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집·서울' 그립습니다.금요일마당 '송유하 시인'

'문학의 집 서울'의 작고문인 금요일문학마당에서는 요절시인 송유하 시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시간이 펼쳐졌다 (사진=신현지 기자)
'문학의 집 서울'의 금요일문학마당에서는 요절시인 송유하 시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시간이 펼쳐졌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나의 주발에는 하늘을 담자. 하늘같이 어진 은혜를 담자. 나의 주발에는 기린같이 목을 늘이고 서서 산을 바라보는, 산을 바라보며 언제나 착한 아들이 되나 착한  아들이 되나 하고 염려하는 눈빛을 담자.

어르고 달래서 보다 의젓하고 튼튼한 재목을 만들고자 사시사철 모진 시련을 가해 오는 눈보라나 비바람 같은 늘 찢겨 푸른 구름 사이의 하늘 같은 것들로 도타운 씨앗이 자라고,가없는 바다  어느 구비진 물목에서 노도에 쫒기는 두려움만큼은 가난한 생활을 용하게 끌어올려 주시는 어머니의 까실까실한 입술을 담자.

효성이 모자라서 심장은 대견 하니까 따뜻한 품자리에 묻힌 혈은, 저녁마다 등잔  아래에서 떡을 빚고 손가락이 굽도록 떡을 빚고 날만 새면 시장으로 나가 어린것들을 길러주시는 어머니의 그윽한 눈길을 담자....(중략)
 송유하 유고시집....『꽃의 민주주의』 중 ‘주발’에서
 

송유하 시인의 동생 송영숙 시인이 작고 시인과의 회고를 전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송유하 시인의 동생 송영숙 시인이 작고 시인과의 회고를 전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학창시절 소년문사로 미당 서정주 선생의 감탄을 불러냈던 천재시인 송유하, 38세의 나이로 요절한 송유하 시인을 재조명하는 시간이 지난 19일 오후 3시 ‘문학의 집 서울’에서 펼쳐졌다. 이날 유자효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그립습니다. 송유하 시인’의 문학세계에서는 강희근 시인을 비롯하여 이재인 소설가, 송유하 시인의 동생 송영숙 시인 등 많은 문학인들이 모여 홀연히 세상을 왔다간 시인의 짧은 생을 안타까워하며 그의 문학세계를 새롭게 조명했다.

이날 송유하 시인의 동국대 선배인 강희근 시인은 그의 문학세계 강연에서 “치열하게 60년대를 살다간 천재시인 송유하의  유고시집과 기억의 자리에 가슴 떨리는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며 “그의 시는 기존의 시를 파괴하는 듯하지만, 동시대 문인들의 시세계와 너무 닮았다. 특히 윤동주 시인의 ‘깃발’ 과 ‘주발’을 비교하면 60년대 사랑방에 똑똑 노크하고 들어온 그것처럼 역사적 의식과 민주적 함성, 어머니에 대한 동경 등 상당한 훈련이 없으면 쓸 수 없는 균형 잡힌 시세계가 놀랍다. 더욱이 그는 불교적 세계관과 자연을 통해서 문화를 포괄적으로 분석하려 했던 천재시인이었고 또  새로운 시의 질서를 구축했다” 라며 요절한 후배 시인의 문학세계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송유하 시인과의 각별한 우정을 나누었던 이재인 소설가 (사진=신현지 기자)
송유하 시인과의 각별한 우정을 나누었던 이재인 소설가 (사진=신현지 기자)

이어 송유하 시인과 문학세계를 향유하며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던 이재인 소설가는 그의 회고담에서 “먼저 간 친구의 자리를 마련해준 ‘문학집 서울과 김후란 이사님께’ 감사하다.”며 “인생은 관계다. 난 그를 통해 양심을 배웠고, 사랑을 배웠고, 근면 성실을 배웠다. 말없이 사유하던 사람, 한없이 인정을 베풀던 사람, 뜨겁게 문학을 사랑했던 사람, 천재시인 송유하 시인을 오래오래 기억하겠다.”라며 친구 송유하 시인과의 특별한 관계맺음을 기억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특히 이날 송유하 시인의 막내 여동생이며 시집 '벙어리 매미'를 출간한 송영숙 시인은 “이제야 오빠를 기억하는 자리를 마련하게 되어 죄송하다. 아버지를 대신해 늘 가족들의 위로가 되어주었고 특히 어머니에게 힘이 되어 주었던 오빠의 죽음은 슬픔보다 분노였다” 며 “시를 지어 동생들과 노래했던 자상한 오빠, 저녁 어스름한 시간이면 동생들과 나가 풀꽃반지를 만들어 주고, 밤이면 별자리를 알려주었던 오빠의 감성에 나도 시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오빠의 뜻을 받들어 앞으로 좋은 시를 쓰겠다.”라고 오빠 송유하 시인에 대한 그리움을 털어놓았다.

송유하 시인의 문학세계에 많은 문학인과 시민이 함께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송유하 시인의 문학세계에 많은 문학인과 시민이 함께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이날 김후란 문학의 집 서울 이사장은 “‘문학의 집 서울’은 문학인들과 문학에 관심 있는 시민을 위한 문학공간으로 매월 셋째 주 작고 문인을 회고하는 금요일 문학마당과 넷째 주 현역 시인의 수요문학광장에 주력을 두고 있다.”며 “특별히 이번 금요마당의 송유하시인의 문학세계는 작고 문인과의 각별한 우정을 기억하고 있는 이재인 소설가의 노고가 함께 했다.”라며 두 문인의 두터운 우정을 치하했다. 

한편, 송유하 시인은 1944년 대전 출생으로 1964년 동국대학교 주최 고교백일장에서 시 ‘주발’이 당선되기 전에 이미 『학원』지에 시 발표로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동인 ‘머들령문학동인’으로 활동했다.

특히 그는 미당 서정주 선생의 “고교생 백일장에서 이토록 뛰어난 시를 뽑아보기는 처음이다.”라는 감탄을 받았던 만큼 소년문사로 알려지고 있다. 1971년『월간문학』신인상에 당선으로 본격적인 문학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실조건에 대한 불교적인 세계관으로 문단에 굵직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그는 1982년 젊은 나이에 홀연히 세상을 떠나 많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그의 작품으로는 「눈물꽃」, 「암사동시, 넷」, 「암사동시, 아홉」 등이 있으며 유고집으로「꽃의 민주주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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