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경영권 박탈, 박삼구 퇴진…퇴장하는 항공업계 두 수장
조양호 경영권 박탈, 박삼구 퇴진…퇴장하는 항공업계 두 수장
  • 우정호 기자
  • 승인 2019.03.29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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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주총서 경영권 박탈…“주주 3분의 1이상 반대표 던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대표이사직 사퇴
대한항공 '땅콩·물컵 갑질',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등 퇴진 불러온 ’갑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각사 제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각사 제공)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국내 항공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두 수장이 물러나게 됐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며 1999년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수장이 된 지 20년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역시 그룹 경영과 관련한 책임을 지고 퇴진하기로 결정했다.

두 수장의 경영권 박탈 및 퇴진의 표면적인 이유는 경영 부진을 들 수 있겠으나 ‘갑질’로 인한 여론의 분노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양호 일가의 '땅콩·물컵 갑질'과 아시아나의 기내식 협력업체 대표가 목숨을 끊은 '기내식 대란‘ 등은 이번 결과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주총서 경영권 박탈…“주주 3분의 1이상 반대표 던져”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1명)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이 다뤄졌다.  주총 참석률은 의결권 있는 주식수 기준 74.8%를 기록했다. 

이날 최고의 관심사는 단연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었다. 해당 안건은 의결권 있는 주식 64.1%가 찬성했고, 35.9%가 반대 표를 던져 부결됐다. 대한항공은 정관에서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66.6%)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초 현장에서 치열한 표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됐던 해당 안건은 대한항공 측이 주총 전 사전 위임장, 외국 투자자, 주식수 등 아침까지 파악한 표를 집계한 결과만 발표했다. 이 때문에 현장에 참석한 일부 주주들은 표를 행사하지 못한 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는 "오늘 아침까지 파악한 결과 다른 주주들 몇십만, 몇백만주를 가져왔더라도 결과에 큰 변동이 없어 발표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대한항공의 2대 주주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기업 가치 훼손 및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며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의사를 밝히며 조 회장의 연임 실패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앞서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또 플로리다연금 등 해외 연기금 3곳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대한항공 주식 지분 구조는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고, 2대 주주 국민연금이 11.56%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 지분률은 20.50%, 기타 주주는 55.09% 등이며, 기타 주주에는 기관과 개인 소액주주 등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반대 표 행사와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의 반대 움직임이 외국인·기관·소액주주 투자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확립,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성공적인 서울 개최 등을 위해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끝내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는 데는 실패했다.

표 대결에서 패하면서 조 회장은 1999년 부친 고(高)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대표이사에 오른 지 20년만에 경영권을 잃게 됐다. 특히 이는 최근 한층 강화된 주주권 행사에 따라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잃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대한항공 측은  “주총 결과 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이 부결됐으나, 사내이사직 상실이며 경영권 박탈이 아니다”라고 밝혀 향후 행보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아울러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이사 임기가 3월 17일로 끝났지만 이미 사내이사가 3명 있고 조 사장이 있는 만큼 경영 협의에 당장 문제가 없어 추가로 이사회를 보완할지는 미지수”라며 “향후 절차에 따라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항동 아시아나 항공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공항동 아시아나 항공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대표이사직 사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과 관련한 책임을 지고 퇴진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박삼구 회장이 그룹 경영에서 퇴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룹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전날 저녁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KDB산업은행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번 면담은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2018년 감사보고서 관련 금융시장 혼란 초래에 대한 그룹의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그룹 회장직 및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등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기 전 이뤄졌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감사의견 '한정'을 받은 이후 회사채를 상장폐지시킬 위기에 몰린 바 있다. 650억원 규모의 영구채 2차 발행도 제동이 걸렸고, 회사채 상장 폐지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이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눈동이처럼 불어났다.

아시아나항공은 그동안 매출채권을 기반으로 발행한 1조20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는데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ABS 미상환 잔액을 즉시 조기 상환해야 하는 처지로 몰린다.

자칫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릴 수 있었던 것이다.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감사의견이 '적정'으로 바뀌되면서 상장채권 폐지 사유가 해소됐고 매매도 즉시 재개됐다. 

박삼구 회장이 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기 전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을 설명하기 위해 진행됐다.

아울러 아시아나 항공 측은 빠른 시일 내 명망 있는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께서 대주주로서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평소의 지론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차원에서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보신각에서 조양호 일가 퇴진을 촉구하는 대한항공 직원과 시민들 (사진=우정호 기자)
지난해 5월 보신각에서 조양호 일가 퇴진을 촉구하는 대한항공 직원과 시민들 (사진=우정호 기자)

대한항공 '땅콩·물컵 갑질', 아시아나 '기내식 대란‘ 등 퇴진 불러온 ’갑질‘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삼구 아시아나 회장의 경영권 박탈 및 퇴진에는 ‘갑질’로 인한 여론의 분노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 박탈은 지난해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이 도화선이 됐다.

2014년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한진가(家)는 잠시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듯했지만, 지난해 다시 차녀의 '물컵 갑질'로 사회적 공분 대상이 됐다.

'물컵 갑질'은 오랜 시간 사내와 주변에 응축됐던 한진 오너 일가의 '갑질'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는 촉매제가 됐다.

직원들은 카카오톡 익명 대화방을 개설해 수천명이 모여 그동안 쌓였던 오너 일가의 각종 '갑질'을 성토하기 시작했고, 이는 단순한 '뒷말' 수준을 넘어 오너 일가의 밀수·탈세·배임·횡령 의혹으로 번졌다.

한진 오너 일가들이 각종 위법 혐의로 경찰과 검찰, 세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등 국가기관의 조사·수사 대상이 됐고,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두 딸이 포토라인 앞에서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조 회장도 논란을 비껴가지 못했다. 조 회장은 현재 총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작년 10월 검찰은 조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조 회장이 2013년부터 작년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며 트리온 무역 등 업체를 끼워 넣어 196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겨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를 적용했다.

또 이른바 세 자녀의 '꼼수' 주식 매매 의혹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를 적용했다.

조 회장이 2014년 8월 조현아·원태·현민씨가 보유한 정석기업 주식 7만1천880주를 정석기업이 176억원에 사들이도록 해 정석기업에 약 41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세 자녀가 보유한 주식이 경영권 프리미엄 할증 대상이 아님에도 이를 반영해 정석기업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조 회장이 2015년 유력정치인 인척의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을 당시 자신의 변호사 비용과 2014년 '땅콩 회항' 사건 때 장녀 조 전 부사장의 변호사 비용 등 총 17억원을 회삿돈으로 내게 한 혐의(특경법상 횡령)도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 1월 조 회장에 대한 추가 혐의 적용 방침도 밝혔다.

대한항공에 196억원의 손해를 끼치면서 얻은 추가 이익분에 대한 세금을 신고 납부하지 않았고, 자택 경비 비용을 계열사 회삿돈으로 지급한 혐의(횡령)도 있다고 판단해 혐의를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혐의들은 결국 조 회장이 경영인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불러왔다.

지난해 기내식 대란과 관련 사과하는 박삼구 회장(사진=방송캡쳐)
지난해 기내식 대란과 관련 사과하는 박삼구 회장(사진=방송캡쳐)

박삼구 회장 역시 ‘기내식 대란’ 사태와 관련한 배임 행위 및 성희롱 혐의를 받은바 있다.
 
지난해 시민단체인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기내식 대란’과 과련해 박 회장과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대표를 상대로, 기내식 선정 과정에서 유리한 업체를 거부한 것은 배임이라고 고발한 바 있다.

아시아나의 ‘기내식 대란’은 지난해 7월 기내식 공급 문제로 수일간 항공편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갑질 논란이 일어난 사건이다.

당시 아시아나는 기내식을 항공기에 제때 싣지 못해 출발이 늦어졌다. 일부 항공기의 경우 ‘노밀(No Meal)’ 상태로 기내식 없이 장거리 운행을 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승무원이 굶고 승객들은 간편식으로 때우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당시 기대식 대란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투자금 유치를 위해 공급 업체를 변경한 것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오며 아시아나항공 ‘갑질’ 논란으로 번졌다.

게다가 협력업체인 샤프도앤코코리아의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까지 발생하자 아시아나와의 불공정 계약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당시 공개된 계약에 따르면 15분 지연 시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고 30분 이상 지연되면 음식값의 절반만 지급하는 조건이 담겼다.

아울러 박 회장은 지난해 승무원 성희롱 의혹을 받은 바 있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박 회장이 회사 행사에 여승무원을 기쁨조로 강제로 동원해 성희롱을 했다며 고발했다.

올해 1월 승무원 성희롱과 배임 혐의 등으로 고발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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