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POP이 한류의 대표주자로 나섰고, 그 열기가 아시아를 넘어 남미, 유럽으로 번져가면서 일대 유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2010년과 2011년을 K-POP의 세계화에 관한 역사를 쓸 때 기억해야 할 연도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권에 머물던 한국음악과 드라마의 Wave가 2010년과 2011년에 걸쳐 어떤 누적적 요인에 의해 발화되고 있습니다.

최근의 프랑스 파리에서의 SM타운의 공연은 유럽팬들의 공연 연장 요청 플래시 몹 시위, 드골공항에서의 열렬한 환영, 그리고 두 차례 공연에서의 열기와 유럽 주류미디어의 반응 등은 이러한 발화의 조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이런 모습을 보면서 지난달 LA에서도 확인한 K-POP의 가능성에 대해서 조금 소개하고 싶어졌습니다.

“팝의 본고장서 ‘K-팝 경연열기 후끈’(KBS)”, “미국팬, ‘나도 K-POP가수’(YTN)”, “LA서 타인종 한국노래 경연대회 성황”(연합뉴스)….이와 같은 기사들이 지난 5월 28일 국내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 되었고, 다른 인터넷 매체들도 이 기사를 받아서 많이 소개해 주었습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들은 일부 보도를 했구요. 보도 내용대로 열기도 뜨거웠고, 수준도 높고, 재미도 있어서 “아, 미국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하는 약간은 감동섞인 소감이 들었고, 이게 될까 될까 하며 가슴 졸이던 지난몇 달간의 일이 떠오릅니다.

미국에 오기 전 한류에 관한 전문가들의 책을 몇 권 읽었습니다. 그 책들은 공통적으로 아시아에서와는 달리 미국은 세계문화산업의 중심지이고, 우리와 문화적 배경이 달라서 온라인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은 통할 지 몰라도 영화나 가요는 한류바람을 일으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시안 어메리컨을 1단계로 타겟팅 한 후 점차 미국 주류사회로 확산해야 한다는 전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말이 상당히 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경험을 쌓으면서 꼭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연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LA 한국문화원에서는 매년 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노래자랑대회를 개최해 왔습니다. 2009년 행사 때는 신청자 수나 분위기가 예년과 비슷했습니다. 뛰어나지는 않았고, 한국어를 이제 배우는 학생들의 학예회 수준이었다는 말이죠. 그런데 2010년 노래자랑대회 때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참가신청팀도 많았고, 최신곡이 대부분이고, 댄스도 아이돌 그룹의 그것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었습니다. 참가한 학생들은 한국어를 좀 배운 중급반 학생들이 아니고 대부분 초급반 학생들이었습니다. 즉, 드라마나 한국가요를 먼저 듣고, 한국말을 배우겠다고 찾아온 학생들이었던 것이죠.

2009년과 201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서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무엇이든 임계점에 도달하면 그 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게 된다는 점에서 그동안 있었던 한류콘텐츠업체들의 해외진출 노력,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을 통한 한류콘텐츠 접촉기회의 확대 등이 LA에서는 세종학당 학생들을 통해나타났고 그것으로 미루어 2010년에 어떤 질적 변화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보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에게 K-POP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좀 있냐고 물었더니 많이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문화원에서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K-POP을 좋아하는 타인종들 모두를 대상으로 이런 노래자랑대회를 열어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둘째, 2010년 LA에서 개최된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에 대한 현지반응을 보고 K-POP이 미국에서도 가능성이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SM타운의 LA공연시 한인들 보다 타인종들이 더 많이 찾았다는 소식, 그리고 소녀시대가 LA에 오지 않고 실시한 팬미팅에도 수백명이 몰려들었다는 소식 등은 K-POP의 열기가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셋째, 지난해 아르헨티나에 있는 중남미문화원에서 남미 전역을 대상으로 한 K-POP 콘테스트의 성공적인 개최소식은 히스패닉을 한류타겟 그룹으로 포함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고,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LA지역에서의 K-POP 대회도 무모한 도전은 아닐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주었습니다.

이 같은 경험을 통해 2011년도에 한번 K-POP 콘테스트를 개최해 보기로 하고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우선 1등 상품으로 무엇을 내걸 것인가를 정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야 공고를 낼 수 있으니까요. 문화원 내부에서 하는 대회에서는 한식상품권을 내 걸고 행사를 하곤 했지만, 좀 크게 하려면 아무래도 1등 상품이 좀 근사해야 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해야 합니다.

예산으로 상금을 조금 걸 수도 있지만 2% 부족합니다. 콘셉이 맞아야 하는데, 다행히 LA에 있는 KBSAmerica측과 의기투합 할 수 있었습니다. KBS에서는 KBS 음악프로그램인 ‘뮤직뱅크’ 시청자들 중타인종이 굉장히 많다면서 K-POP 콘테스트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줬고, 1등에게는 한국을 방문해서 뮤직뱅크를 직접 관람하고, 백스테이지에서 한류가수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줄 수 있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러면 1등 상품으로는 그만입니다.

참가자들을 모집할 때 인터넷으로 보지 않고, 보고 싶던 가수들을 face to face로 만날 수 있도록 항공권과 방청권을 주겠다고 하면 아주 매력적인 상품구조 설계가 될 것 같았습니다. KBS에서 대한항공과 협조해서 1등1명의 왕복항공권 협찬을 받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자 말자 공고문을 내고 참가자 모집을 시작했습니다.


 

타인종 대상K-POP 콘테스트였기 때문에 문화원 웹사이트, 타인종들이 많이 있는 각종 한류관련 웹사이트 등에 공고문을 포스팅했습니다. 그리고 세종학당 학생들에게도 알려서 관심 있는 친구들에게 알려 달라고 하고, 문화원 고객들에게도 알려서 주변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좀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KBS America는 프라임 타임 때 모집광고를 내보냈습니다.

접수기간 마감이 일주일 남았는데 아직 참가신청이 저조 합니다. 담당자는 문의는 많이 들어오는데, 아직 신청서류가 도착한 것은 몇 명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청시 1~2분 분량의 본인소개 동영상을 만들어 DVD로 제출토록 한 것이 약간 부담스러워서 신청을 포기하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도 제기되었습니다. 직원들과 비상회의를 해서 추가로 홍보할 방법을 찾고, DVD 제출 안해도 되는 것으로 재공지 하는 문제를 의논했습니다.

하지만 중간에 신청구비서류를 변경하는 것은 기왕에 제출한 사람과의 형평성도 맞지 않고, 주최측의 신뢰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내년에 할 때는 빼더라도 올해는 변경없이 계속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홍보를 더 많이 하기로 했습니다. 직원들이 포스터를 들고,젊은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카페와 식당에 포스터를 붙이고, 한류 동아리 등에 다시 한번 공지를 하고, 기왕에 문의한 사람들에게도 다시 한번 안내를 했습니다.

행사를 하려고 하는데 참가자가 적으면 한류 가능성을 확인해 보겠다는 행사의 의미가 살아나지 않기 때문에 마지막 2~3일까지 참가팀이 20여 팀에 불과했을 때는 “아, 시기상조였단 말인가!”하면서 가슴 졸였습니다. 하지만 문의는 계속 있었기 때문에 기대를 버리지 않고, 접수마감날까지 기다렸습니다. 다행히도 마감을 임박해서신청이 대거 들어와 77팀 106명의 참가신청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래 이 정도면 되었어.” 하는 마음이 들었고, 일단보내온 DVD와 신청서류를 일별해 보았습니다. 캘리포니아 지역 뿐만 아니라 미 전역에서 신청서를 보내왔습니다. 매사추세츠, 사우스 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등 동부 해안에서도 보내왔고, 캔자스, 일리노이 등 중부에서도 보내왔습니다.

예선은 문화원의 3층 공연장인 아리홀에서 열렸습니다. 타주에 있어서 예선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12팀은 자신들의 공연내용을 DVD로 보내와서 저와 KBS측에서 예선 전날 DVD로 심사를 하고 2~3명의 결선진출 후보자를 정해 놓았습니다. 60여 팀이 참가한 문화원에서의 예선은 토요일 오후 내내 진행되었습니다.

전국노래자랑처럼 중간에 “땡”하는 것 없이 참가한 모든 팀이 곡의 전부를 부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기대했던 수준 이상이었습니다. 이렇게까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렇게까지 준비가 되어 있을 줄 몰랐습니다.

 

다양한 인종의 참가자들이 아이돌 가수는 물론이고, 트롯트 가수, 드라마 OST 등 한국노래를 열정적으로 불렀습니다. 뿌듯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한류라고 할때 “류”자는 흐른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하나의 언어권에서 통용되던 문화가 흐르고 흘러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까지 흘러와 그들도 함께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참가자들과 참가자의 친구와 가족들은 아리홀을 가득 메우고 떠나지 않고, 모든 팀들의 공연을 지켜보고, 환호하고, 응원해 주었습니다. 내년에는 예선도 축제처럼 꾸며서 이 관객들도 함께 춤추고 따라서 노래하는 분위기로 만들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전문 DJ를 한번 물색해 봐야겠습니다.

5시간여에 걸친 예심이 끝나고, 참가자들이 K-POP 관련 홍보영상을 보는 동안 심사를 맡았던 저와 KBS 국장, 그리고 음악전문가인 Kollaboration의 대표 Roy Choi는 심사용지를 들고 회의장에 모였습니다.

심사결과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DVD 참가자 중 2명을 본선에 진출시키기로 확정하고, 당초 예상한 15팀의 Finalist를 뽑기 위해 13팀을 선발해야 하는데 12팀까지는 대체로 일치하는데,한 자리를 놓고 심사위원들의 견해가 엇갈렸습니다. 3팀이 각각의 심사위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는데, 결국 17팀도 괜찮겠다며 3팀을 모두 포함시켜 15팀과, 타주DVD 참가자 2팀을 합쳐 총 17팀을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참가자들의 기대에 찬 시선을 마주 하면서, 결선에 진출할 팀들을 호명했습니다. 기쁨과 아쉬움이 교차했지만, 끝나고 나서많은 팀들이 즐거운 행사였고, 이런 행사를 개최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왔습니다.

심사결과에 대해 항의하는 팀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런 팀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탈락한 2개팀이 예선전 동영상을 자기들이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고 코멘트도 했는데, 내년에 더 열심히 연습해서 다시 참가하겠다고 밝히고 있었습니다.

예선전 후에 참가팀 모두에게 축하편지와 위로편지를 쓰고, 기념품을 보내주고, 앞으로도 계속 K-POP과 문화원의 다양한 행사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이 친구들이 바로 한류의 전파자들이고, 우리가 귀하게 여기고, 계속 관심을 쏟아야 할 사람들입니다.

예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난 후 이제 2주 후에 있을 결선을 준비해야 합니다. 결선은 전 장면을 KBS에서 녹화할 예정이고, 언론에도 Open을 하기 때문에 우리도 준비를 좀 더 프로페셔널하게 해야 합니다. 결선장소는 문화원이 아니라 LA 다운타운의 근사한 공연장입니다.

K-POP 가수를 섭외할 수 있었다면 아주 큰 공연장을 빌릴 계획이었는데, 방송국이 공동주관 해도 가수를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행사에 자원봉사로 뛰어 줄 가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이돌 가수를 초청하는 비용을 댈 만큼 저희들이 예산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올해는 포기를 합니다.

중간에 박재범의 섭외를 도와줄 수 있다는 분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던 재범이 그 무렵에 한국에 성공적으로 복귀를 하고, 한국에서 활동을 시작해서 이야기도 못 꺼내본게 좀 아쉽습니다. 하여튼 내년에 다시 시도하기로 하고 올해는 로컬밴드를 게스트로 초청하기로만 합니다.

17팀이 참가하고, 로컬밴드가 게스트로 참가한다면 이제 가슴을 졸이는 것은 관중동원입니다. 예선전은 60여 팀이 참가를 하니 그 친지들만으로도 문화원 3층이관객으로 가득했지만 결선은 친지들만으로는 400석 규모의 지퍼 콘서트 홀을 채울 수가 없습니다.

 
파이널 라운드 개요와 Free admission이지만 RSVP가 필요하다는 광고를 내보냅니다. 5.27 금요일 저녁이 다가옵니다. 공연장 세팅, 반주, 참가자들과의 연락, 사회자와의 미팅 등 잔잔한 준비를 다 마쳐가지만, 참가자 모집 때 얼마나 올지 가슴을졸였듯, 이번에는 관객이 얼마나 올 지 마음이 쪼그라듭니다.

이틀 전까지 RSVP상으로는 200명 남짓이 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료공연의 경우 보통 RSVP의 30% 전후는 당일날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기에 흥행을 위해 더 많은 관객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신청하면 티켓을 보내주던 것을 막판에는 초대권 형식으로 저희들 네트웍을 통해 다 보냈습니다.그리고 행사 당일 일찍 공연장에 도착해서 참가자 도착상황, 리허설, 음향 및 조명을 점검하고, 입구에서 관객을 기다립니다. 미디어는 일찍 왔는데 관객은 아직입니다. 이렇게 또 가슴을 졸이고 있습니다.

다행히 행사시간이 임박하자 출전팀의 친지들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입장을 합니다. 객석이 하나 둘 차기 시작하고, 300여 명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가슴을 쓸어 내립니다. 그리고 숫자보다 행사 내내 열띤 응원과 즐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공연장이 뜨거웠습니다. 되었습니다. 첫번째 행사가 망쳐지지 않고 모양을 갖춰 열릴 수 있었고, 준비하는 사람으로서 조마조마 했지만, 취재를 하고, 직접 참가한 분들은 좋은 평가를 내려주었습니다. 다행입니다.

가슴 졸이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1) 참가자 모집 때 DVD를 제출케 한 것, 그리고 2) 본선관람 티켓을 신청하게 한 것은 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한다는 nudge차원에서 볼 때 현명하지 않은 선택설계였다고 반성하게 됩니다. DVD는 너무 실력도 안되는 사람이 많이 신청할까봐 조건에 넣었고, 티켓신청은 너무 많이 몰려와서 자리를 배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신청케 했는데, 내년에는 이 부분을 과감히 바꿔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많은 참가신청이 오면 이틀에 걸쳐서라도 예선을 치루고, 관객이 너무 많으면 밖에 영상시설을 설치하고 거기에 DJ를 두고 같이 놀더라도 쉽게 신청하고,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힙니다.

본선 이야기를 아직 하지 않았군요. 저희들이 이 행사 내용을 서울에 보고한 내용이 있는데 그 내용을 여기에 붙여둡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K-POP은 2010년과 2011년을 통과하면서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능성을 낮게 보던 미국에서도 이제 꿈틀거리는 가능성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확인한 행사였습니다. 물론 아직 미국 주류미디어에서는 우리 행사를 취재하러 오지 않았고, K-POP가수가 왔어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미디어는 대중의 흐름을 정확하게 짚어 냅니다. 아직 미국에서는 가야할 길이 멀고, 우리가 먼 길을 더 꾸준히가면 ABC, NBC, CBS에서도 대중의 흐름을 포착하고 우리행사를 취재하러 올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될까 싶기도 하지만, 파리 드골공항에서 SM 공연팀을 기다리며 KPOP을 부르는 수천명의 유럽인들이 있을 것이라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지만그런 일이 생겼듯, 탄력받기 시작한 우리 KPOP에 미국에서 그런 대접을 받는 날도 올 것이라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우려되는 점도 있습니다. K-POP 가수들의 등장의 배경에는 기획사의 막대한 투자가 있었고, 국내시장만으로는 투자비를 회수할 수 없어 적극적으로 세계무대를 노크해 왔던 노력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요즘 인기상품으로 등장한 K-POP을 너무 과도하게 소비시켜서 소비자들을 식상하게 하거나, Quality control이 떨어지게 되면 금방 열기가 식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80년대 후반, 홍콩영화는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인기였습니다. 주윤발, 왕조현이 우리 CF에도 등장했었지요. 하지만 유사한 영화와 아류작들이 물밀듯이 쏟아지면서 불과 3~4년을 버티지 못하고 관객의 관심에서 벗어나며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 않습니까? 더구나 우리는 드라마를 통해 한류라는 말이 처음 생겨나고, 중국과 일본, 동남아에서 큰 인기를 끌 때 이미 한국의 유사상품 판매경쟁, 지나치게 공세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혐한류, 반한류의 정서가 생겨났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파리 침공”이니 “남미 정복” 하는 기사제목은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K-POP으로 신한류 붐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는 요즘, 일방적인 흐름 보다는공유하고 교류하는 쌍방향 문화교류의 시각을 유지하면서 마케팅을 진행하고, 문화상품의 품질을 유지해 가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행사 하나 치르고 나서 너무 큰 걱정을 하고 있군요. 그 분야에종사하시는 분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시겠지요. 저희들은 비록 K-POP 가수들이 대규모로 와서 공연하는 것은 기획하지 못하더라도, K-POP을 가지고 우리가 직접 하는 이런 행사는 매년 하고자 합니다. 내년에는 더 잘 준비하고, 더 잘 홍보해서 한국과 한국문화, 한국음악을 사랑하는 현지인들과 함께 신나는 한바탕 축제마당을 열어볼랍니다.

김종문 LA한국문화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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