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지난해 순손실액 1050억원…감사의견 여파로 600억원 회사채 상장폐지도
아시아나항공 위기 금호아시아나 그룹 전체로 번지나
박삼구 회장 책임론 확산…주주총회 앞두고 재선임 ‘흔들’

공항동 아시아나 항공 본사(사진=우정호 기자)
공항동 아시아나 항공 본사(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아시아나항공이 감사의견에서 ‘한정’을 받으며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가 상장 폐지되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신용등급이 더 떨어질 경우 1조원이 넘는 자산유동화증권(ABS)까지 조기 상환해야 하는 상황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간 아시아나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올인’해왔지만 작년 기내식 공급 중단 사태에 이어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사태에 위기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연간매출 60%가량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흔들리자, 이번 사태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오는 29일 금호산업 주주총회에서 박삼구 회장의 재선임 반대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아시아나 항공 제공)
(사진=아시아나 항공 제공)

아시아나 지난해 순손실액 1050억원…감사의견 여파로 600억원 회사채 상장폐지도

한국거래소는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600억원어치 상장채권 ‘아시아나항공86’이 다음 달 8일 상장 폐지된다고 24일 밝혔다.

거래소는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감사의견 한정으로 상장 폐지됐다”고 설명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최근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대해 부적정ㆍ의견 거절ㆍ한정을 받은 회사의 채권은 상장이 폐지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86의 매매거래는 25일부터 27일까지 정지된다. 이어 28일부터 일주일간 정리매매가 이뤄진다.

다만 정리매매 전까지 재감사를 통해 적정의견을 받으면 거래 재개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채권 만기가 다음 달 25일이기 때문에 회사 측이 정상적으로 상환한다면 원리금 상환은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금융투자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1조 원대 ABS 조기 상환 가능성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장래매출을 담보로 ABS를 발행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ABS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조2000억원이다.

문제는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이라도 현재 ‘BBB-’ 인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리면 조기 상환 조건이 발동된다는 점이다. 특약에 따라 ABS 투자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모두 지급할 때까지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권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을 챙기지 못한다.

한편 산업은행은 25일 긴급 내부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다음 달 6일 만료되는 채권은행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맺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양해각서(MOU)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아시아나 항공이 재감사를 받기 위한 협의에 들어갔기 때문에 이달 말까지 협의 결과를 지켜본 뒤 채권은행들과 MOU 연장 연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2일 대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다. 삼일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운용리스 항공기의 정비의무와 관련한 충당 부채, 마일리지 이연수익의 인식 및 측정과 당기 중 취득한 관계기업 주식의 공정가치 평가 등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며 한정 의견을 냈다.

아시아나항공은 22일 정정 재무제표를 발표하면서 지난해 순손실 규모는 잠정 실적(104억원)보다 946억원 불어난 1050억원으로 정정했다. 이사아나항공 주식은 지난 22일부터 코스피에서 거래가 정지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26일부터 거래는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면 주식거래는 가능하지만, 기관 투자가들이 보유 주식을 대거 처분하거나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소송에 나서는 등 후폭풍이 잇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은 신용등급이 하향될 경우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을 연말까지 조기상환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사진=금호아시아나 제공)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 (사진=금호아시아나 제공)

아시아나항공 위기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로 번지나

한편 아시아나항공의 위기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로 번질 것이 우려된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연간매출 60%가량을 책임지는 핵심 계열사다. 작년 기내식 공급 중단 사태에 이어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사태에 위기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올인’했다. 지난해 그룹 사옥과 CJ 대한통운 주식 매각, 아시아나IDT와 에어부산 상장을 통해 별도 기준으로 부채를 700.5%까지 낮췄다. 그룹 전체 부채는 364.3%로 전년보다 약 30%포인트 개선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위기는 커질 전망이다. 올해부터 새 회계기준(IFRS-16)에 따라 운용리스 비용도 부채에 포함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보유 항공기 82대 중 50대를 운용리스로 도입했다. 이번 충당금 반영 문제로 부채 비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여 시장의 불확실성 우려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 규모도 지난해 기준 3조9521억원에 달한다. 증권 관계자는 “실적 및 재무구조 불확실성이 높아져 투자심리 악화는 물론 향후 자금조달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위기는 그룹 전체로 확산 될 가능성이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로 이어진다.

당장 연결재무제표 지분법 대상 회사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건설 부문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과 마찬가지로 주식 거래가 정지되는 타격을 입었다. 아시아나IDT은 주식시장에서 급락세를 보였다. 22일 전날보다 2150원(14.19%) 하락한 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에 감사보고서 ‘한정’을 받은 이유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이 지분 44.17%를 보유하고 있는 에어부산을 연결 재무제표 작성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는지도 문제다.

아시아나항공의 100% 자회사인 에어서울은 2016년 첫 취항 이후 매출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이번 회계 사태에 충당금 추가 설정 문제로 “영업능력이나 현금흐름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본확충과 함께 수익성 개선을 통한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보다 확대해 회사의 신용등급도 BBB 이상으로의 등급 상향을 지속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삼구 회장 책임론 확산…주주총회 앞두고 재선임 ‘흔들’
 
한편 그룹 위기의 책임이 최고경영자(CEO)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에게 쏠리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700억원 규모의 보유주식을 산업은행에 담보로 제공할 만큼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가 크다.

일단 박 회장은 그룹의 재무구조 부담을 덜기 위해서 금호고속의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또 부채가 아닌 자본에 편입되는 영구채를 발행해 차입금 줄이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는 29일 금호산업 주주총회에서 박삼구 회장의 재선임 반대론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를 가진 대주주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고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차입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계열사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경영 실패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29일 예정된 금호산업 주주총회에서 박삼구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이 올라와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지분 11.98%를 쥐고 있는 2대 주주 금호석유화학의 움직임도 변수다.

박삼구 회장은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형제의 난’을 일으킨 만큼 갈등의 골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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