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마일리지 소멸되지만 제대로 소진하지도 못해”
소비자주권, 항공마일리지 표준약관 제정(안) 공정위 제출
대한항공·아시아나, 4년 간 은행에 항공 마일리지 21억원 판매

대한항공 마일리지 화면 (사진=홈페이지 캡쳐)
대한항공 마일리지 화면 (사진=홈페이지 캡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이 지난 2008년 항공 마일리지 소멸기간을 10년으로 바꾸면서 올해 초부터 마일리지가 자동 소멸되는 회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마일리지의 사용 용도와 범위가 극히 제한돼 있어 오랜 기간 마일리지를 적립해 온 소비자들이 소멸 기한 내에 마일리지를 전부 소진하기가 사실상 어려워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아시아나 항공 양사는 최근 4년 간 은행을 상대로 21억원 어치의 항공 마일리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부터 마일리지 소멸되지만 제대로 소진하지도 못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약칭, 소비자주권)은 항공 사업자들과 제휴관계사, 마일리지 회원 간 지켜야 할 최소 거래 규범을 명시한 마일리지 표준약관제정(안)을 공정위에 22일 제출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국적항공사는 2008년 일방적인 항공회원약관 개정을 통해 마일일지 소멸기간을 10년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올해 초부터 2008년 이후 가입회원들의 마일리지를 소멸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항공사 측은 마일리지 소멸 관련 개정 이후 소비자들이 기간 동안 마일리지를 충분히 소진할 수 있도록 소진처를 보장해야 하지만 사실상 그렇게 되고 있지 않고 있다.

항공사들이 직접 실행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통한 항공권 구입이나 좌석 업그레이드는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고 비항공서비스 등 다른 소진처 확대도 어려운 상황이다.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소비자 주권은 이에 “정부 부처와 협의 했으므로 개정 회원약관에 문제가 없다는 항공사의 태도는 항공소비자들은 안중에도 없는 매우 오만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내년 1월 1일이면 2009년도 소비자들이 적립한 마일리지가 또 다시 소멸된다”면서 “2020년도 소멸 마일리지 액수만 해도 수천억 원에 이르며, 마일리지 소멸과 동시에 그 이익은 고스란히 항공사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 항공마일리지 표준약관 제정(안) 공정위 제출

소비자주권은 현행 마일리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마일리지 표준약관 제정(안)을 마련해 공정위에 제출했다.

주요 내용은 ▲항공 마일리지를 채권적 재산권으로 성격 규정 ▲항공권 구입 시 탑승마일리지 적립 기준 및 수량 공시 의무화 ▲마일리지 가액공시 의무화 ▲마일리지 사용 범위 여유좌석 아닌 전체 좌석으로 확대 ▲마일리지 거래 제휴관계사 통해 비항공 제휴서비스 활성화 등이다.

이밖에도 마일리지의 상속 및 가족합산 제도를 도입해 개인 신상에 변동(사망, 이혼 등)이 발생할 경우 적립된 마일리지 및 회원 혜택사항 등은 4촌 이내의 직계 존비속에게 상속 및 양도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주장했다. 

소비자주권은 “소비자들에게 지극히 불리하게 되어있는 두 거대 항공사의 일방적인 마일    리지 제도를 폐기하고 소비자 재산권 보호를 우선하는 독립적인 표준약관 제정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강서구 공항동 아시아나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강서구 공항동 아시아나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대한항공·아시아나, 4년 간 은행에 항공 마일리지 21억원 판매

한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4년 간 은행을 상대로 약 21억원의 항공 마일리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올 8월까지 양사는 각각 3개 은행을 대상으로 항공 마일리지를 판매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15억1천601만원, 아시아나항공은 6억4천690만원의 수입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사는 탑승 고객에 대한 무상서비스라고 주장해왔지만, 엄연한 수입원으로 자리잡은 셈이다.

은행의 주요 제휴상품은 통장과 환전·송금 서비스로, 전월 예금 평균잔액·전월 급여이체 실적·환전·해외 송금 등 외환거래 실적에 따라 항공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제휴 은행을 통해 5달러를 환전할 때마다 1마일리지를 적립해주거나, 전월 50만원 이상의 급여이체 실적이 있는 경우 20마일리지를 적립해주는 식이다.

고객이 항공 마일리지 적립이 가능한 제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면 항공사는 카드사·은행이 구매한 마일리지를 해당 고객에게 지급한다.

특히 항공사는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10년으로 정하고도 소멸 시효 정지에 관한 내용을 약관에 포함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가 위법성 여부를 검토 중이다.

앞서 고 의원은 공정위 국정감사를 통해 양대 항공사가 국내 19개 카드사를 대상으로 4년간 2조원에 가까운 항공 마일리지 판매 수입을 얻었다고 밝힌 바 있다.

고 의원은 "항공 마일리지의 사용 용도와 범위가 극히 제한돼 있어 오랜 기간 마일리지를 적립해 온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만이 높다"라며 "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없애고 마일리지·현금 복합결제를 허용하는 등 소비자가 권리를 쉽게 행사할 수 있게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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