고 하루만에 쌍용차 카드 수수료 인상 반발…“현대차 수준 원해”

금융위의 이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쌍용자동차가 카드사에 현대·기아차와 협상한 것과 같은 수준의 수수료율을 요구하며 강력 반발했다.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계약해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20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쌍용차는 오는 22일까지 협상에 이르지 못하면 오는 25일부로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각 카드사들에 통보했다.

쌍용차는 자사가 제안한 수수료안을 카드사가 수용하지 않는다면 계약해지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주 내로 협상에 이르지 못하면 쌍용차를 카드로 구매하려는 고객들의 불편이 우려된다.

이는 쌍용차의 협상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현대·기아차가 수수료 인상을 반대하며 계약해지를 통보하자, 카드사가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가까스로 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달초 카드사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이미 인상된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카드사들이 현대차와 수수료율 조정 협의를 원만히 진행한 것처럼 우리도 (현대차와) 합의된 수수료율 수준으로 협상을 요청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드사는 일방적으로 요구만하고 협의에 나서지 않아 오는 25일까지 입장을 정하라고 요청한 것일 뿐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고객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드사와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는 "계약해지를 통보한 것이 맞다"면서 "아무래도 금융위에서 대형가맹점이 협상력 우위라는 점을 악용해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할 경우 법적 처벌할 수 있다고 경고한지 하루만에 해지를 통보한 만큼 입장 표명에 조심스러운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반면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은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계약해지까진 고민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높은 카드수수료에 부담을 느껴 그동안 인상을 반대하고 있지만 계약해지까지 고려하는 상황은 아니다"면서 "협상이 길어질수록 고객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빠른 시일 내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도 "카드사에서 인상을 통보했을 때부터 협상을 이어왔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결론은 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동차업계 입장에서도 현실적인 수수료 적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는 앞으로 대형가맹점 수수료 인상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기차 사례처럼 대형가맹점이 계약해지를 통보하면 카드사는 손쓸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면서 "가맹점이 이같은 강수를 두면 수수료율 인상은 사실상 실패할 것"으로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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